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면서 같은 문제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부정적 패턴을 만들어내는 것 도 경제 거품이 재발하는 것과 똑같은 모양새를 취한다. 내면에 있는 진짜 원인을 들여다보지 않는 한 경험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기는 쉽지 않다.
알아둘 사항이 있다. 이성적인 사람이 되기 위한 첫 단계는 우리가 근본적으로 ‘비이성적’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다음의 두 가지를 기억한다면 자존심을 좀 덜 상하게 하면서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감정이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항거불능의 현상으로 우리 중에 거기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무리 현명한 사람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둘째, 우리의 비이성적 성향은 어느 정도는 뇌 구조상 어쩔 수 없는 부분으로 ‘감정 처리’라는 프로세스를 통해 이미 우리 본성의 하나로 정해져 있다. 그러니 우리가 비이성적 성향을 띠는 것은 우리의 통제범위를 벗어난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정의 진화과정을 들여다보면 이 점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수백만 년 동안 생명체들은 생존을 위해 미세조정된 본능에 의존했다. 도마뱀은 눈 깜짝할 새 환경의 위험을 인지하고 현장으로부터 줄행랑을 친다. 말하자면 충동과 행동이 따로 구분되지 않는 셈이다. 그러다가 서서히 일부 동물에게는 이들 감각이 더 크고 더 오래 지속되는 무언가로 진화했는데 그게 바로 ‘공포’라는 감정이었다. 처음에는 이 공포라는 게 해당 동물에게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특정 화학 물질을 분비해서 고강도의 흥분을 일으키는 수준이었다.
흥분을 통해 주의력이 높아지면 해당 동물은 굳이 단 하나의 방법이 아니라 여러 가지방식으로 상황에 대처할 수 있었다. 예컨대 환경에 더 민감해져서 무언가를 알아채는 것처럼 말이다.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늘어나다 보니 생존확률도 더 높아졌다. 이렇게 공포를 감지하는 것은 겨우 몇 초 정도만 지속됐는데 그만큼 반응 속도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동물에게는 이런 흥분이나 직감이 더 심오하고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됐다. 바로 의사소통의 필수적 형태의 하나가 된 것이다. 예컨대 사나운 소리를 내거 나 털이 쭈뻣 서는 것은 분노를 나타내 적을 물리치거나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한 것이었다. 특정한 자세나 냄새는 성적 욕망과 의향을 드러냈고 자세나 제스처로 욕망을 표시했다.
새끼들이 내는 특정한 소리는 극도의 불안을 알리며 어미가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뜻이 됐다. 영장류의 경우는 이런 의사소통이 계속해서 더 정교해지고 복잡해졌다. 알려진 것처럼 침팬지도 시기심과 복수심등 여러 감정을 느낀다. 이런 진화과정은 수백만 년에 걸쳐 일어났다. 훨씬 최근에는 동물이나 인간 모두 인지력이 발달했고, 언어가 발명되고 추상적 사고를 하게 됐다.
수많은 신경과학자들이 확인해 준 것처럼 이런 진화의 결과 고등 포유류의 뇌는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그중 가장 오래된 부분은 ‘파충류 뇌’다. 파충류 뇌는 신체를 조절하는 모든 무의식반응을 관장한다. 즉 본능의 영역이다. 그 위로는 ‘대뇌 변연계’라고 하는 오래된 포유류 뇌가 있어서 느낌과 감정을 관장한다. 그리고 다시 그 위로 ‘신피질’이 진화했는데 이 부분이 인지능력과 인간의 언어를 통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