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 년 전 고대 이집트 문명은 나일강의 범람으로부터 시작됐다.
아프리카 대륙을 관통하는 나일강은 길이 6.67km로 세계에서 가장 긴 강일뿐 아니라 1년 중 6월에서부터 10월까지 강물이 넘쳐 비옥한 토지를 만들어주는 덕분에 피라미드를 비롯한 오늘날의 태양력, 천문학, 기하학을 발달시켜주는 토대를 만들어주었다.
이집트인들은 나일강의 범람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 천문학을 발달시켰고 강의 범람으로 토지의 소유 구분이 불분명해지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기하학을 완성시켰다. 기하학(geometry)의 geo는 토지를 , metry는 측량을 뜻하는 말로 이집트인이 개발한 이와 같은 도형에 관한 지식은 지중해를 건너 그리스로 전파됐다.
재미난 사실은 이집트의 연평균 강수량은 100mm가 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비가 오지 않는 사막기후다. 장맛비속에 폭우가 쏟아져 강둑이 무너지고 농경지 침수되는 우리의 현실과 비교할 때 아이러니칼 하다. 비가 오지 않아도 강물이 넘침은 그 강의 길이와 넓이를 짐작케 한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오후에 소금 장수가 마을에서 산 소금 한 가마니를 당나귀에 싣고 집으로 가고 있었다. 당나귀는 짐이 무거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도중에 냇물을 건너야 할 곳에 이르렀다. 당나귀는 냇물을 건너가다가 자칫 발을 잘못 디뎌 냇물 가운데서 쓰러지고 말았다. 등에 진 소금은 물에 흠뻑 젖어 반쯤은 녹아서 흘러나가 버렸다.
덕분에 당나귀는 짐이 가벼워져서 기분 좋게 집으로 갈 수가 있었다. 여기에 재미를 붙인 당나귀는 그다음에는 냇물에 이르면 일부러 쓰러져서 등에 진 소금을 물에 녹여 버렸다.
당나귀가 일부러 냇물에 쓰러진다는 것을 알고 당나귀를 한 바탕 혼내 주려고 솜을 사서 당나귀의 등에 실었다. 당나귀는 이날 따라 짐이 가벼웠지만 냇가에 이르자 더 가볍게 하려고 물에 풍덩 쓰러졌다. 그러나 등에 진 솜이 물을 잔뜩 빨아들여 굉장히 무거워졌다. 그 후로 당나귀는 일부러 물에 빠지지 않았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소금 장수처럼 나일강의 당나귀 부리듯 물을 이용할 줄 아는 지혜를 가졌다. 그들은 강물로부터 하늘에 떠 있는 별자리 움직임의 원리를 알아냈고 돌 한 개의 무게가 2.5 톤이 넘는 3백여만 개의 거대한 석조물, 피라미드 건축의 신화를 만들어냈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며 강물은 생명의 탯줄이다. 때로는 강물이 마르고 넘쳐도 자연은 쉼이 없다. 사람의 뱃길은 없어도 자연의 물길은 있다. 강물은 높으면 들어가고 낮추면 내려간다. 기후의 온난화 속에서 세계 곳곳에 물이 범람하는 요즈음 오늘의 우리가 이집트에서 배워야 할 지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