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화(金銀花, 인동꽃)
옛날에 금화(金花)와 은화(銀花)라는 자매가 살았다. 둘은 언제나 같이 살다가 같은 날 죽기로 약속할 만큼 사이가 좋았다.
어느 해인가 그 자매가 살던 고을에 원인을 알 수 없는 괴질이 만연해 언니 금화가 먼저 그 병에 걸리고 이어서 동생도 같은 병에 전염돼 죽음에 이르게 됐다. 두 자매는 ‘우리가 죽어서 이런 나쁜 병을 치료하는 약초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같은 날에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자매가 병사한 자리에서 새싹이 돋아나 피어난 꽃이 바로 금은화였다고 한다. 전설속의 자매처럼 금은화는 언제나 두 송이가 쌍을 이뤄 피는데 노란색 꽃인 금화와 흰색의 은화가 항상 함께 있어서 금은화(金銀花)라 부른다. 꽃이 처음 필 때는 흰색이었지만 다음의 꽃이 필 때는 먼저 피었던 꽃이 노란색으로 변해서 항상 흰 꽃과 노란 꽃이 반반씩 섞여있다.
금은화는 원래 동아시아의 재래종으로 약 1,500년 전 중국 하남성(河南省) 봉구현(封邱縣)에서 약용으로 광범위하게 재배했다고 기록돼 있다. 청(淸)나라 시절의 의서 『연수방단(燕守方丹)』에 의하면 ‘금은화는 위장병이나 천식을 비롯한 여러 가지 질환에 유효하며 피부를 항상 촉촉하게 유지시키고 젊어지게 한다’고 기록돼 있는데 이로 인해 중국에서는 금은화 차, 금은화 주를 비롯해 금은화 요구르트까지 판매된다. 또한 화장품에도 폭넓게 사용되는데 최근에는 로션이나 크림종류 뿐만 아니라 ‘금은화 페이셜 마스크’까지 나와 있다.
금은화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미국 등의 국가에 토착화된 귀화식물이지만 재배지를 넘어 야생으로 광범위하게 과잉 번식하는 바람에 북아메리카 일부 및 뉴질랜드 등에서는 농장을 잠식하는 퇴치대상 식물로 지정하고 있을 정도다.
금은화는 겨울에도 잎이 지거나 시들지 않고 추위를 이겨낸다고 해 일명 인동초(忍冬草))로 불리므로 그 꽃을 인동꽃이라고 일컫게 됐다. 꽃봉오리는 작은 막대 모양 또는 깔때기 모양이고 꽃은 입술 모양인데 전체 꽃 길이는 15∼35mm 정도이다.
인동꽃은 꽃 자체도 이름답지만 특히 향기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 번식은 주로 꺾꽂이로 하는데 봄에 가지를 10cm 정도 잘라 마사토나 모래에 꽂아주면 뿌리가 내린다. 뿌리가 내릴 때까지 마르지 않도록 직사광선을 거려주는 것이 좋다. 씨앗을 심는 실생(實生)은 가을에 채취한 열매를 모래에 묻어 뒀다가 봄에 꺼내서 파종하면 된다. 조경수로 사용할 때는 나무나 철제 기둥을 세워 덩굴이 타고 오르도록 해주면 원하는 대로 아름다운 수형을 만들 수 있다.
인동꽃에는 유기산(Chlorogenic acid)과 루테올린(Luteolin), 이노시톨(Inositol)이 약 1% 들어 있고 그 외에도 사포닌(Saponin)과 탄닌(Tannin) 등 매우 다양한 유효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금은화의 알려진 효능 중 과학적으로 확인된 부분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항염증 작용
금은화 추출물 중의 이노시톨이나 타닌성분 등에 의한 항염 및 해열효과는 먼저 비만세포 활성억제와 염증매개인자 저해, 그리고 이로 인한 관절염을 비롯한 염증성 질환의 부종감소와 통증완화로 요약될 수 있다.
인동초에 함유된 유기산, 즉 chlorogenic acid와 rutin은 항원제시세포(antigen presenting cell)의 B7 molecule이 T-cell의 증식에 필요한 CD28과의 결합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기초연구결과를 통해서 확인됐다. 이 결과는 CD4+T-cell의 다른 면역학적기전을 손상시키지 않고 염증유발에 관여하는 부분만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기 때문이다. 즉 금은화 추출물 중 protocatechuic acid는 ROS 생성 및 iNOS의 mRNA 발현만 억제했으며 methyl caffeate는 LPS로 유발되는 다양한 염증유발 인자를 효과적으로 저해시켰다.
