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브랜드

임태수 저 | 안그라픽스 | 2016년 10월 31일쪽수 232ISBN13 9788970598697 / ISBN10 8970598693
임태수 저 | 안그라픽스 | 2016년 10월 31일쪽수 232ISBN13 9788970598697 / ISBN10 8970598693

우리나라 최고의 보컬리스트
 ‘우리나라 최고의 보컬리스트(vocalist)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에 많은 이들이 김범수, 나얼, 박효신, 이수(엠씨더맥스) 등을 꼽는다. 성시경이라고 답하는 이는 아마도 극히 드물 것이다. 고음을 중시하는 국내 음악계 정서 상 폭발적인 고음과 풍부한 성량을 소유하지 못한 성시경은 ‘최고의 보컬리스트’ 카테고리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성시경은 특유의 부드러운 음색으로 <거리에서>, <내게 오는 길>, <넌 감동이었어>, <희재> 등 수많은 곡들을 히트시키며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에게 ‘모다시경'1)이라는 별명을 선물한 댄스곡 <미소천사> 역시 발라드 가수인 그가 히트시킨 곡들 중 하나이다.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격언이 있다. 비슷한 표현으로 ‘기대하지 않았던 자식이 효도한다’가 있다. 이 책이 꼭 그러하다. 이 책은 성시경, 굽은 소나무, 기대하지 않았던 자식이다.
 
프롤로그(prologue) 또는 인트로(intro)에 해당하는 ‘시작하며’에서 다음과 같이 조심스러운 자세로 본인의 의중을 드러냈다.
 “브랜드와 관련한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엮은 책이기에 강력한 브랜드를 만드는 방법이나 차별화 전략 같은 지식의 습득을 기대하지 않았으면 한다. 다만 한 브랜드 기획자의 경험과 생각이 담긴 포트폴리오를 통해 ‘좋은 브랜드란 무엇인지’ ‘좋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 어떠한 마음가짐과 자세를 지녀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해보고, 많은 사람들이 ‘올바른 브랜드에 대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보람될 것이다.”
 
이 부분을 읽고 ‘이 책은 브랜드에 관한 소소한 에세이구나. 50쪽까지만 읽어보고 실익(實益)이 없다고 판단되면 덮자. 세상은 넓고 유익한 책은 많으니까!’라고 결심한 나였다. 2023년 계묘년(癸卯年)의 첫날 새벽 2시, 나는 풍덩 빠져들고 말았다. 이 책에. 명절 때 휴게소에 들르지 않고 부모님이 계신 고향집까지 내달리는 자식마냥 마지막 쪽까지 쭉 읽어 내려갔다.

보물찾기
 저자는 23개의 편린(片鱗)에 각각의 제목을 붙여 브랜드와 관련된 이야기를 덤덤하게 풀어나간다. 이 책에는 애플, 네스트호텔, 무인양품, 코스(COS), 프라이탁, 메종마르지엘라, 쓰타야서점, 발뮤다, 커먼프로젝트, 29CM, 소심한책방, 하동관, 앤트러사이트 등 국내외 여러 브랜드들의 생생한 사례들이 담겨있다. 이 브랜드들의 성공 배경, 강점과 약점, 아쉬운 부분에 대한 저자의 의견 등이 브랜드의 기본 개념들과 함께 차분한 문체(文體) 안에 담겨 있다.
 
문학소년이 지었을법한 감성적인 제목 뒤에 숨겨진 브랜드 관련 주요 개념들을 찾아내는 과정은 흡사 학창 시절 소풍 가서 했던 ‘보물찾기’와 같다. 실제로 ‘올바른 브랜드는 싸우지 않는다’는 브랜드 전략(brand strategy), ‘브랜드의 힘은 구성원으로부터’는 인터널 브랜딩(internal branding),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는 브랜드 충성도(brand loyalty), ‘자고 있는 감각을 깨우자’는 오감(五感) 브랜딩, ‘플랫폼의 진화’는 브랜드 경험(brand experience), ‘브랜드라는 사람’은 브랜드 개성(brand personality)에 관한 내용들을 각각 담고 있다.

글을 읽어 내려가며 숨겨진 보물을 직접 발견하는 과정은 독자들에게 묘한 긴장감과 희열(喜悅)을 제공할 것이다. 필자에게 기대 이상의 만족을 선사한 이 책을 독자들에게 자신 있게 권하는 바이다.

 10년 가까이 브랜드와 브랜드 디자인을 기획하는 일을 하면서 회사에서의 업무와 일상생활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책을 꼽자면 『데이비드 아커의 브랜드 경영 Building Strong Brands』도 아니고 케빈 켈러의 『브랜드 매니지먼트』도 아닌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들이다. (중략)
 
하루키의 에세이에 따르면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진정한 남자가 되기 위해 네 가지를 이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무를 심고, 투우를 하고, 책을 쓰고, 아들을 낳는 것이다. 어렸을 적 식목일마다 나무를 심었고, 부족하지만 이렇게 책을 내게 되었으니, 이제 아들을 낳고 함께 스페인으로 떠나는 일만 남았다. - 임태수 (본문 중에서)

1)콘서트 중 성시경이 <미소천사>를 시작하기 직전에 관객들에게 “이 시대 최고의 댄스곡은 모다(뭐다)?”라고 질문했던 것에서 파생된 별명. 성시경은 ‘모다시경’뿐만 아니라 삐뚤빼뚤한 아랫니(하악 전치부 총생)로 인해 ‘주상절리(柱狀節理)’라고도 불림.

글_김병국
포항죽파치과원장
슬기로운 개원생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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