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애를 타인에 대한 공감으로 바꾼다

겨울이 지날 때까지 그들이 그곳을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은 대원들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대원들이 잠시 관심을 딴 데로 돌리고, 다른 생각을 하고, 기운을 낼 수 있게 만들어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섀클턴은 매일 누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당번표를 만들었다.

당번표의 내용은 최대한 많이 뒤섞었다. 사람들을 다양한 조합으로 바꿔가며 묶고, 한 사람이 같은 일을 너무 자주 하지 않도록 했다. 대원들은 매일 수행해야 하는 간단한 목표가 있었다. 평귄이나 물개도 사냥하고 배에서 텐트로 짐도 옮겨오고, 야영지도 여기저기 손봤다.

하루를 마칠 때면 다들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오늘 하루도 내가 뭔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했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섀클턴은 오락가락하는 대원들의 마음을 더 잘 다독일 수 있게 됐다. 모닥불 주위에 모여 있을 때 그는 각 대원에게 다가가 대화를 나눴다. 과학자인 대원과는 과학에 관한 이야기를 했고, 좀 더 감수성이 풍부한 대 원과는 좋아하는 시나 작곡가에 관해 담소를 나눴다. 섀클턴은 대원 한 명 한 명의 마음을 살피며, 혹시 어떤 문제라도 겪고 있지 않은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요리사는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를 직접 죽여야 할까봐 괴로워하는 것 같았다.

이제 고양이에게 먹일 음식이 바닥났던 것이다. 섀클턴은 자청해서 요리사 대신 고양이를 처리했다. 함께 온 물리학자는 몸 쓰는 일을 힘들어 하는 게 분명했다. 저녁이 되면 그는 느릿느릿 음식을 먹으며 지친 한숨을 내 쉬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매일매일 그의 사기가 꺾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섀클턴은 그가 혼자만 땡땡이를 치는 듯한 기분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똑같이 중요하지만 좀 더 쉬운 일을 할 수 있도록 당번을 짰다.

섀클턴은 대원들 사이의 약한 고리가 어디인지 금세 알아보았다. 먼저 사진사인 프랭크 헐리라는 친구가 있었다. 헐리는 유능한 사진사로 다른 잡일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불평이 없었으나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껴야만 하는 친구였다. 그는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했다.

그래서 야영 초기에 섀클턴은 식품 보관같은 중요한 모든 문제에 반드시 헐리의 의견을 묻고 그가 낸 아이디어를 칭찬했다. 나아가 섀클턴은 헐리에게 자신과 같은 텐트를 배정했다.

헐리가 남들보다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게 만드는 동시에 자신이 지켜보기 쉬운 곳에 배치한 것이다. 항해사인 허버트 허드슨은 아주 자기중심적이고 남의 말에는 도통 귀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는 끊임없이 관심을 줘야 하는 사람이었다. 섀클턴은 그 누구보다 허드슨과 자주 대화를 나누고, 허드슨 역시 자신의 텐트에 배치했다. 그 외에도 혹시 불평분자가 될 수 있겠다 싶은 사람들은 여러 텐트로 분산시켜서 영향력을 최소화했다. 

저작권자 © 덴탈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