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음보다 다름

홍성태, 조수용 저 | 북스톤 | 2015년 05월 01일 쪽수 284 ISBN13    9791195463824 / ISBN10 1195463820
홍성태, 조수용 저 | 북스톤 | 2015년 05월 01일 쪽수 284 ISBN13    9791195463824 / ISBN10 1195463820

“경쟁사보다 더 잘 만드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다르게 만들 궁리를 하세요(Better is not enough. Try to be different).” - 스티브 잡스(Steve Jobs)

자부심(pride)
 의사들은 본인들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대표적인 직군이다. 의사들은 의사면허를 취득하기까지 6년에서 8년의 학창 시절 동안 엄청난 양의 지식을 습득한다. 의사 면허 취득까지의 과정은 연습 경기에 불과하다. 치열한 본 경기는 의사 면허 취득 이후부터다. 의과는 5년(인턴 1년, 레지던트 4년), 치과는 4년(인턴 1년, 레지던트 3년)의 수련 기간이 책정되어 있다. 긴 기간 동안 쌓은 방대한 양의 전문지식이 자부심의 근간으로 추정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유수의 호텔들에서 체크인 시 신상정보를 기입하는 란에 Mr., Ms., Mrs.라는 호칭과  함께 Dr.가 나란히 배열된 것 역시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사회의 존중과 경외심을 보여주는 한 예이다. 한중일(韓中日) 3국(國)을 중심으로 한 한자(漢字) 문화권에서 의사를 표기할 때 ‘스승 사(師)’ 자(字)를 사용한다. 이는 변호사(辯護士), 회계사(會計士), 변리사(辨理士) 등의 직업을 표기할 때 ‘선비 사(士)’ 자를 사용하는 것과 대조된다. 이 역시 예우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얼어붙은 개원가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경쟁은 치열해지기 마련이다. 대한민국의 의료시장 역시 무한경쟁체제로 접어든지 오래다. 6년에서 8년의 학생 시절, 4년에서 5년의 전공의 시절(추가로 전임의 과정을 밟을 경우 2년 이상 추가)을 거쳐 3년의 군인(군의관 또는 공중보건의) 시절을 통과하고서야 남자 의사는 비로소 사회로 나올 수 있다(굴레를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다. 의사는 전문의 면허를 취득한 이후에도 수 년 간의 봉직의(페이닥터) 생활을 하며 지식, 경험, 자본을 축적한 다음에야 개원을 할 수 있다. ‘내 클리닉을 개원하기만 하면 드라마 <허준>에서 봤던 것처럼 환자들이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루겠지?’라는 생각은 대부분의 경우 틀릴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개원의들 사이의 경쟁은 치열하다.
 

직장에 출근해서 성실히 근무하기만 하면 일정한 금액이 확실하게 보장되는 봉직의의 급여와는 달리 개원의 급여에는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가 없다. 병의원의 월 매출이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면 당월에 원장이 집에 가져갈 수 있는 금액은 0(zero)다. 

모두가 '노(No)'라고 말할 때
 쉰이 넘은 중년 남성이 하던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 했다. 아내, 친구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지인들이 사업계획을 듣고 그를 말렸다. 주변 사람들은 ‘그 나이는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하는 나이가 아니다’라며 그를 만류했다. 하지만 굳건한 의지를 가진 이 중년 남성은 1년 동안 준비를 한 후 결국 본인의 뜻대로 햄버거 가게를 열었다. 이 때가 그의 나이 53세였다. 이 남자의 이름은 레이 크록(Ray Kroc)이며, 이 가게의 이름은 맥도날드(McDonald's)다.

세계 9위 브랜드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Interbrand)"에서 발표한 2021년 세계 100대 브랜드(Best Global Brands 2021)에 따르면 맥도날드의 브랜드 가치는 약 442억 달러(한화로 57조 원)다. 이는 세계 9위로 맥도날드보다 높은 브랜드 가치를 지닌 기업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삼성, 코카콜라, 토요타, 메르세데스-벤츠뿐이다.

버거 하나를 팔기 위해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맥도날드를 세계 9위의 브랜드로 성장시킨 원동력인 창업자인 레이 크록의 경영철학 “QSCV"이다. 블리자드 사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 중 테란 종족의 일꾼 유닛인 SCV를 연상시키는 이 경영철학은 ”quality, service, cleanliness and value"의 준말이다. 맥도날드는 양질의 재료를 기반으로 표준화된 과정을 통해 음식을 만든다(quality). 맥도날드의 직원들은 친절과 미소를 늘 지니고 있다(service). 맥도날드 점포의 실내 조명등은 늘 청결하게 유지된다.

