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해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강: 이제 “마지막 생각” 다섯 번째 시간인데요. 지난번엔 법적 규제나 자율 규제, 두 가지 모두 의료의 질 개선에 그리 도움이 안 될 거라고 하셨어요.
샘: 그렇습니다. 의료의 특성상 불만족의 요소가 늘 어느 정도는 남게 된다고도 했죠. 지난번에 이 이야기는 안 한 것 같은데 환자에게 확신을 불러일으키고 그 확신을 유지하는 식으로 진료가 진행 안 되는 경우에도 불만족이 남습니다.
강: 예. 불만족을 적극적으로 일으키는 게 아니라 확신을 만들어내지 못해서 혹은 만들어낸 확신을 유지 못해서도 불만족이 생긴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샘: 의학적으로만이 아니라 의사-환자의 인간관계상으로도 그래요.
강: 예. 의학적으로만 제대로 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이게 특히 어려운 점인 것 같아요.
샘: 그래요. 불만스러운 부분을 환자 편에서 표현하고 의논하고 하는 게 어렵다는 것도 난제 중 하나죠. 의사 편에서 열린 소통을 격려하지 않으면 잘 안 되죠.
강: 예. 분위기 자체를 그렇게 만드는 게 어려워요.
샘: 그렇습니다. 말해도 되는 분위기를 환자가 느낄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데 어렵죠.
강: 특히 첫 대면 때 초진 때에 편안하게 느끼도록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아요.
샘: 의료서비스의 소비자로서의 환자들의 만족도 조사가 책을 쓸 때만 해도 별로 없었어요.
강: 그런 조사, 전 좀 부정적인데요. 편안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상태가 되면 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환자가 조사에서 만족이라고 응답할 경우는 경험을 회상해서 기대 이상의 것이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특별히 만족할 것 없다는 것이 불만족인 건 아니잖아요. 물론 그런 경우 보통이라고 답하겠지만요. 그거면 된 것이 아니냐는 겁니다. 튀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꼭 필요할까 싶어요. 정리가 아직도 잘 안 된 생각이긴 합니다만.
샘: 특별히 만족했다고 할 게 없는 경우 말고 특별히 불만족할 게 있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강: 아, 특별히 불만족한 것을 표현하지 않고 쌓고 있을 때는 큰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샘: 급기야는 의료소송으로 가는 거죠.
강: 다른 병원으로 가버리기도 하고요.
샘: 그렇지만 생각해봐요. 만약 불만이 합당한 것이라면 그게 변화의 이유가 될 수도 있는 것이잖아요? 그러니까 이것이 당사자 의사에게 분명해질 필요가 있단 말이죠. 그런데 소송으로 가거나 다른 병원으로 가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경우는 차후에 의료의 질을 좋게 만드는 데에 영향을 많이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되겠죠?
강: 그렇지만 불만을 직접 표시한다는 게 너무 어렵잖아요.
샘: 그렇죠, 아주 적극적인 편에 속하는 환자만 하겠지요. 근데 여기서 문제가 또 생길 수 있죠. 불만을 토로해도 여하한 이유로 의사 편에서 듣지 않으려고 하거나 아니면 환자가 이 과정에서 의사를 소외시킬 수가 있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