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

조우성 지음 | 서삼독 | 2022년 07월 07일 출간쪽수 320, 312 ISBN13    9791165345105, 9791165345112 / ISBN10    1165345102, 1165345110  사진출처: 교보문고 누리집
조우성 지음 | 서삼독 | 2022년 07월 07일 출간쪽수 320, 312 ISBN13    9791165345105, 9791165345112 / ISBN10    1165345102, 1165345110  사진출처: 교보문고 누리집

제목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 - I 삶과 태도에 관하여, II 일과 선택에 관하여 (2권 세트)

채널 ENA와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 중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몰이가 심상치 않다.

이 작품은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배우)의 대형 로펌 한바다(저자가 18년 동안 몸담았던 직장이 대한민국 5대 로펌 중 하나인 태평양, 순우리말로 큰 바다 또는 한바다-필자 주)에서의 생존기를 그리고 있다.

시청률은 회를 거듭할수록 상승하고 있다. “박은빈 배우가 인생작을 만났다”라는 기사들과 댓글들 또한 인터넷에 차고 넘친다. 이 작품에 적지 않은 에피소드들을 제공한 원작 역시 연일 화제다. 저자인 조우성 변호사(인스타그램 @jwslaw01) 역시 주목 받고 있다.

옴니버스(omnibus)식 구성의 책이기에 지적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인상적인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고 필자의 생각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이번 글을 쓰고자 한다. 저자가 법조인인 책의 소개는 더더욱 조심스럽다.

1 ‘유언장에 숨겨진 할머니의 진심’ 편
 사람들은 돈에 대해 직접 언급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돈에 대한 이야기가 품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집단적인 공감이 대한민국 사회에는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사에서 돈은 모두의 관심사이자 갈등의 씨앗이다.

자산가의 사망 시 죽음 자체보다 주목받는 것은 상속(相續)이다. 이러한 현실을 투영하듯 상속 관련 내용은 학교를 불문하고 모든 법과대학 혹은 법학과의 법학개론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기출문제들 중 하나이다.
 

본편은 장남 부부의 부양을 받는 할머니의 유언장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할머니에게는 세 명의 딸이 더 있었다. 상속과 관련하여 유류분(遺留分)과 기여분(寄與分)이라는 개념이 있다.

유류분이란 상속인이 유언 등 특수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법으로 규정된 기본 상속분의 최소 절반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안전장치이다. 기여분이란 부모의 재산형성에 기여하거나 부모를 부양한 자식에게 그 공로에 대한 반대급부로 기본 상속분보다 많은 상속분을 인정해주는 제도이다. 이 둘은 서로 충돌하는 측면이 있다. 법과 제도, 자식에 대한 애정이 혼재된 스토리가 인상적이다.
 

고부간의 갈등은 고대 그리스시대에도 존재했다는 사실이 문헌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먼 옛날부터 껄끄러웠던 고부 관계는 현대에 이르러서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미혼의 한 전문직 여성은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 “고아인 남자 또는 부모가 이민 간 남자”라고 답해 좌중을 놀라게 했다.
 

많은 며느리들이 코로나19가 끝나가는 상황을 아쉬워하고 있다. 최영미 시인의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제목을 닮은 ‘엔데믹, 잔치는 끝났다’라는 글을 며느리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는 이가 존재할지도 모르겠다. 본편을 읽으며 고부갈등은 영원한 난제(難題)임을 절감했다. 필자는 미혼임에도 불구하고.

