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訶子, 영어명; Myrobalan, Terminalia chebula)
가자(訶子), 영문명 Terminalia 또는 myrobalan은 인도와 네팔동부부터 중국 남서부,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및 베트남에 걸친 남아시아 일대에 걸쳐 자생하는 사군자과(四君子科)의 열대성 큰키나무 열매이다. 가자나무는 높이가 20~30m에 이르는 큰 키 교목으로 잎은 타원형 또는 난형이며 길이가 7~20cm, 너비가 3~15cm 정도로 양면에 모두 털이 없고 매끈하다.
6월에서 8월에 걸쳐 노란색 꽃이 피고 8월부터 10월까지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데 기온이 높고 습기가 많은 인도나 동남아지역의 길가나 마을주변에서 주로 재배되고 있으며 목재는 건축재나 가구용으로 많이 사용된다.
티베트 의학에서는 가자를 ‘약 가운데 왕’이라 지칭하며 인간의 여러 가지 고통을 덜어준다고 전해진다. 불화(佛畫)에서는 부처님의 손 안에 병을 고치는 열매로 가자를 그리기도 하는데 1061년에 편찬된 중국의서에서 처음으로 가자에 관한 기록이 확인되었다.
보통 어린이 주먹만 한 가지열매는 치자(梔子)와 비슷하게 여섯 모가 진 핵과로 초가을에 익는다. 다 익은 열매에서 씨앗을 제거하고 과육만을 말린 것을 가자육(訶子肉)이라 하며 한방(韓方)의 전통약재이다. 가자과육에서 추출되는 색소를 미로발란(myrobalan)이라고 하며 광목을 염색하거나 가죽을 무두질하는 데 염료로 사용한다.
가자육은 약간 특이한 냄새가 있고 맛은 약간 시면서도 쓴맛이 섞여있다. 가자육에는 탄닌(Tannin)성분이 많아 설사를 그치게 하는 작용이 있지만 탄닌 외에도 Sennoside A등을 함유하고 있어서 과량복용하면 오히려 설사를 유발하기도 한다. 주로 장내 미생물에 대한 항균작용 및 항바이러스에 대한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가자는 설사를 그치게 하면서도 호흡기를 튼튼하게 보강하며 지혈작용도 나타낸다.
오랜 기침이나 해소로 목소리가 변성되었을 때, 숨이 찰 때 좋은 개선효과를 보인다. 그리고 지혈작용이 있어서 자궁출혈이나 탈항, 혈변, 방광염이나 질염에도 효과적인 약효를 나타내며 모발에 영양을 주고 발육을 촉진하기 때문에 가지 즙을 마시면 머리카락과 수염이 검어지고 머릿결도 좋아진다고 한다.
가자열매는 23.6~37.4%의 탄닌과 그 활성성분으로 갈산(Gallic acid), 케불린산(Chebulinic acid), 1,2,3,4,6-펜타-O-갈로일-HD-글루코스, casuarinin,3,4,6-tri-O-galloyl-D-glucose 및 terchebulin, 1,3,6-trigalloyl glucose 및 1,2,3,4,6-pentagalloyl-β-glucose, Egallagic acid 등을 함유하며 Sennoside A, Tannase, Ascorbic acid, Oxidase, Peroxidase등도 들어 있다.
이들 성분은 염증해소에 좋은 효과를 나타내며 세균의 성장도 저해시켜 다양한 항균활성을 보인다. 가자열매 추출물은 시험관 내에서 녹농균에 상당한 억제작용을 발휘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적리균을 비롯한 병인 균들에 대한 항균작용이 확인되었다.
또한 가자열매는 혈당강하 작용도 보유한다. 그러므로 혈당을 저하시키는 항 당뇨약물과 함께 가자를 복용하면 혈당이 너무 낮아져 저혈당을 일으킬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전통적인 아유르베다 의학에서 가자는 카파, 피타, 바타의 세 가지 "유머"의 균형을 맞추는 ‘건강 조화제’로 사용되었다. 이와 같이 인도의 아유르베다 의학을 비롯해 태국에서는 심장과 관련된 민간요법 및 고지혈증을 다스리는 혈액정화제를 포함한 많은 치료용도로 알려져 왔다. 그 일례로 가자껍질은 3000년 이상 동안 인도에서 주로 심장치료제로 사용되어 왔다. ‘Vagbhata’라는 인도 의사는 AD 7세기에 심장질환에 가자를 처음으로 사용한 것으로 인정받았다.
오늘날에도 인도지역에서는 심장질환이나 심장관련 흉통, 고혈압 및 고 콜레스테롤 혈증을 비롯한 심혈관 질환이나 천식, 전갈 쏘임에 가지열매를 약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Chulasiri et al. 2011’의 연구에서 가자열매 추출물의 눈에 띄는 자유라디칼 소거능과 항산화활성이 정립되었는데 실험결과 이러한 가지추출물의 특정 활성은 갈산, 엘라그산, 케불라직산 및 케불린산과 같은 페놀화합물 존재의 결과로 밝혀졌다. 이러한 화합물들은 항암, 항균 및 항염 특성을 나타낸다.
