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해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강: ‘좋은 의사’ 열아홉째 시간인데요. 환자의 관점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좋은 의사의 요건으로 충분치 않고 의료의 도덕적인 측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샘: 그렇죠. 그런데 대체 그 도덕적 측면이 어떤 것이냐가 문제겠죠? 사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기본적인 입장을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어요.  

강: 의료의 윤리적 쟁점에 대한 입장 말씀이신가요? 아니면 의대에서의 윤리교육과 관련한 입장인가요?  

샘: 뭐, 아무래도 두 가지가 연결되지 않겠어요? 우선 첫째로 윤리적 주장들이 다양하고 복잡하다는 것을 생각할 때 도덕적 회의주의만이 유일하게 합당하다는 입장이 있습니다.  

강: 예전부터 선생님이 지나치게 비관주의라고 하셨던 입장이죠? 

샘: 그렇습니다. 회의주의적 입장에서는 따로 공식적인 논의할 게 없다고 합니다.  

강: 예. 도덕적 사안에 관해서 체계적인 탐구를 하면 뭔가 규명되고 하는 게 있다고 믿어야만 그런 탐구가 가치 있는 일이 되는 것이니까요.

샘: 다 큰 성인들한테 도덕에 대한 논의가 무슨 소용이냐는 입장도 있죠. 

강: 예, 맞아요! 의대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도덕적 관점이나 전망이 각자에게 있을 것이고 그것이 나중에 의사로서의 행동과 직결된다는 입장이죠. 

샘: 그렇죠. 그겁니다. 역시 지나치게 비관적인 입장이죠. 도덕의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학생들의 초기 상태를 생각할 때 체계적인 논의와 탐구에 대한 지도로 인해서 도덕적 판단의 수준이 나아질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거든요. 

강: 예. 그러면 나머지 세 가지 입장은 어떤 것들인가요? 

샘: 교육과정에서 윤리에 대한 공부를 초기에 해야 한다는 입장과 나중에 해야 하는 입장, 그리고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서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강: 아, 그게 나머지 세 가지 입장인가요?  

샘: 고등교육과정에서의 윤리교육이라는 주제로 대니얼 캘러핸이나 시슬라 복이 논의한 것을  봤는데요. 그들 역시 윤리교육을 전문직업인 양성 과정의 시작 시점에 할 것인가, 종료 시점에서 할 것인가로 논란이 자주 있다고 하더군요. 

강: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죠? 

샘: 물론입니다. 초기를 주장하는 쪽은 미리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강: 나중에 교육해야 한다는 입장은 당연히 이런 것이겠네요. 뭘 좀 알고 있을 때에 윤리교육을 해야 교육에 실효가 있지 않겠느냐는. 

샘: 그렇죠. 전문직업의 성격이라든지 거기서 자주 등장하는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자리 잡혀 있을 거라고 보니까요.   

강: 예, 두 입장 다 이해가 되는 입장이죠. 양자택일로 밀어붙이는 논의구도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지만요. 아무래도 시간표 압박이 크다는 걸 전제로 하는 것이겠죠.    

샘: 그리고, 이거 한 가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데 말이죠. 학부교육에서든 전문대학원 수준에서든 윤리교육에 관해 흔히 나오는 의견이 있어요. 별도의 교과과정으로 해서는 안 되고 교육과정에 속한 모든 교과에 빌트인으로 통합시켜야 한다는 의견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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