2 ‘하늘의 그물망은 법보다 촘촘하다’ 편, ‘돌고 돈다, 인연은’ 편
 저자, 필자, 그리고 필자의 아버지가 자주 인용하는 ≪도덕경≫의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疎而不漏)’라는 구절이 있다. ‘하늘의 그물이 크고 커서 성긴듯하지만 하나도 놓치는 법이 없다.’는 뜻이다. 즉, 선한 자에게 상을 주고 악한 자에게 벌을 내리는 일을 빠뜨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불가(佛家)에서 인연(因緣)을 둘로 나누어 설명한다. 인(因)이란 특정한 결과를 야기하는 직접적인 원인을 뜻한다. 연(緣)이란 그 결과가 발생하는데 기여한 간접적인 원인을 말한다. 서울법대 출신의 저자를 예로 들면 타고난 출중한 지능은 ‘인’이고, 중고교 시절 책과 씨름하며 쏟아 부었던 노력은 ‘연’이 되어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진학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대한민국 치과계의 인적 네트워크는 실로 촘촘하다. 동일한 학교 출신일 경우 더욱 그러하다. 학교와 병원 안에서 선후배, 전공의와 학생 등의 관계로 얽혔던 이들이 치과대학 또는 치의학전문대학원 졸업 후 사회에서 또 만나 다시 설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본인의 동아리 직속 후배들을 제외한 학생들에게 유난히 혹독(酷毒)했던 보존과(conservative department, 보존치료와 근관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치과 분과 중 하나-필자 주) 여자 선배의 한마디가 씁쓸함과 함께 깨달음을 준다.
 

“사회에게 이렇게 만날 줄 알았으면 그 때 잘해드릴걸 그랬어요.”
 착하게 살자. 제발.
 배우 김민희와 열애 중인 홍상수 감독은 영화 <생활의 발견>에서 배우 김상경의 입을 빌어 스스로와 대중들에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기도 했다.
 “우리, 사람은 되기 힘들어도 괴물은 되지 맙시다!”

3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배우는 설득의 기술’ 편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 ≪수사학≫에 따르면 타인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에토스(ethos), 파토스(pathos), 로고스(logos)가 바로 그것이다.
 

에토스는 말하는 이의 매력 정도, 파토스는 듣는 이의 심리 상태, 로고스는 전달 내용의 논리 구조를 의미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에 따르면 전술(前述)한 세 가지 요소 중 가장 큰 힘을 가진 것은 에토스이다.
 성공적인 설득을 위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언은 다음과 같다. 맨 먼저 상대로부터 호감을 얻은 다음(에토스), 상대의 감정을 흔든다(파토스). 그리고 탄탄한 논리와 객관적 사실을 전달한다(로고스).
 

위 내용에 주목하는 이유는 타인을 설득하는 과정이 치과에서 환자 및 보호자에게 치료계획을 설명하고 동의를 얻는 과정과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치과에서 에토스는 치과 의료진의 평소 환자와의 관계, 학력, 약력, 외모, 태도, 발성 및 발음 등이다. 조인성과 흡사한 외모에 서울치대를 졸업하고 모교 병원에서 수련을 받은 예의 바른 치의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치료 상담이 시작되자마자 환자와 보호자는 승낙을 외칠 것이다. 에토스가 차고 넘치면 파토스와 로고스는 거들기만 하면 된다. 치의들이 에토스의 힘과 중요성을 경시하고 본인들의 매력을 높이는 일에 소홀한 것은 실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치과에서 파토스는 환자 및 보호자의 dental IQ, 재력, 품성, 매너 등이다. 파토스 지수가 높으면 상담은 잘 연마된 도재수복물(all ceramic restoration)의 표면처럼 매끄럽게 진행된다. 반대의 경우 완충장치 없는 자동차를 타고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것 마냥 매 순간 쿵쾅거리기 마련이다.
 치과에서의 로고스는 치의의 지식과 손기술, 정확한 진단과 합당한 치료계획 등이다. 예를 들어 심미적인 수복의 경우, 치의들은 자존심을 걸고 열과 성을 다하지만 실제 상담 과정에서는 설득력이 낮은 요소이다.

 ≪리더는 하루에 백 번 싸운다≫에 이어 두 번째로 저자의 책을 소개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일독(一讀)을 권한다.

“말하는 것은 지식의 영역이며 경청은 지혜의 특권이다.”
“It is the province of knowledge to speak and it is the privilege of wisdom to listen.” - 올리버 웬델 홈스(Oliver Wendell Holmes)

글_김병국 원장
포항죽파치과 원장
슬기로운 개원생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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