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해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강 : 이제 '마지막 생각' 세 번째 시간입니다. 지난번엔 임상현장에서 나쁜 진료 행태에 대한 논의를 의사들이 피한다는 지적을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나쁘다, 좋다’라는 개념은 윤리도덕과 무관한 것으로 봐서 그런 것 같다고 말씀드렸는데 그건 제가 많이 나간 것 같아요. 

샘 : 아, 그래요? 

강 : 그게 윤리도덕과 유관하건 말건 일단 그걸 문제 삼으신 까닭은 그런 일도 왕왕 있다고 인정하긴 하면서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으면서 논의를 하려하지 않기 때문이죠?

샘 : 그렇습니다. 

강 : 말씀하신 사례들을 보면 임상현장의 윤리가 사실은 임상지침이나 조직관리 등 여러 부문과 얽혀 들어가 있는데 앞으로 이런 점은 많이 부각을 시켜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샘 : 그래요. 그럼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해볼까요? 나쁜 진료행태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가길 꺼리는 그 의사들이 이렇게도 말합니다. “내가 수련 받을 땐 그런 건 절대 그냥 안 넘어 갔어요.”라든지, “지금도 난 그런 거 보면 그냥 안 넘어 가죠.”라든지요. 자, 이런 말은 뭘 의미하는 걸까요?

강 : 흐흐. 아이쿠 죄송해요, 웃음이 나왔어요. 

샘 : 이건 말이죠. 내 생각에는 임상의사 개인의 책임과 전체 의사전문직의 책임 사이의 관계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여실히 드러나는 반응이라고 봐요. 

강 : 아하, 예. 그런데 책을 보니까 갑자기 사르트르 이야기로 넘어가셨더라고요.

샘 : 사르트르가 실존주의를 설명하면서 그랬어요. “인간의 본성이란 크게 보면 인간들이 수행한 행동들의 산출물이다.”라고요.

강 : 그러니까 지금 말씀과 연결하자면 여기서 중요한 건 인간‘들’이겠네요? 누군가는 그렇게 하자고 작정하고 했기 때문에 우리 인간이 이렇게 행동하는 존재들이 된 거란 말씀이시고요. 

샘 : 물론 우리는 또 포유동물로서의 성격도 일부 있겠죠. 뭐 그러니 현재 우리 모습을 모두 우리 인간들 스스로 만든 건 아닐 수 있지만요.

강 : 예, 선생님. 

샘 : 그래도 대체로는 우리 인간들이 인간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단 말이죠. 책을 읽기도 하고, 죄지은 자를 벌하기도 하고, 맥주도 마시고, 전시회나 연주회를 구경하기도 하고 등 등 등. 맨 처음 그렇게 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거죠. 

강 : 예. 그러니 정리하자면 각 사람이 행동하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인간 전체를 대표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고 그것들이 인간본성을 만드는 데에 기여하게 된다는 거죠? 

샘 : 그러니 어때요? 한 명의 의사가 질문 많은 환자나 보호자에게 어떤 식으로든지 못되게 굴고 하면요. 그게 사실은 의사들이 가끔 하는 일들의 일부라고 할 수 있는 거죠. 

강 : 적어도 예의 그 의사, “난 그런 거 보면 그냥 안 넘어갑니다.”라고 말하고 말을 ‘끝내는’ 의사의 사례로 돌아가면 이렇게 대응할 수 있겠네요. 그런 의사가 그 사람 한 명뿐이 아니다,  다 그런 것도 물론 아니지만 그런 사람‘들’이 있다고요.  

샘 : 그렇죠, 그게 ‘우리가 보는 임상의료’의 일부가 되는 거죠.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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