오래된 책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해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강: ‘좋은 의사’, 스물한 번째입니다. 교육과정의 시작에 의료윤리 교육을 하는 걸 예방접종에 비유하시면서 도덕적 위기의 충격에 면역을 갖게 하자는 것인데 몇 번의 특강으론 충분치 않다고 하셨어요.
샘: 그렇죠. 교육과정의 마지막에 배치하는 것도 별로입니다. 그렇게 하면 의대 교육과정을 거치는 동안 여러 가지 경험을 할 때 그걸 보는 관점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는 기회를 흘려보내버린 격이 되거든요.
강: 예에. 듣고 보니 그나마 처음이 낫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이제 남은 대안은 뭔가요? 교육과정에 분산시키는 것도 좀 아니지 않나요?
샘: 여러 임상교과에 끼워 넣자는 주장이 의외로 많긴 합니다!
강: 그 방법도 선생님 보시기엔 뭔가 석연치 않으신가 봐요?
샘: 아니, 다른 방법들보다도 못한 방법이니까요. 그게 이렇습니다.
강: 그 방법을 좋게 생각하는 일인으로서 왜 좋지 않은지 여쭙고 싶습니다.
샘: 이런 말이 있죠? 모두의 책임은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니라는... 이해되죠?
강: 흐흐. 그 말씀이야 이해하지만.
샘: 그리고 다른 목적의 강좌 안에서 부수적으로 하는 모양새를 가지니 그렇게 들인 시간이 무의미해질 수도 있어요.
강: 실감이 나는 토론이 되는 게 아니라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저는 필수가 아니거나 외부강사에 의한 강의로 진행하는 경우에 그 교과의 중요성을 학교 차원에서 별로 크게 안 본다고 하는 시그널을 학생들에게 보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지만 그 말보다도 지금 선생님 말씀에 동의가 더 안 되고 있습니다.
샘: 실감이나 중요성 같은 것을 다 무릅쓴다는 게 힘들긴 하죠. 안 그렇겠어요?
강: 예, 저도 전혀 동의가 안 되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제겐 우선 ‘없느니보다 일단 개설되는 게 어디냐’라는 생각도 있고 시작으로는 좋은 방법이란 생각도 있어요.
샘: 그리고 아까 말한 방법 있죠. 모두가 자기 임상강좌에서 윤리 이야기를 하는 경우 말입니다. 그렇게 하게 되면 실질 없는 형식을 제공하는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있어요.
강: 임상분야 아닌 외부인을 전공에 관계없이 같이 토론하게 하는 방식은 어때요? 마이클 샌델이 유전공학의 윤리를 그런 식으로 했거든요. 유전공학자와 같이.
샘: 좋긴 하지만 그걸 모든 강좌에서 가능하게 하는 건 더 힘들겠죠!
강: 그렇긴 하지만 학년별로 타 분야 전공자를 모시든지 방법은 찾아야죠.
샘: 그거 어려워요. 임상교수들에게 윤리분야에 역량을 갖도록 하는 것도 힘들고.
강: 글쎄요.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결국엔 임상교육현장에서 윤리 문제에 대해 같이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샘: 하여간 그건 잘해야 도덕적 갈등에 대한 인지도를 높일 순 있는데 자칫 윤리적 쟁점에 대한 고려에 대해 별로 좋지 않은 인상만 남길 수가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