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해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강: ‘좋은 의사’, 열다섯 번째 시간입니다. 환자 입장에서 겪는 질병경험에 대해 강의실에서 하는 수업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말씀하셨습니다, 지난번에. 

샘: 사실 환자경험이 아예 없진 않죠. 채혈이나 몇 가지는 서로 직접 해보고 배우니까요. 

강: 예, 병원 회진도 따라가고요. 그래도 환자의 질병경험을 배울 기회가 따로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죠?  

샘: 물론 환자의 경험이 기록된 자료를 나눠주거나 환자와 대화를 나누고 회진 때에는 환자와 나누는 대화를 듣기도 하죠. 또 학생들 중에는 본인이 아파서 환자가 되기도 하죠.   

강: 그럼에도 학생들이 입원환자처럼 병실에서 지내봐야 한다는 말씀이세요? 

샘: 입원환자의 삶에 참여해 관찰하는 입장으로 병실에서 48시간 지내보는 게 안 될까요? 

강: 글쎄요. 가능하긴 할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샘: 빈 병실이 있을 때 학생에게 통보해서 병실을 배당받게 하면 될 겁니다.  

강: 그래도 학생들을 다 가능할까요? 이런 생각이 이전에 전혀 없었을 것 같지도 않아요. 고려는 해봤지만 집어치우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또 이게 어떤 연례행사처럼 되면 학생들에게 기대하는 효과가 나올까 싶기도 하고요. 그리고 저는 실행가능성 말고 다른 생각도 드는데요.  실제 학생들이 병실에서 지내는 게 좀 아니라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어요. 지금 생각은 그래요 선생님.  

샘: 그렇게 생각하는군요. 

강: 제 생각이 뒤죽박죽이네요. 해선 안 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좀 들고 실행이 되지 않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샘: 하여간 아니라는 쪽으로 기우는 건 확실하군요. 

강: 예, 지금 전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와 딱히 연관되는 것 같진 않는데 병원과 학생과 환자에 대한 생각이에요. 사실 대학병원이면 병원이 곧 교육수련기관 겸 진료기관의 역할을 하는 곳이니까 병원에 오시는 분들 스스로 학생이나 수련의가 자신의 진료과정을 참관할 수 있다는 생각을 으레 하시고 계시면 좋겠다 생각하다가도 또 그분들 입장에서 생각하면 그게 어렵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거든요. 그래서 전 학생들을 병원 내에서는 의료진의 구성원으로 아이덴티파이하는 방향으로 결국 가야 하지 않을까 해요. 

샘: 그게 본심이었군요. 사실 다른 방법으로 질병의 현상학을 공부하는 실질적인 방법에 버금가는 것이 영화나 비디오영상을 보는 것일 텐데 의대에서 직접 만든 자료도 몇 건 있어요. 

강: : 네, 선생님. 

샘: 의대에서 만든 영상자료 중에는 가스폭발사고로 극심한 화상을 입고 앞을 못 보게 되고 걸을 수도 없게 된 환자에 대한 영상자료가 있어요. 환자가 치료중단을 요구하면서 결국 법정까지 가지만 환자가 패소하죠. 

강: 예에. 그런 영상에 주목하고 몰입해서 보고나면. 예, 물론 보는 것도 힘들겠지만 시청하면서 좌절과 절망과 공포 같은 정서적 경험을 나누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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