인동초의 성분 중 감염성 관절염에 대한 Ochnaflavone, chlorogenic acid와 rutin의 개선효과를 면역학적 측면에서 조사한 결과 이 세 가지 성분은 T-lymphocyte의 증식억제와 더불어 CD4+T-cell에 작용해 관절염을 유발하는 Th1 면역반응 과정을 항관절염 효과를 발현하는 Th2 면역반응으로 전환시키는 기능이 확인됐다. 후속 연구결과 인동초의 관절염 치료효과에 관해서는 세 가지 성분 중 Ochnaflavone의 효과가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또한 루테올린 성분은 천식을 유발하는 케모카인(Chemokine)의 분비를 억제함으로써 염증세포로부터 폐 세포를 보호할 뿐 아니라 기관지손상 개선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2) 위장질환 개선효과
금은화의 주요 성분인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 CGA)’은 위염이나 위궤양 증상의 완화를 돕는다. 실제로 위궤양 유발 쥐에게 금은화 추출물을 8일간 경구로 투여한 결과 클로로겐산에 의해 위 점막보호에 중요한 프로스타글란딘이 증가한 사실이 확인됐다(Journal of Medicinal Food).
또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19세 이상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금은화 성분인 Lonicerin, Luteolin-n-rhamnoglucoside에 의한 위장관증상개선 평가척도(GSRS)를 시험한 결과 평가항목 15개 중 복부팽만, 구토, 복통, 위산 역류를 비롯한 13개 항목의 개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세균성 위장질환과 장염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3) 항균 및 항바이러스효과
인동꽃 추출물은 전신질환 중 티푸스균, 파라티푸스균, 대장균, 녹농균, 백일해균, 변형균, 포도상구균, 연쇄상구균, 폐렴쌍구균, 뇌막염구균 등의 여러 가지 세균성질환에 대해 억제작용을 한다.
실험결과에 의하면 인동초 추출물에 의한 세균의 최소억제농도(MIC)는 ‘스타필로코커스 아우레우스(Staphylococcus aureus, ATCC 6538)’ 균주인 경우에서 1.15%, 그리고 ‘에스체리치아 콜리(Escherichia coli, ATCC 10536)’에서는 0.625%, ‘슈도모나스 애루지노사(Pseudomonas aeruginosa, ATCC 15522)’ 0.9375%, 또 다른 균주인 ‘프로피오니박테리움 엑니(Propionibacterium acnes, ATCC 6919)’ 1.15%, 곰팡이속인 ‘칸디다 알비칸스(Candida albicans, ATCC)’인 경우는 1.1% 정도로 나타났다.
또한 1980년대 이후로 금은화의 항바이러스 작용이 연구됐는데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HSV(단순포진바이러스), PRV(광견병바이러스), NDV(뉴캐슬병바이러스)등에 대한 억제작용이 확인됐다. 그 외에도 인플루엔자에 감염시킨 실험동물에 Chlorogenic acid를 사용해 증상을 호전시켰다는 보고도 있으며 2003년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Sars) 유행 시 Sars를 유발하는 코로나바이러스 억제제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4) 항-임신(Anti-pregnant) 활성 및 월경과다나 생리통 등 부인병 개선효과
루리세린, 플라보노이드, 탄닌, 알칼로이드, 루테루닌, 이노시톨, 사포닌, 로니세린, 및 루테오린 성분이 함유돼 있어 항-임신 활성과 생리통이나 월경과다를 비롯한 냉, 대하 등 부인과질환의 개선효과가 있다. 금은화 추출물의 임신방해효과는 혈청 프로게스테론 감소와 프로스타글란딘-유사작용에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 아피게닌, 로니세란, 루테올린 등에 의한 항산화활
성 촉진으로 항암효과 및 피부미용개선암세포 증식억제 기능과 함께 기미, 잡티 제거효과로 피부미용을 증진시킨다. 그리고 각종 비타민, 단백질, 무기질 등에 의한 간 보호(hepatoprotective) 및 탈모개선 효과도 있다.
6) 루테올린에 의한 이뇨촉진 효능
신장염 증상개선이나 부종해소 목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이처럼 금은화에는 항균작용과 함께 전신적 또는 국소적 염증에 잘 듣는 성분들이 다량 함유돼 있어서 치은염이나 치주염뿐만 아니라 구강 내 궤양성병소에도 유효하므로 치약이나 국소용제 또는 구강린스용 가글 액에도 첨가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