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작은 브랜드를 위한 책
이근상 지음 | 몽스북 | 2021년 12월 24일 출간 | 쪽수 308
ISBN 13 9791191401448 ISBN 10 1191401448
최다 경기 출장(1257경기)
최다승(724승)
최고 승률(0.576)
정규리그 최다 우승(6회)
챔피언 결정전 최다 우승(6회)
‘만 가지 수를 가지고 있다’는 뜻에서 ‘만수(萬手)’라는 별명을 가진 유재학 감독의 한국프로농구(KBL) 성적표이다. 여기에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농구 금메달은 덤이다.
전략(strategy), 전술(tactic)에 있어서 동양의 손자(孫子), 제갈량(諸葛亮)과 서양의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Karl von Clausewitz), 에르빈 롬멜(Erwin Johannes Eugen Rommel)에 비견될 만하다.
유재학 감독의 예전 인터뷰를 돌이켜보면 “왜 그토록 수비에 많은 공을 들이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한 적이 있다. 유 감독은 “우리 팀(울산 모비스 피버스)은 양동근과 크리스 윌리엄스를 제외하면 타 팀에 비해 공격 자원이 부족하다. 공 격력의 한계가 극명하니 수비로 손실을 줄여야 승리할 수 있다. 공격력이 차고 넘쳤다면 수비 걱정 안했을 것이다”라며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2022년 현재 대한민국 치과 개원가의 무한경쟁과 작은 치과(치의 1인, 직원 4인 내외)의 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유 감독이 공격 자원의 부족으로 인해 수비 전략을 짜내는데 고심했듯이 작은 치과를 이끄는 원장들 역시 재원(財源)의 부족으로 인해 광고·홍보·마케팅·경영 전략 수립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흔히 공룡으로 비유되는 큰 치과(치의 10인 이상, 직원 50인 이상)의 경우 환자 급감을 유발하는 심각한 경제난을 제외하면 경영 측면에서 걱정거리가 거의 없다. 큰 것을 본능적으로 선호하는, 어찌 보면 대물(大物) 콤플렉스까지 의심되는 한 민족의 특성상 큰 치과에 대한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작은 치과들의 입지는 날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위기 속에 하루하루 분투(奮鬪) 중인 작은 치과의 원장들에게 통찰(洞察)을 제공하는 책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이근상이라는 이름은 모르더라도 현대카드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트롬 ‘오래오래 입고 싶어서’, 한국타이어 ‘Driving Emotion’, 한국투자증권 ‘한국 사람의 힘’ 등의 광고 카피는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30년 이상 광고계에 종사하며 내딛는 걸음마다 혁신의 발자취를 남긴 저자가 작은 브랜드를 위한 전략과 전술을 한데 묶어 책으로 냈다. 저자는 총 37장(章,chapter)에 걸쳐 66개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들 중 작은 치과를 운영하고 있거나 작은 치과를 개원할 예정인 치의들에게 즉각 도움이 될법한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3장 라포(rapport)를 만들어라
라포(rapport)란 ‘의사와 환자 사이에 신뢰를 기반으로 한 친밀도’를 의미하는 프랑스어이다. 경력이 짧은 치의들이 흔히 하는 착각들 중 하나가 ‘나는 환자들과 양호한 라포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의사 입장에서 ‘홍길동 환자의 생일은 언제인가?’, ‘홍길동 환자의 직업은 무엇인가?’, ‘홍길동 환자의 가족 구성은 어떻게 되는가?’, ‘홍길동 환자가 진료를 받을 때 좋아하는 환경 조건들과 싫어하는 환경 조건들은 무엇인가?’, ‘홍길동 환자의 시, 군, 구 단위 거주지는 어디인가?’라는 질문들에 쉽게 답할 수 없다면 홍길동 환자와의 라포가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반대 관점인 환자 입장에서(환자의 행동들을 살펴봤을 때) 의료서비스에 대한 감사를 말, 편지, 간식, 선물, 소개(가족 또는 지인) 등으로 표현하지 않는다면 해당 환자와의 라포가 양호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인간은 본인의 훌륭한 경험을 주변에 널리 널리 알리고자 하는 습성을 엄마의 뱃속에서 탈출하는 순간부터 장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깔끔한 진료와 친절한 응대만으로 환자들과의 양호한 라포 형성을 하기에는 2% 부족한 것이 작금(昨今)의 현실이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요소는 환자가 지불하는 진료비에 상응해 당연히 제공돼야만 하는 반대급부이자 기본값(default)이다.
