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오른손을 묶어라

제목 ≪오른손을 묶어라≫손대범 저 | 팩트스토리 | 2021년 04월 24일 쪽수 365 ISBN13    9791196434274 

 

처음부터 알 순 없는 거야
그 누구도 본적 없는 내일
기대만큼 두려운 미래지만
너와 함께 달려가는 거야

 서장훈이 족히 만 번은 들었을 거라 이야기한 김민교가 부른 <마지막 승부>의 도입부이다. 이 노래는 1994년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동명(同名) 드라마의 주제가이다.
 농구(籠球)의 신(神)이 존재한다면 1994년만큼은 대한민국에 집중했던 시기임이 틀림없다. 앞서 언급한 드라마 <마지막 승부>와 더불어 만화 ≪슬램덩크≫가 불을 지핀 농구의 인기에 연세대학교 농구부의 대학 최초 농구대잔치 우승이 휘발유를 들이부은 시점이 바로 그 해이기 때문이다.
 
1980년 1월 23일 출생한 저자 손대범 기자 역시 1994년의 농구 광풍(狂風)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는 당시 유행했던 PC통신 상에서 고려대학교 농구부 커뮤니티 시삽1) 을 맡았다. 이후 고교 졸업 후 운명의 장난처럼 고대의 라이벌인 연대에 진학한다. 1998년, 인터뉴스 NBA 기자 생활을 시작으로 <XXL>, <루키>, <점프볼> 등 농구전문잡지의 편집장을 두루 거치며 NBA 전문 기자 겸 해설위원으로 활약 중이다. 세인(世人)들은 그를 보고 ‘늘 농구를 연구하는 학자(學者)’라며 ‘농구학자’ 또는 ‘농학이형’이라고 부른다.

1)시스템 운영에 총괄적인 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이나 회사를 의미한다. '시스템(system)'과 '운영자(operator)'의 합성어로, 시스템 운영에 총괄적인 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이나 회사를 말한다.


 이 책을 한국판 ‘코치 카터’ 2)전규삼 선생에 관한 전기(傳記)'라고 소개하면 ‘전규삼? 전규삼이 누구지?’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이충희, 김동광, 유희형, 강동희, 신기성, 김승현 등 우리나라 농구 레전드들의 스승이 바로 전규삼 선생이다. 무려 50년 전에 존재했던 스킬 트레이너(skill trainer)이자 전략가이자 인격을 갖춘 리더였던 그의 여러 에피소드들 중에서 치의들, 원장들에게 교훈을 주는 일화들은 다음과 같다.

2)2005년 5월 13일 개봉한 영화 <코치 카터(Coach Carter)>의 주인공인 그 ‘코치 카터’를 지칭함. 농구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실제 인물인 켄 카터(Ken Carter)를 모티브로 삼았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상에서 닉 퓨리(Nick Fury)로 열연 중인 사무엘 L. 잭슨이 주연을 맡았다. 학생 선수들에게 단순히 농구뿐만 아니라 성실, 도덕, 윤리, 예의범절 등을 가르치는 실력과 인품을 갖춘 코치 켄 카터의 모습을 그렸다.

제7화 오른팔을 묶어라
 1960년대 당시 인천송도고 농구 코치였던 전규삼은 애제자 유희형의 오른팔과 몸통을 묶었다. 제자가 훌륭한 선수로 성장하길 바라는 스승의 마음에서 왼팔을 쓰도록 강제한 것이었다. 실제로 유희형은 그날부터 일정 기간 동안 모든 생활을 왼손으로 했다고 한다. 이 시기의 체험을 밑거름 삼아 그는 양손을 잘 사용하는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all around player)로 성장했다.
 
손흥민을 세계적인 축구선수로 키워낸 그의 아버지 손웅정 역시 전규삼과 동일한 전략을 사용했다. 손웅정은 그의 아들을 양발잡이로 키우기 위해 손흥민이 축구를 시작하던 시점부터 늘 양말과 축구화 착용 시 왼발부터 하도록 지도했다. 이는 현재 손흥민의 대표적인 습관으로 굳어졌다. 2021∼202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골든 부트’(득점왕)을 차지하면서 손흥민이 기록한 23골 중 12골이 왼발에서 나왔다. 그는 오른발잡이로 알려져 있다.
 
