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거래되고 있던 고도로 복잡한 금융 파생상품들은 정확한 가치를 매기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누구도 정확한 손익을 측정할 수 없었다. 약삭빠르고 부패한 내부자들 무리가 존재했고 그들은 시스템을 조작해 손쉽게 수익을 올렸다. 탐욕스러운 대출기관들은 아무 의심없는 주택 소유자들에게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를 팔았다.

정부의 규제는 너무 많고 관리감독은 부했다. 컴퓨터가 만들어낸 각종 모형과 거래 시스템이 폭주했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놀라운 ‘현실 부정’을 보여준다. 2008년 금융위기 사태가 터질 때까지 수백만 명의 사람이 매일 같이 투자와 관련한 의사결정을 내렸다. 

한 건의 거래가 성사될 때마다 구매자와 판매자는 이 고위험 투자상품으로부터 발을 뺄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시장에 거품이 있다고 경고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불과 몇 년 전에 대형 헤지펀드회사 롱텀 캐피털(Long-Term Capital Managenent)이 도산하면서 향후 더 큰 금융위기 사태가 어떤 식으로 발생할지를 정확히 보여줬었다. 더 오래된 기억을 끄집어낸다면 1987년의 거품붕괴사태도 있었고, 역사책을 읽었다면 1929년 주식시장 거품 형성 및 폭락 사태를 참조할 수도 있었다.

주택 구매자들 역시 계약금도 없는 주택 담보대출 및 이자율이 급상승하게 설계된 대출조건이 얼마나 위험할 지는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었다.

앞선 모든 분석이 무시한 것은 인간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성향이었다. 수백 만의 구매자와 판매자를 우르르 몰고 다녔던 인간의 비이성적 성향 말이다.

눈먼 돈의 유혹에 일단 한 번 빠지고 나자 아무리 많은 교육을 받은 투자자도 감정적으로 변했다. 각종 연구 결과며 전문가를 동원했지만 그건 이미 믿기로 작정한 생각들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이번에는 달라”, “집 값이 떨어지는 거 봤어?” 같은 말이 진리로 둔갑했다. 수많은 사람이 이렇게 무분별한 낙천주의에 휩쓸렸다. 그러다가 시장 붕괴와 패닉이 찾아왔고 이제는 원치 않아도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모두가 투기 광풍에 빠져 있었음에도 그런 사실을 인정하기는 커녕, 똑똑한 이들을 바보로 만들고 외부 요인만 탓하며 어떻게든 광기의 근원을 도외시하려했다. 이런 일은 비단 2008년 금융위기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1987년 및 1929년 시장 붕괴 1840년대 영국의 철도투자 열풍, 1720년대 영국 사우스 시 컴퍼니(South Sea Company) 투기사건 때도 사람들은 똑같은 설명을 늘어 놓았다.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고 투기 규제법안들이 통과됐다. 그러나 어느 것도 효과는 없었다.

경제에 거품이 형성되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감정적으로 크게 호소하기 때문이 다. 그 호소력은 개인이 혹시라도 갖고 있었을지 모를 추론 능력까지 완전히 제압해 버린다.

탐욕과 눈먼 돈, 빠른 결과를 좋아하는 것은 우리의 타고난 성향인데, 경제 거품은 바로 이 타고난 성향을 건드린다. 남들이 뻔히 돈버는 모습을 지켜 보면서 거기에 동참하지 않기란 쉽지 않다. 지구상의 그 어떤 규제도 본성을 통제할 만큼의 힘은 없다. 경제에 거품 생성과 붕괴가 계속 반복되는 것은 우리가 문제의 진짜 원인을 공략하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를 읽지 않는 사람들, 계속 호락호락 넘어가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앞으로 도 같은 일은 되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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