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장어 사건과 노조계약서 총회 의결 없이 서명해 현 집행부 '진퇴양난'
지난 4월 19일 치협 이상훈 회장과 대한치과의사협회 노동조합위원장 박시준 위원장이 노사합의서를 체결했다. 치협 정기대의원 총회 개최를 5일 앞둔 시점이다.
이 합의서에는 이상훈 회장의 직인과 함께 직접 서명까지 했다. 이 합의서 작성이 이상훈 협 집행부에게 치협 역사상 최초 ‘예산안 부결’이라는 사태를 만든 것 중 한 요인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 원장은 기자와의 카톡에서 “이번 직원노조와의 합의서는 직원 자녀 대학・대학원 등록금을 지원한다는 내용 같다. 취지는 맞지만 회비로 충당해야 할 부분이므로 공론을 거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더군다나 협회 사무와 인사를 관장하는 총무이사가 공석인 상태에서 지부장들의 이의제기가 가능하고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는 회원들의 불편한 심경이 발생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24일 코엑스에서 개최된 대한치과의사협회 제70차 정기 대의원 총회에서도 이 대목이 지적됐다.
김민겸(서울) 회장은 “최근 체결된 노조와의 단체협상에서 다소 회원의 정서에 안맞는 부분이 있다. 이렇게 되면 회비징수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 예산안에 문제가 있으면 노조와의 협상을 다시해서 수정 예산안을 만들고 임시총회나 온라인 총회를 통해 통과시켜야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조영진(대전) 회장은 “총회는 집행부에 힘을 실어줘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협상내용을 보면 노조 친화적인 것도 적당히 해야 되지 않나 생각된다. 일반회원들이 협약서 내용을 알면 큰일날 정도라고 생각된다”고 까지 언급했다.
# 예산이 투입되는 일 단독 결정은 ‘회원 정서 맞지 않아’
B 원장은 “노조합의서는 어떻게 책임질 건 지 치과의사단체가 우습게 되는 모양새다. 치협 직원도 우리 가족이다. 협회장이 사인을 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형편에 맞게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대의원 총회의 의결을 받지 않고 독단적으로 했을 때 문제가 될 것을 알았어야 했다. 치협 노조에게 대의원들 정서는 모르겠으니 총회에서 물어보겠다고 했어야 했다"고 질타했다. 이상훈 회장이 단독으로 결정하고 사인을 할 것이 아니라 직원들을 설득하고 대의원을 설득하는 절차가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그는 “도장찍고 사인을 했으면 약속은 지켜야 하는데 대의원들이 예산승인을 해주지 않은 상태에서 협회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와 사인하고 대의원들의 예산부결로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협회장이라는 리더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협회장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 궁금하다”고 언급했다.
현 집행부에 대한 질타는 이 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지부장은 "붕장어 사건은 부끄러워서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더 이상의 언급을 회피했다.
# 진퇴양난에 빠진 현 회장 지부장 단톡방서도 나가
한편, 이 날 정기 대의원 총회에서는 출석대의원 167명 찬성 20명(12%) 반대 139명(83.2%) 기권 8명(4.8%)으로 사상초유로 예산안이 부결됐다.
C 지부장은 “협회에 질타성 발언을 지부장들이 하게 됐다. 지부장들이 협회장을 공격하는 모양새가 됐다. 협회장은 화를 내고 단톡방을 나가 버렸다.”고 말했다.
D 원장은 “사고의 유연성이 있는 사람이 있고 없는 사람이 있다. 진보나 보수로 나누는 이분법적 저울질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사회가 건강하려면 유연성이 있느냐 없느냐로 나눠야 한다. 기득권을 뒤집으려 하는 참신함으로 회무를 했다면 협회가 진일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면초가에 직면한 현 집행부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예산안이 부결되어 실제적으로 현 집행부의 모든 회무는 중단됐다고 봐야 한다. 예산안은 다시 임시대의원 총회를 거쳐 가결돼야 예산을 집행할 수 있다. 예산이 부결된 현 상황은 집행부의 손과 발을 묶어 놓은 것이나 다를 바 없다.
현 집행부 임원과 이사들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그 누구도 응답이 없는 상태라고 전해졌다. 그야말로 현 집행부는 휴면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