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내면을 해독하는 단 하나의 열쇠

페리클레스는 이렇게 결론 내렸다.
“그밖에도 이유는 많습니다. 결국에 가면 우리 가 승리할 것입니다. 다만 우리는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제국을 확장하지 않겠다고 굳게 마음먹어야 하고 무리한 어떤 일도 추진하지 말아야 합니다. 제가 두려운 것은 상대의 전략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실수입니다.”
 

그의 제안은 너무나 낯선 내용이어서 격렬한 토론을 촉발했다. 강경파도, 온건파도, 페리클레스의 계획에 만족할 수 없었다. 그러나 결국에는 지혜로 정평이 난 페리클레스의 명성이 승리했고 그의 전략은 승인됐다. 몇 달 후 운명의 전쟁이 시작됐다.

초반 상황 전개는 페리클레스의 예상을 크게 빗나갔다. 전쟁이 자꾸 늘어지는데 도 스파르타와 그 동맹군은 좌절하기는커녕 더 대담해졌다. 오히려 낙담한 것은 자 신들의 땅이 파괴되는 것을 지켜보며 보복조차 할 수 없는 아테네인들이었다. 

그러나 페리클레스는 아테네인들이 인내심을 잃지만 않는다면 결국에는 자신의 계획이 성공하리라 믿었다. 그렇게 전쟁이 2년째 접어 들었을 때 예상치 못한 변고로 인해 상황은 급변하고 말았다. 아테네에 강력한 전염병이 발생했던 것이다. 

성벽 안에 너무 많은 사람이 밀집해 있다 보니 병은 급속도로 확산했고, 시민 3분의 1이 죽고 군인의 수는 급감했다. 본인도 전염병에 걸린 페리클레스는 병상에 누워 죽어 가면서 최악의 악몽이 현실이 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가 아테네를 위해 수십 년간 이뤄 놓은 것들이 일순간에 와해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단체로 헛소리를 떠들 더니 결국은 각자도생의 길을 갔다.

만약 페리클레스가 살아남았다면 어떻게든 아 테네인들을 진정시켰을 것이다. 그리고 스파르타가 받아들일 만한 평화협상을 이끌어내거나 자신의 방어 전략을 수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늦은 이야기였다.

아테네인들은 리더의 죽음을 애도하기는커녕 전염병을 페리클레스의 탓으로 돌리고 그의 전략이 형편없었다고 성토했다. 아테네인들은 더 이상 인내심도 자제력도 발휘할 기분이 아니었다. 그는 너무 오래 살았고 그의 아이디어는 이제 보니 지친 늙은이가 내놓은 생각에 불과했다. 

페리클레스에 대한 아테네인들의 사랑은 미움으로 변질됐다. 페리클레스가 사라진 지금, 파벌은 오히려 더 강력해졌다. 전쟁파가 인기를 얻었다. 전쟁과는 스파르타에 대한 앙심이 커져가던 아테네인들의 마음에 군불을 지폈다.

스파르타는 아테네의 전염병 사태를 빌미로 입지를 더 강화하고 있었다. 아테네의 강경파들은 오히려 공격을 통해 우리가 다시 주도권을 쥐고 스파르타를 뭉개 버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수많은 아테네인이 그 말에 큰 안도와 함께 통쾌함을 느꼈다.

도시가 전염병으로부터 서서히 회복되자 아테네가 다시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고 스파르타는 강화를 요청해왔다. 적을 완전히 섬멸하고 싶었던 아테네는 호락호락 응해 주지 않았다.

그러자 스파르타는 다시 힘을 회복하더니 오히려 전세를 역전시켰다. 그런 식으로 엎치락 뒤치락 한 해, 한 해가 지나갔다. 양측 군사 모두 날로 폭력적이 되었고 비통함은 계속 커져갔다. 

한번은 아테네가 스파르타의 동맹국인 밀로스 섬을 공격한 일이 있었다. 밀로스가 항복하자 아테네인들은 투표를 거쳐 밀로스의 성인남자는 모두 죽이고 여자와 아이는 노예로 팔았다. 이런 잔인한 일은 페리클레스 시절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저작권자 © 덴탈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