Malekzadeh et al에 의한 항균효과 실험과정에서는 가자의 메탄올, 에탄올, 아세톤 및 수성(온수 및 냉수)추출물 4가지에 대해 ‘한천 웰 확산법’과 ‘최소억제농도(MIC), 최소 살균농도(MBC)’ 측정결과를 통해 항균활성을 검증하였다. 실험값은 6가지 다른 미생물, 즉 5가지 세균(그람양성 1균주 및 그람음성 4균주)과 1개 효모에 대해 ‘거대희석 브로쓰(Giant dilution bros.)’ 방법을 통해 산출되었다.
실험결과 가자열매의 유기물 및 수성추출물에 대하여 다섯 종류의 실험 박테리아군, 즉 Acinetobacter의 SP(24.6mm), 녹농균(23.6mm), Proteus mirabilis(21mm) 및 대장균(19.3mm)의 최대 억제영역이 측정되었다. 이렇게 평가된 4가지 용매 중 가자열매의 아세토닉 추출물이 가장 좋은 항균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세균성 병원체에 대한 MIC 값은 0.78mg/mL에서 50mg/mL 사이이고 MBC값은 1.56mg/mL에서 50mg/mL 사이였으며 가자의 아세토닉 추출물은 다른 비교실험 대상인 Kan pip0.78 mg/mL 및 MBC1.56 mg/mL에 비해 더 큰 억제 영역을 보였다.
이 실험 결과 가자열매의 아세톤 추출물이 실험에 적용된 많은 세균성 병원체에 대해 유의할 만한 항균활성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람 양성균과 그람 음성균을 모두 억제하는 광범위한 항균활성을 보였지만 그람 양성 세균주가 그람 음성 세균주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그람 양성균의 세포벽이 단일 층으로 구성된 반면 그람 음성균의 세포벽은 외부 세포막으로 한 번 더 둘러싸인 복합구조이기 때문이다.
가지추출물의 항균효과 대부분은 2차 대사산물, 특히 탄닌성분에 기인한다. 탄닌의 항균활성은 많이 연구되어 있으며 다양한 진균, 효모, 박테리아 및 바이러스의 성장을 억제함으로써 세균억제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가자추출물은 대장균, 헬리코박터균과 황색 포도상구균, 살모넬라 typhi, S. epidermidis, Bacillus subtilis, Proteus vulgaris 및 Pseudomonas aeruginosa등 매우 폭넓은 세균억제 활성을 보였으며 이는 항생물질을 포함한 기존 의약품의 대안으로 사용될 수 있는 천연 항균제로써 가자열매의 활용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가자추출물이 3T3 섬유아세포의 콜라겐 합성 촉진에 미치는 영향도 보고되었다.
태국 ‘나레수안 대학교’ ‘스와냐 야케우’, ‘쿤짓 잇사라숙’ 등에 의해 이루어진 콜라겐합성 촉진연구는 UVB(Ultra Violet B, 파장이 280~320nm인 중파장 자외선)에 조사된 섬유아세포(Fibroblast)에 의해 생성되는 type I procollagen과 matrix metalloproteinases(MMP)-1 및 MMP-13에 미치는 가자열매 추출물의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었다. MMP-1, MMP-13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조직의 광 손상을 야기하는) UVB를 조사(照射)했다.
섬유아세포의 유형I 프로콜라겐에 미치는 가자열매 추출물의 영향은 ELISA에 의해 결정되었다. 본 실험에 사용된 실험재료 및 방법은 0.5–50 μg/mL 농도의 가자열매 추출물와 함께 24, 48 및 72시간 동안 배양한 후 인간피부 섬유아세포의 생존력을 나트륨 3'-[(페닐-아미노)-카르보닐]-3을 사용하여 평가했다. 비교 군으로 ICR 마우스에서 장기간 UVB 조사로 인한 피부두께 변화 및 콜라겐 함량은 에오신염색 조직절편과 히드록시프롤린의 분광도 측정으로 밝혀졌다.
시험관 내 연구에 의하면 가지 추출물은 UVB에 의해 유도된 MMP-1 및 MMP-13 발현을 감소시킨 반면 유형 I 프로콜라겐의 생성증가가 관찰되었다. 동물실험은 장기간 UVB조사된 ICR 마우스의 표피 피부두께와 콜라겐 함량에 대해 가자열매 에탄올 추출물을 투여한 그룹과 투여하지 않은 비교 군으로 나누어 측정하는 방법으로 시행되었다.
머리털을 면도로 제거한 UVB조사동물(마우스) 모델에서 수컷 ICR마우스는 만성적으로 UVB에 노출되어 표피두께와 하이드록시프롤린(hydroxyproline)의 손실을 초래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가자열매 에탄올추출물의 국소적용으로 완전히 방지되었다. 이 실험결과는 가자열매 추출물이 상피조직 손상에 대한 효과적인 보호제 임을 시사한다.
이와 같이 가자추출물은 항암활성(Saleem et al., 2002), 항당뇨활성(Sabu & Kuttan, 2002), 항돌연변이 활성(Kaur et al., 2002), 항균 활성(Malekzadeh et al., 2001), 충치예방효과(Jagtap & Karkera, 1999)등 다양한 생리활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김영진 박사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
치의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