햄버거를 먹기 위해 크게 입을 벌렸을 때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조명에 향한다는 사실에 착안한 전략이다. 또한 맥도날드는 직원들에게 화장실의 청결을 강박적인 수준으로 강조한다. 화장실이 깨끗하면 주방 역시 깨끗할 거라고 고객들은 어림짐작 할 테니까(cleanliness). 맥도날드는 햄버거 포장지마저 양질의 것을 엄선한 다음 깨끗하고 고급스럽게 치장하여 고객들에게 제공한다. 맥도날드의 이러한 노력의 결과 고객들은 내가 먹는 햄버거가 본인들이 지불한 값보다 더 가치 있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value).
 레이 크록은 “내가 품질, 서비스, 청결, 가치를 말할 때마다 벽돌을 쌓았다면 대서양을 횡단한 다리를 놓았을 것이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장사꾼도 햄버거 하나를 팔기 위해 수십 년 전부터 경영철학을 세우고 이를 엄격히 실천했다. 그에 반해 2023년 현재를 살아가는 원장들은 어떤 철학, 사명(mission), 비전(vision)을 가지고 병의원을 경영하고 있는가? 선뜻 답을 내놓는 원장은 드물 것이라 확신한다. 왜냐하면 생각해본 적이 없는 이들이 태반일 테니까.

인식의 싸움
“마케팅은 제품의 싸움이 아니다. 인식의 싸움이다.” - 잭 트라우트(Jack Trout)

 이는 마케팅에 종사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까지 널리 알려진 격언이다. ‘브랜드학의 아버지’인 데이비드 아커(David A. Aaker) 역시 브랜드 가치(brand equity)의 다섯 가지 구성요소 2)중 하나로 ‘인식된 품질(perceived quality)'를 꼽았다. 다시 강조하지만 그냥 ‘품질(quality)’이 아니라 ‘인식된 품질’이다. 고객들의 인식 속에서 안전(safety)이라는 키워드는 볼보(Volvo)에게 이미 점령당한지 오래다. 아우디(Audi)를 위시한 경쟁업체들이 볼보의 안전검사결과보다 우수한 결과를 고객들에게 아무리 들이밀어 봤자 무용지물(無用之物)인 이유이다. 안전에 관해서는 볼보가 고객들의 인식을 지배하고 있고 앞으로 지배할 것이다. 홍성태와 조수용, 이 책의 두 저자 역시 데이비드 아커 교수와 동일한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차별화 5부작
 이 책은 총 5부(部)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차별화를 위한 중요한 기준으로 인식의 유사점(point of parity)과 인식의 차별점(point of difference)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2부에서는 ‘실제적인 차이(substantive difference)’를 만들어내는 차별화의 핵심 역량 다섯 가지(가격, 가성비, 기능, 품질, 명성)에 대하여 자세히 기술한다.
 3부에서는 실제적인 차별점을 고객들의 인식 속에서도 독특함으로 인식시키기 위한, 즉 ‘인식상의 차이(perceptual difference)'를 양산해내기 위한 아홉 가지 커뮤니케이션 방안을 ‘F.O.B.(first, only, best)’로 정리하여 설명한다.
 4부에서는 차별화의 궁극적인 목표인 궤도 유지의 방법을 전한다.
 5부에서는 차별화가 제대로 진행되었는지 스스로 점검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안내한다. 차별화의 필수요건인 3D(desirable, distinctive, durable)를 활용하여 차별화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매순간 점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것은 차별화를 위한 책
 얼마 전 본 지면을 통해 이근상이 쓴 ≪이것은 작은 브랜드를 위한 책≫을 소개한 적이 있다. 그 책이 작은 브랜드를 위한 책이라면 ‘이것은 차별화를 위한 책’이다. 이것은 저자들이 독자들의 뇌까지(B2B:brain to brain-필자 주) 차별화와 관련된 지식들을 직접 배송해주는 친절한 책이다. 이 책을 읽는 것이 후회 없는 선택이자 최고의 선택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호모 사피엔스를 설명하는 탁월한 묘사 중 하나는, 무엇보다 변화를 만들어내는 동물이라는 것이다(One of the few good descriptions of Home Sapiens is that he is, above all, a change-making animal).” - 존 로버츠(John Roberts), 《세계의 역사(History of the World)》 중에서

1)주가지수의 상하 변동 폭이 10%를 넘는 상태가 1분간 지속될 때 현물은 물론 선물 옵션의 매매거래를 중단시키는 제도를 말한다. 서킷 브레이커는 과열된 회로를 차단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듯이 투자자들에게 잠시 숨돌릴 틈을 줘 이성을 되찾아 매매에 참가하라는 취지가 담겨있다(출처:한경 경제용어사전).

2)아커에 따르면 브랜드 가치(brand equity)가 '브랜드 인지도(brand awareness)', '브랜드 충성도(brand loyalty)', '고객이 인식하는 제품의 질(perceived quality)', 브랜드의 연상 이미지(associations), 특허와 등록상표 및 유통관계 등과 같은 독점적 브랜드 가치(앞서 말한 brand equity의 구성요소이자 하부항목이므로 반드시 구별 필요-필자 주)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글_김병국 
포항죽파치과원장
슬기로운 개원생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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