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습관
제목 ≪기획자의 습관≫
최장순 지음 | 더퀘스트 | 2020년 11월 11일 출간
쪽수 288
ISBN13 9791165213381 / ISBN10 1165213389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라고 한다면, ‘별 것 아닌 습관들이 어떻게 기획력을 증대시키는지 보여주는 테스트’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 프롤로그 중에서
<1박 2일>,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신서유기>, <윤식당>, <알쓸신잡>의 공통점은? 정답은 나영석 PD가 연출했다는 점이다. 1990년대가 ‘쌀집아저씨’ 김영희 PD의 전성시대였다면 2000년대는 <영자의 전성시대>가 아닌 ‘영석의 전성시대’라 칭해도 무리가 아니다. 나 PD는 소소한 일상을 소재로 시청자들에게 감동 최루탄을 선사하는데 있어서 가히 천부적 재능을 지녔다.
2021년 1월에 발표된 통계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9명이 소셜미디어를 사용한다. 우리는 바야흐로 ‘소셜미디어 시대(social media era)'를 살아가고 있다. 유튜브에 동영상 하나, 인스타그램에 사진 하나를 업로드 하더라도 기획력에 따라 ’좋아요‘와 댓글의 수가 하늘과 땅 차이다. 고로 현 시대에서 기획력은 곧 경쟁력이다.
지난 10여 년간 현대차, 현대건설, 대한축구협회(KFA), LG, 삼성전자, 구찌(GUCCI), 인천공항, CU, CJ 등 국내외 유수 기업들의 브랜드 철학과 전략, 네이밍, 디자인, 인테리어,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브랜드 매니지먼트 등을 컨설팅해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있다. 바로 이 책의 저자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저자는 기획자의 “생활, 공부, 생각” 습관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Part 1 기획자의 생활습관
관찰(볼 관觀, 살필 찰察)이란 ‘사물이나 현상을 주의하여 자세히 살펴봄’이란 뜻이다. 저자는 기획자가 마땅히 지녀야할 덕목으로 관찰을 꼽는다.
학창 시절 생리학(生理學,physiology) 수업 시간에 배웠던 구심성신경(求心性神經,afferent nerve, 원심성신경(遠心性神經,efferent nerve)에 관한 내용들이 기억나는가? 저자는 관찰을 방향성을 기준으로 구심성 관찰과 원심성 관찰로 나누어 설명하며 둘의 균형을 강조한다. 이와 동일한 맥락에서 독일의 철학자 헤겔(Georf Hegel)의 변증법(辨證法)과 관련된 개념들을 소개하며 우리의 인식이 즉자적(卽自的,an sich,in itself) 상태를 넘어 대자적(對自的,für sich,for itself) 상태로 전환되는 순간에 기획이 시작되며 그 여정의 출발선은 관찰이라고 이야기한다.
관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기획자로서의 면모가 드러나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저자는 자동차 관련 브랜딩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매장을 둘러보던 중 부부로 추정되는 한 커플의 대화를 엿들었다고 한다. SUV 구매를 간절히 원하는 남자와 뜨뜻미지근한 태도의 여자가 바로 그들이었다. 남자는 순간 기획자로 돌변하여 ‘SUV 구매의 장점들’을 나열하며 설득에 열중했다고 저자는 전한다. 이 목격담을 통해 구매 시 최종결정권자(final decision maker)는 여자임 깨달았다고 한다. 이는 치과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남녀 커플이 함께 치과에 내원한 경우 대규모 치료의 진행을 결정하는 것은 여자이다.
여자는 경제활동에 있어서 구매결정권뿐만 아니라 파급력에서도 남자보다 우월하다. 남자환자의 경우 내원하는 치과의 만족도가 높으면 그냥 계속 다닌다. 그냥 그걸로 끝이다. 여자환자의 경우 내원하는 치과의 만족도가 높으면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의 주인공로 변모한다.
가족, 친구, 지인들을 몽땅 이끌고 개선장군처럼 치과로 들어온다. 죽파치과에 내원하는 백선 님이 좋은 예다. 치료에 만족한 그는 어머니, 시어머니를 시작으로 본인의 자녀들, 언니와 그 자녀들까지 모조리 죽파치과로 인도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다.
앞서 살펴봤듯이 경제활동에 있어서 권력구도 및 상하관계는 명백하다. 여자는 결정하고 남자는 실행한다(Women decide, men act). 치과뿐만 아니라 영역을 막론하고 비즈니스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심(女心)1) 을 공략해야 한다.
1) 2020년 JTBC를 통해 방영되었던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주인공 박새로이(박서준 분)처럼 술집을 개업한다고 가정했을 때 주류(酒類), 안주, 인테리어 등 모든 카테고리에서 여성 고객들의 취향을 저격해야 성공할 수 있다. 남성들은 술집 선정에 있어서 선호도가 뚜렷하지 않으면서 여성들의 견해를 따르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화장실과 그에 딸린 파우더룸(powder room,화장하거나 몸을 단장하는 데 필요한 물품과 시설을 갖춘 방)이다. 넓고 쾌적한 화장실과 파우더룸이 있는 술집은 여성들의 사랑을 피할 수 없다. 술집의 차별화 포인트는 바로 화장실과 파우더룸이다. 술집 개업을 준비하는 미래의 사장들이여, 화장실과 파우더룸에 총력을 다하라! 그리하면 성공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Part 2 기획자의 공부습관
‘공부는 노력이다’에서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인용하여 정신의 세 단계 변화를 소개한다. 정신은 그 발전과 성숙 정도에 따라 ‘낙타, 사자, 어린아이’의 순서로 변화한다. 낙타는 초급자에 해당된다. 낙타에게 요구되는 덕목 또는 태도는 겸손, 성실, 수용 등이다. 사자는 중급자에 해당된다. 자유를 쟁취했지만 아직 스스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능력은 갖추지 못한 단계이다. 어린아이는 정신적 자유를 획득한 상급자에 해당된다. 이 단계에 도달한 이는 자신만의 독자적 정신세계를 구축한 사람으로서 새로운 창조 또는 해석이 가능하다.
