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마지막 생각” 마지막, 그리고 닥터스 딜레마라는 책을 놓고 이야기하는 마지막 시간입니다. 지난번엔 의사가 환자하고만 가치갈등을 겪는 건 아니라고 하셨어요.
샘: 그렇죠. 의사와 병원, 의사와 사회, 의사와 법 사이에도 갈등이 일어날 수 있죠.
강: 실은 제가 주말에 미국 메디컬 드라마를 봤는데, 마침 거기에 수술을 받으면서도 진통마취제를 맞기를 거부하는 환자가 나왔어요. 10여 년 전에 약물중독에서 벗어난 경험이 있는 환자이었어요. 워낙 환자가 강경해서 의사들도 그대로 수술을 했고, 무지막지한 통증을 견디며 힘든 수술을 받아내더라고요, 선생님.
샘: 그런 사례를 책에 실을 걸 그랬네요. 토마스 모어나 소크라테스를 예로 들어서 타협이 불가능한 가치갈등의 예를 들었는데 말입니다. 그 결과 희생을 누가 감내해야 하는지 잘 봐야 합니다. 좀 당연하게 들리죠?
강: 예, 좀.
샘: 의사가 자기가치를 주장해서 환자가 수용했다고 해도, 그 결과로, 사실 의사가 대가를 치르는 가능성은 적어요. 임상에서 말이죠. 결국 환자와 환자 가족이 대가를 치르는 속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강: 아, 예. 그게 핵심 같습니다. 끝까지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의사가 내 이익 챙기려는 건 아니라고 정당화할 것이 아니라, 그게 환자에게 환자가 진정 납득하는 방향으로 이익이 되는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씀이시죠. 환자의 자율성을 보호한다는 것은 결국, 환자 본인이 ‘자기답게’ 결정하도록 도와주고 치료에서 그걸 구현하려고 하는 게 되겠네요.
샘: 그렇죠.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누군가에게 나의 가치를 설득하고 진행했을 때에, 그 결과의 대가를 나 아닌 바로 그 사람이 고스란히 감당해야만 한다면, 나의 행동은 편협하고 비인간적이고 부정의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겠죠.
강: 어느 세팅에서나 적용될 수 있는 말씀입니다. 설령 의사가 어느 정도 희망을 갖고 했어도, 그 희망과 그 희망대로의 결과를 환자와 환자 가족이 내심 공유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있어요.
샘: 그래요. 그래서 마지막 생각의 결론은 이겁니다. 임상진료를 잘 하기가 여러 가지 이유로 진짜 어렵다! 좋은 의사되기가 진짜 어렵다! 의료전문직은 역사적으로 늘 의사라는 전문직의 도덕에 관심을 가져왔고 높은 기준을 제시해왔어요. 임상의들을 도덕적으로 심사하는 일도 또 늘어나고 있어요.
강: 더 전문화되고 더 많은 테크놀로지가 의료에 들어오면서 의사와의 인간적 거리가 멀어졌다는 환자들의 인식도 어려운 현실에 반영된다고 하셨죠? 그 점에서는 우리나라 환자들의 인식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샘: 그런데, 의사 역시 진료현장에서 스트레스와 불만족을 느낄 가능성이 늘어가고 있다는 점도 봐야 해요.
강: 예. 서로 힘든 거죠. 그럼에도 대다수 의사들과 대다수 환자들에게는 도덕적으로나 임상적으로 좋은 의료가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글을 맺으셨어요.
샘: 환자도 환자로서 어렵고, 좋은 의사되기도 의사로서 어렵다는 것을 상호이해하고, 또 의료현장에서 가치의 문제를 검토하려는 의지가 사회적으로도 있다면 합리적인 협조가 가능하리라 봅니다.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 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 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번 호를 끝으로 강명신 교수의 닥터스 딜레마 읽기는 마무리합니다.
지난 2015년 6월 창간부터 흔쾌히 저희 세미나 비즈에 글을 게재해 주신 강명신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와 존경을 표합니다. 지금 잠시의 이별은 더 나은 만남을 위한 준비의 시간으로 간직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