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탈툰

ISBN13    9791159559327 / ISBN10 1159559325
ISBN13    9791159559327 / ISBN10 1159559325

푸르댕댕(김솔아) 글그림 | 군자출판사 | 2022년 11월 07일 쪽수 288

위트의 달인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은 위트 말이나 글을 즐겁고 재치 있고 능란하게 구사하는 능력. 어원(語原)은 "mental capacity"로 1540년경에 처음 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당시 위트의 뜻은 아이디어를 연결하고 재미있게 표현하는 능력(ability to connect ideas and express them in an amusing way)이었다. 우리나라 연예인들 중 '동엽신'이라고 불리는 신동엽이 특출나게 재능을 보이는 영역이다.

(wit)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이 같은 사실을 엿볼 수 있는 일화가 있다. 처칠이 공식적인 일정을 소화하는 중에 바지 지퍼가 열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비단 유명인 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본인의 바지 지퍼가 열렸다는 정보를 타인으로부터 받는 순간은 매우 당혹스럽고 수치스럽다. 민망함으로 인해 머리카락이 쭈뼛 설 정도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뒤돌아서서 허겁지겁 지퍼를 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처칠은 달랐다. 그는 지적을 받자마자 다음과 같이 부드럽고 우아하게 응수했다.
 “걱정 마세요. 죽은 새는 새장 밖을 나갈 수 없는 법이니까요.”

치과의사 댕댕선생의 우당탕탕 병원 일상
 치과의사, 심지어 진격의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가 직접 그리고 쓴 치과 이야기가 출간되어 화제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위트가 철철 넘친다. ‘윈스턴 처칠이 재림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총 31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책의 내용을 직접 언급하는 것은 지적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다분한 행위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의 구강악안면외과 레지던트 시절의 에피소드들을 공유하는 것으로 책 추천을 대신하고자 한다.
 
익명성 보호 차원에서 복수의 교수님들은 모두 “닥터K(Dr.K)"로 통칭했음을 미리 일러둔다. 이 글을 전남대학교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님들이 직접 확인하시더라도 넓은 도량으로 웃어 넘겨주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바이다.

에피소드 1 - 그……사람이었을까?
 수련병원의 전공의 정원은 “n-1”이라고 불리는 식을 통해 산출된다. 여기서 n은 “전속지도전문의”의 수를 이야기한다. <치과의사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전속지도전문의”란 “치과의사전문의로서 수련치과병원 또는 수련기관에서 치과의사전공의의 수련교육을 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
 필자는 나라의 신성한 부름을 받아 경기도 평택시 송탄보건소 고덕보건지소 치과 공중보건의로서 3년간의 복무를 성실히 이행했다. 소집해제 직후 2012년 5월 1일부터는 전남대학교치과병원 인턴으로 커리어를 이어갔다.
 
인턴 생활 내내 나는 소위 ‘구멍’이었다. 일머리도 원체 없는데다 모교 치과병원이 아닌 고향 인근의 지방 거점 국립대 치과병원에서 새 삶을 시작하다보니 가는 곳마다 실수투성이였다. 그 때 얻은 별명이 ‘징키즈칸’이었다. ‘(김병국 인턴이)지나간 자리는 풀 한 포기 남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구멍과 함께 일하는 게 많이 힘들어서였을까? 첫 달에 보철과 턴을 함께 돌던 여자 인턴 동기가 그만 두었다. 둘째 달에 보존과 턴을 함께 돌던 다른 여자 인턴 동기가 또 그만 두었다. 당시에는 정말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인턴 생활 초반, 나는 치주과에 응시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해 여름, 능력 있고 멋진 교수님들과 선배님들이 즐비한 구강악안면외과에서 한 달 간의 인턴 생활을 한 후 진로를 변경했다. 당시 구강악안면외과의 전공의 정원은 수년째 4명을 유지하고 있었다. 당시 인턴들 중 필자를 포함한 남자 넷은 단풍잎이 붉게 물들기 전부터 구강악안면외과에 지원키로 결심한 상태였다.