뒤이어 저자는 기획자로서의 “독서, 대화, 표현”에 대한 견해와 노하우를 전한다. 각 장(章,chapter)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절(節,section)을 딱 하나씩만 골라 견해와 경험을 덧붙이자면 다음과 같다.
‘讀, 나의 독서이론’ 중 ‘좋은 책은 일단 사둔다’는 제목을 보는 순간 오래된 벗을 만난듯한 기분이 들었다. 필자도 저자와 같은 습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형님으로 모시는 전 청주 서울좋은치과병원의 이용권 원장이 수개월 전에 필자의 치과를 방문한 적이 있다. 퇴근할 때까지 대기 시간이 상당했기에 지루하지 아니했는지 묻자 그는 “재밌는 책이 원장실을 가득 채우고 있어서 그것들을 둘러보느라 지루할 틈이 없었다”고 답했다.
TV, 라디오, 소셜미디어, 잡지 등 각종 매체에서 소개된 양서(良書) 수백 권으로 원장실을 채워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손님들이 앉을 자리가 협소해졌다는 단점은 있지만. 현재 소개하는 이 책 역시 원장실 소파 위에 널브러진 책들을 정리하다 우연히 발견하여 읽게 되었다. 즉, 예전에 어떤 계기로 미리 사두었던 것이다.
‘話, 대화의 격률’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기획자의 대화술 : 자비의 원리’이다. 서양 철학 중 수사학(修辭學,rhetoric)에서의 ‘자비의 원리(Priciple of Charity)' 2)란 ’상대의 말을 받아들일 때, 상대가 합리적이라는 가정 아래 그의 논증이 참이 되는 쪽으로 그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려는 태도‘를 일컫는다. 이는 일상 속에서 타인에게 맹목적 비난이 아닌 합리적 비판을 제기하기 위해 현대인들이 반드시 갖추어야할 덕목이라 생각한다.
2)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그에게 영향을 끼치기 위한 언어기법을 연구하는 학문.
‘作, 표현 학습법’ 중 ‘글은 일단 쓰고 본다 : SNS 글쓰기’는 독자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부분이다. 저자는 쓰고자하는 열망은 있지만 부담감 때문에 글쓰기를 쉽게 시작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자신감이라는 추진력을 선물한다.
Part 3 기획자의 생각습관
‘생각의 두 관점’에서는 기획자들을 성향에 따라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하나는 감각적 경험을 중시하는 ‘크리에이터(creator)’이고 다른 하나는 논리 및 인과관계를 중시하는 ‘전략가(strategist)’이다. 이는 치의 집단뿐 아니라 모든 직종의 구성원들에게 적용 가능하다.
결론은 버킹검이 아니라 늘 그렇듯 ‘양자(兩者)의 조화가 중요하다’이다. 필자 본인은 언제나 ‘창의성(creativity)를 갖춘 전략가’가 되길 희망한다.
‘발상의 힘’에서는 ‘왜(why)’라는 화두를 던지며 ‘철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철학이 없는 치과는 철학이 없는 기업 또는 브랜드가 그러하듯 고객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금시에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천개의 눈, 천개의 길’ 중 ‘좋은 영화는 세 번 이상 본다’를 통해 저자와 필자의 교집합을 다시금 확인했다.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가 바로 그것이다. 철학, 그리스신화, 크리스트교, 불교, 공각기동대, 인공지능 등에 대한 수많은 비유(metaphor)와 오마주(hommage)를 발견하는 재미가 무궁무진한 영화다.
저자는 좋은 영화를 ‘관객’, ‘감독과 스텝’, ‘배우들’ 각각의 관점에서 세 번 이상 ‘읽는’다고 한다. 좋은 책 또한 ‘작가가 의도한 의미’, ‘텍스트 자체가 지니고 만들어내는 의미’, ‘독자가 읽으며 본인과 관련된 상황에 대입하고 해석하는 의미’ 각각을 음미하기 위해 반복해서 읽을 것을 저자는 권유한다.
지금 소개하는 이 책이 독자들에게 세 번 이상 읽히는 영광과 호사를 누리기를 기원하며 일독(一讀)을 권한다.
우리의 일상 자체가 기획의 연속이다. (중략) 연인과의 데이트를 기획하는 것도 당신의 몫이며, 매년 돌아오는 죽마고우의 생일에 질리지 않는 선물을 고르는 기획 역시 당신의 몫이다. 아내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연속 이틀 술자리를 할 수 있는 것 또한 당신의 기획력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 에필로그 중에서
글_김병국
포항죽파치과원장
슬기로운 개원생활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