“진정한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국민타자 이승엽의 좌우명처럼 한 분야에서 발전‧성공하기 위해 진정한 노력은 필수불가결(必須不可缺)하다. 도서관 또는 독서실에 책가방을 던져두고 매점, 커피자판기 앞, PC방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학생의 성적이 오를 확률은 로또를 맞을 확률과 비슷하다. 물론 이 사실이 엄마에게 발각된다면 등짝 스파이크 혹은 스매싱이 날아올 확률은 100%이다.

대부분의 치의들은 본인의 약점을 인지하고 있다. 근관치료, 수술, 교정 등 본인의 결핍 요소들을 인지하고 있다면 응당 이를 채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는 전문직업인의 의무이자 소명이다. 골프, 음주, 수다 등이 부족한 임상실력을 채워주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제10화 김동광
 필자가 본과(치의학과) 1학년으로서 유급을 걱정하며 기말고사라는 전쟁을 치르던 2005년 6월과 7월, 한 드라마가 폭염만큼이나 뜨겁게 대한민국을 달궜다. 그 작품은 바로 MBC <내 이름은 김삼순>. 웃음거리가 되고 마는 촌스러운 이름, 뚱뚱한 외모라는 콤플렉스를 갖고 있지만 전문 파티시에로 당당히 살아가는 30대 노처녀 김삼순의 삶과 사랑을 경쾌하게 그려낸 드라마이다. 현재까지도 이 드라마를 소위 ‘인생드라마’로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당시 주연인 현빈 보다 조연인 다니엘 헤니(Daniel Henney)가 더 큰 인기를 누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드라마 속에서 매너와 농구실력을 겸비한 의사로 열연했다. 아일랜드계 미국인 아버지, 한국계 미국인이자 대한민국 입양아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인 그에게 한 기자가 “혼혈인에 대한 차별의식이나 편견을 가진 이들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다니엘 헤니는 “They are sad people.”이라 답했고 방송국은 이를 “불쌍한 사람들”로 의역했다.
 

1980년대에 같은 아파트 단지에 혼혈 남매가 살았다. 필자와 비슷한 또래였던 그들은 특이하게도 유치원, 학교 등을 다니지 않고 주로 엄마와 함께 집에 머물렀다. 외출한 모습을 보는 것이 내게는 연례행사로 느껴질 정도였다. 나중에 접한 이야기에 따르면 혼혈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따돌림이 심했던 당시 사회 분위기 탓에 혼혈 남매의 부모가 아이들의 바깥출입을 극도로 꺼렸다고 한다. 즉, 아이들이 ‘튀기‘ 3)라고 놀림 당하여 마음이 찢어지는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방책으로 그 부모는 홈스쿨링(home schooling)을 선택했던 것이었다.

3)종(種)이 다른 두 동물 사이에서 난 새끼’를 의미한다. 사람에게 사용 시 매우 심한 경멸을 내포하고 있다.
 
1960년대 후반 송도고 학생이었던 김동광은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었다. 당시 사회 분위기 상 그가 청소년기를 거치며 얼마나 많은 멸시와 놀림을 받았을 지가 명약관화(明若觀火)다. 그런 그에게 전규삼이 첫 만남에서 했던 말은 “너는 혈통이 좋아서 농구를 잘할 것 같다”였다.

긍정적 관점과 배려가 돋보이는 한 마디에 마음과 눈이 뜨거워진다. 김동광이 미완의 대기(大器)로서 대학 진학 결정을 대기(待機)하던 고교 졸업반 시절, 전규삼이 직접 고려대 체육위원회를 찾아가 간곡히 설득한 끝에 제자가 고대(苦待)하던 고대(高大) 입학을 이뤄낸 사례는 마음에 큰 울림을 일으킨다.

이후 김동광은 국가대표, 감독(삼성 감독으로 2000~2001시즌 KBL우승), 해설위원, KBL(한국프로농구) 경기 이사, KBL 경기 본부장 등을 두루 역임하며 성공한 농구인의 전형으로 꼽힌다. 그 기반을 전규삼이 제공했다.

 보통선수 이충희를 최고의 슈터로 성장시킨 사연, 고대와의 약속을 파기하고 연대로 진학하려는 제자 대신 사과한 이야기 등 많은 에피소드들을 책을 가득 채우고 있다. 농구에 단 한번이라도 진심이었던 적이 있다면 일독(一讀)을 강력히 권한다.

 모든 경기는 노력과의 정면 승부다.
- 마이크 슈셉스키(Mike Krzyzewski), 듀크대와 미국 국가대표 농구팀 전(前) 감독

 

글_ 김병국 
포항죽파치과원장
슬기로운개원생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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