첫눈과 함께 날벼락이 떨어졌다. 전속지도전문의 수 산출 기준년도에 한 교수님이 미국에서 연수를 받고 있었던 것이 고려되어 구강악안면외과 전공의 정원이 3명으로 감축된 것이다. 부득불 시험을 통해 지원자 4명 중 한 사람은 다른 수련병원으로 자리를 옮겨야만 했다 전화위복(轉禍爲福), 새옹지마(塞翁之馬)라 했던가? 그 동기는 서울대학교치의학대학원과 연계된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생활을 마친 후 개원하여 승승장구 중이다.1)

 이후 2013년 여름, 체력 증진을 위한 전남대학교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전체 회식이 있었다. 먹을 복이 지지리도 없는 나는 하필 그 날 당직이었다. 인턴과 함께 응급환자를 기다리며 의국을 지키던 밤 10시쯤 동기 김준화 선생이 또 다른 동기 김명인 선생과 함께 포장된 삼계탕을 들고 돌아왔다.
 
“준화, 회식은 어땠어?”
 “화기애애했어. 이건 닥터K 교수님이 너한테 갖다 주라고 하셨어.”
 “와우! 닥터K 교수님 평소에 나 미워하시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보네?”
 “아니. 니 생각이 옳을 가능성이 높아. 이 말은 너한테 전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뭔데?”
 “‘지금 당직 서고 있는 김병국 선생 말고 다른 병원으로 간 선생 한 명 있죠? 그……사람이었을까? 내가 사람을 잘못 뽑은 걸까?’라고 주변에 다 들릴 정도로 크게 혼잣말을 하시더라. 너무 마음 상하지는 마.”
 “푸하하. 마음 안 상해. 내가 생각해도 그 형이 남았더라면 일을 더 잘했을 것 같아.”
 
에피소드 2 - 교수님의 관심
 치과병원의 구강악안면외과뿐만 아니라 의과병원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수많은 과들(일반외과, 정형외과, 성형외과 등)은 예정된 대기 수술(elective operation)들에 관한 심도 깊은 회의를 한다. 소위 그랜드 컨퍼런스(grand conference)가 바로 그것이다. 병원마다 차이는 존재할 수 있지만 통상 일주일에 1회, 정해진 요일, 정해진 시간에 진행되며 모든 수술의 준비 상황을 파워포인트(이하 ‘PPT') 프로그램을 통해 확인한다. 이 사건 역시 그랜드 컨퍼런스 시간에 벌어졌다.
 

그랜드 컨퍼런스는 반성의 시간이기도 하다. 구성원 모두가 바쁜 구강악안면외과의 특성 상 교수님들은 이 시간을 활용하여 레지던트들에게 반성, 참회, 발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 날의 타겟은 레지던트 2년차들이었다. 김 선생, 이 선생, 박 선생이 차례로 깨졌다. 야구에서 공격력 폭발하는 날 1번부터 9번 타자까지 한 바퀴 돌듯이 2년차 일순했다. 다 돌았는데도 닥터K 교수님은 자꾸 무언가를 찾고 계셨다. 싸늘한 분위기를 깬 것 역시 닥터K 교수님 본인이었다.
 “한 놈, 한 놈 어디 갔어? 의국장!”
 “교수님, 누굴 찾으십니까?”
 “2년차 한 놈 더 있잖아! 정 선생 어디 갔어?”
 “…….”
 “의국장! 왜 말을 못해? 왜 그 놈만 숨겨줘? 정 선생 어디 갔냐고?”
 “그만 뒀습니다. 그것도 작년에. 교수님! 관심 좀 …….”
 수 초 동안 정적이 흘렀다. 그런 다음 닥터K 교수님이 다시 입을 떼셨다.
 “PPT! 다음 슬라이드!”
 
보물창고
 치과병원 내에서 다른 과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긴 근무시간을 자랑하는 구강악안면외과는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넘쳐나는 보물창고이다. 필자 경험들과는 또 다른 저자의 흥미진진한 모험담이 궁금한 이들에게 ≪덴탈툰≫의 일독(一讀)을 권한다.

 

“몇 번의 죽을 고비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나에게 용기를 북돋워 준 전우이자 상관이 바로 김한준 대위였습니다. 누군가 평생을 함께할 친구가 있다면 성공적인 삶을 산 것이라고 말하는데, 그런 친구 같은 전우이자 상관과 저는 전장에서 3년을 같이 지냈습니다. 6·25전쟁이 끔찍한 기간이었지만 그래도 좋은 기억이 있었던 것은 곁에 생사를 같이한 전우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제가 해마다 모부대인 7사단을 방문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 김기열 옹(태극무공훈장 수상자, 육군7사단 6·25전쟁 3인의 전쟁영웅 중 한 명)


1)  전화위복(轉禍爲福), 새옹지마(塞翁之馬)라 했던가? 그 동기는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과 연계된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생활을 마친 후 개원하여 승승장구 중이다.

글_김병국
포항죽파치과 원장
슬기로운 개원생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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