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로 남는다는 것
국문과와 국어교육과
1998년 순천고등학교 1학년 7반에 함께 배정된 이후 지금까지도 끈적끈적한 우정을 유지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 그 주인공은 김성선. 가나다 순으로 배정받은 번호마저 각각 5번과 6번으로 딱 붙어있었기에 서로에게 더욱 더 애착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내 절친 성선이는 대학에서 ‘국어교육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적지 않는 이들이 그의 전공을 ‘국문학’으로 오인하곤 했다. 심지어 그의 모친인 강순화 여사님마저도.
“순화 언니, 언니 둘째 아들 전공이 뭐랬지?”
“우리 선이? 국문학과!”
이런 웃지 못 할 상황들이 성선이가 졸업한 이후에도 꽤나 자주 벌어졌다.
마케팅과 브랜딩
브랜드와 브랜딩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는 마케팅이 위와 유사한 오해를 자주 받았다. 영업(sales)과 동일한 것이라는. 영업은 ‘물건을 파는 것’이다. 영업은 광고, PR(Public Relation), 판촉, 할인, 비용, 상표 관리, 디자인, 가격 정책, 조사 등과 함께 마케팅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 중 하나이다. 즉, 영업은 마케팅의 한 부분이다.
마케팅은 ‘개인과 조직의 목표를 만족시키는 교환을 창출하기 위해 제품‧서비스의 가격, 촉진 및 유통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이다.
브랜드란 ‘상품이나 서비스를 경쟁자의 그것과 구별하기 위해 붙인 이름, 심벌, 디자인 혹은 이들의 조합’)이다. 브랜딩은 ‘브랜드 컨셉(concept)을 관리하는 과정’(저자 홍성태의 정의)이다. 즉, 브랜딩은 브랜드가 가진 막연한 이미지를 실체화(實體化)하는 과정이다.
영업에서 출발해서 마케팅, 브랜딩으로 갈수록 추상성이 강하다. 아울러 영업에서 마케팅, 브랜딩으로 갈수록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러한 차이와는 별개로 마케팅과 브랜딩 사이에는 중첩되는 부분(교집합)이 존재한다. 차별화(differentiation)가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차별화는 마케팅과 브랜딩 모두에서 필수 요소이자 중요 요소로 꼽힌다.
옥에도 티가 있다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인 저자의 최신작에도 몇 가지 옥에 티는 존재한다.
첫째, 자화자찬(自畵自讚). 누군가는 말했다. ‘인간이 가장 하기 힘든 것들 중 하나가 겸손’이라고. 주행 중인 차량 앞으로 불쑥 뛰어드는 초등학생처럼 책 중간 중간에 저자의 셀프칭찬이 튀어나온다. 일부 치과대학 교수님들의 자기애에 비하면 저자의 그것은 미미하다. 충분한 면역력을 갖춘 독자들은 가볍게 웃어넘기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둘째, 편애(偏愛). 삼성과 이건희, 현대카드와 정태영, 배달의민족과 김봉진. 모두 저자가 편애하는 기업과 경영자들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독자들 역시 나의 견해에 자연스레 공감하게 될 것이다. 가난, 기침, 사랑은 결코 숨길 수 없는 것들이다.
총 정리 끝판왕
이 책의 매력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깔끔한 정리. 마케팅에서부터 브랜딩에 이르는 엄청난 양의 지식을 이 책보다 더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은 여태까지 없었다. 이 책에 수록된 내용을 저자보다 더 쉽게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저자는 브랜딩이 ‘컨셉 잡기(concepting)’와 ‘체험시키기(experiencing)’이라는 두 가지로 이뤄져 있다고 말한다. 전자를 잘하기 위한 과정으로 일곱가지 체크 포인트인 ‘7C’와 ‘차별성(차별화)’를 제안한다. 후자를 잘하기 위한 과정으로 일곱 가지 체크 포인트인 ‘7E’와 ‘신제품 확산(diffusion)’을 제안한다.
둘째, 최신 사례. 저자는 테슬라(Tesla), 발렌시아가(Balenciaga), 발뮤다(Balmuda), 파타고니아(Patagonia) 등 최근 가장 각광받는 기업들의 생생한 최근 사례들을 이 책의 재료로 삼았다.
셋째, 엄선된 양서(良書)들. 유익한 책들이 은하수처럼 쏟아진다. 저자가 직접 검증한 양서들을 직접 소개받는 호사(好事)를 누릴 수 있다.
브랜드와 브랜딩으로 인해 두통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이라는 효과 확실한 해독제를 소개한다.
지난 10여 년간, 크고 작은 사업을 하는 경영자들이 마음 새겼으면 하는 화두를 고민하고 일련의 졸저에 담아 왔다.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에는 ‘나음’을, ≪나음보다 다름≫에는 ‘다름’을, ≪배민다움≫에는 ‘다움’을, ≪그로잉 업≫에서는 ‘키움’이라는 화두를 다뤘다. 이번에는 그 연장선으로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래서 스타트업을 막 벗어나 성장기에 들어서려는 기업을 염두에 두고 책을 썼다. - 홍성태, 머리글 중에서
글_김병국
포항죽파치과원장
슬기로운 개원생활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