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애를 타인에 대한 공감으로 바꾼다
한편 소냐에게 남편은 지독한 위선자로 보이지 않았다. 비록 재산권을 포기하기는 했으나 톨스토이는 여전히 영주와 같은 삶을 살고 있었고 취미 생활에 필요한 돈을 요구했다. 그의 옷차림은 농부와 같았으나 혹시 병이라도 걸리면 1등석 열차를 타고 남부로 내려가 별장에서 요양했다. 또한 금욕적인 생활을 하겠다고 맹세해놓고서도 계속 그녀를 임신시켰다.
간소하고 영적인 삶을 갈망하는 톨스토이에게 이제 소냐는 큰 걸림돌이었다. 톨스토이는 소냐와 한 집에 있는 것만으로도 억압을 느꼈다. 그가 소니까 게 쓴 편지는 이렇게 끝맺고 있다. "당신은 그간의 모든 일을 오직 남의 탓으로만 돌릴 뿐, 자각하지 못하고 의도하지 않았다 해도 당신이 바로 내 고통의 원 인이라는 생각은 결코 하지 못하겠지요." 소냐의 물질적 생활 방식에 대한 흥망이 커진 톨스토이는 《크로이처 소나타>를 집필했다.
그들의 결혼생활을 탕으로 한 것이 분명한 이 중편소설은 소냐를 최악의 방식으로 그리고 있다. 이런 일들은 소냐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그녀는 자신이 미쳐간다고 느끼고 1894년 결국 한계에 달했다.
소냐는 톨스토이의 소설에 나오는 어느 캐릭터 처럼 눈 속으로 걸어 들어가 얼어 죽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가족 중 한 사람이 그녀를 발견해 다시 집안으로 끌어다 놓았다.
소냐는 두 번 더 같은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때부터 두 사람의 싸움패턴은 더 날카롭고 폭력식으로 변했다. 톨스토이가 소냐를 자극하면 소냐는 극단적인 행동을 했고, 그러면 톨스토이는 다시 자신의 냉담함을 후회하며 용서를 구했다. 몇몇 문제에 대해서는 톨스토이가 소냐에게 항복했다. 예컨대 그의 초기 작품에 대한 저작권은 가족들이 보유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런데 이후 소냐는 전에 없던 행동으로 톨스토이의 이 결정을 후회하게 만들었다.
소냐는 톨스토이가 일기에 쓴 내용을 빠짐없이 읽으려고 했다. 그가 일기를 숨기면 어떻게든 찾아내 몰래 읽었다. 소나는 톨스토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톨스토이는 소냐의 간섭에 크게 화를 냈고 그러다 종종 앓아눕기까지 했다. 그러면 소냐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대체 이들은 왜 헤어지지 않았던 걸까? 두 사람은 서로가 상대의 사랑과 인정을 갈망했으나 더 이상 그런 것을 기대하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그렇게 오랜 세월 힘든 나날을 보내고 1910년 10월 말 마침내 톨스토이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점에 도달했다. 그는 의사인 친구를 대동하고 한밤중에 몰래 집을 빠져나왔다. 드디어 소냐를 떠나기로 결심한 것이다. 집을 나서는 내내 톨스토이는 혹시라도 아내에게 발각될까 봐 덜덜 떨었다. 그러나 결국 그는 기차에 올랐고 그녀로부터 도망칠 수 있었다. 이 소식을 접한 소나 다시 한번 자살을 시도하며 인근 연못에 몸을 던졌으나 늦지 않게 구조 되었다.
소냐는 톨스토이에게 편지를 써서 제발 돌아오라고 사정했다. 자신이 바뀌겠다고 했다. 모든 사치를 포기하고 영적인 사람이 되겠으며, 그를 조건 없이 사랑하겠다고 했다. 소냐는 톨스토이 없이는 살수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