지식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의료서비스가 상향평준화된 현 시대에는 깔끔한 진료와 친절한 응대를 하는 치과를 찾는 것보다 깔끔하지 않은 진료와 불친절한 응대를 일삼는 치과를 찾는 것이 더욱더 어려운 일이다. 다른 의사들과 다른(더 나은) 라포를 원한다면 다른 의사들과 다르게 행동해야만 한다.
4장 비상업적인 것의 힘을 믿어라
저자는 과거 용산전자상가에서 겪었던 고객 경험(CX:custo-mer experience)을 독자들과 공유한다. 호객 행위(강매)를 하지 않으면서 비싼 물건을 덜컥 사 버리면 안 된다는 진심 어린 조언을 해줬던 컴퓨터 매장 주인의 ‘비상업적인 행위’에 매료돼 결국 그 매장에서 노트북을 구입했다는 에피소드가 바로 그것이다.
“환자가 다른 치과에 가지 못하도록 처음 내원한 날에 잘 유혹해서(꼬셔서) 근관치료(신경치료) 또는 발치 즉시 임플란트 등의 비가역적(irreversible)인 진료를 해버려야 한다”는 천박한 속내를 본인만의 경영 노하우인 양 떠들고 다니는 치의가 현존(現存) 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내와 자식들의 과소비를 뒷받침하기 위한 가장(家長)의 눈물겨운 노력이라고 포장하기에는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태도이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표현처럼 능력과 재주가 뛰어난 사람은 스스로 두각을 나타내기 마련이다. 실력 있는 치의, 경쟁력 있는 치과라면 환자들의 선택을 받기 마련이다.
15장 키워야할 것은 영향력이다
우리는 수년 째 코로나바이러 스감염증-19(COVID-19)이 촉발한 팬데믹의 시대(the era of pandemic)를 살아가고 있다. 거리두기(distancing)가 기본적인 에티켓이 돼버린 서글픈 상황 속에서 여가 활동으로써 캠핑의 매력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캠핑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 중 이며 캠핑 장비의 수요 역시 마찬가지다.
저자는 동아알루미늄이 탄생시킨 세계적인 캠핑 브랜드 헬리녹스(Helinox)를 소개한다. 헬리녹스의 사례를 통해 작은 브랜드의 성공을 위해서는 두 가지의 브랜드 에센스(essence)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기술의 진정성’과 ‘집중을 통한 전문성’이 바로 그것들이다.
17장 경쟁의 영역을 최대한 좁혀라
이 장의 제목이 핵심을 전하고 있다. ‘경쟁의 영역을 최대한 좁히면 경쟁력은 깊어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필자 역시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다. 나는 강연, 세미나, 심포지엄, 칼럼 등 치과에 관해 말하고 쓰는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선택과 집중, 트레이드 오프(trade off)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의료서비스의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보자. 서울 또는 부산에 거주하는 아무개 씨가 최첨단 시설, 수백 평의 큰 건물, 많은 의료진을 자랑하는 큰 치과를 마다하고 작은 치과를 선택해야만 하는 이유가 존재하는가?
같은 맥락에서 공유, 조인성, 박서준과 함께 김병국이 이성(異性)과의 4대4 미팅에 나간다고 가정을 해보자. 내가 그 자리에 참석한 여성이라고 해도 김병국을 제외한 세 명 중 한 명에게 호감을 표할 것이다. 나의 모친(母親)인 고영희 여사님에게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더라도 결과는 같을 것이다.
작은 치과의 수장(首長)인 원장에게는 강력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본인을 선택해야만 하는 확실한 이유를 의료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생존을 위한 필수. 이 과정에서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본인이 가장 잘 하는 분야로 진료 영역을 좁히는 것이다.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면 경쟁력과 생존 가능성은 수직 상승한다.
25장 폼 잡지 마라
다양한 채널들과 풍부한 정보들로 인해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똑똑한 현재의 소비자들 위에 군림하며 허세부리는 것이 굉장히 어리석고 추한 행동임을 저자는 지적한다.
치과계 역시 광고계와 별반 다르지 않다. 조용한 물이 깊이 흐른다. 빈 수레는 예나 지금이나 요란하다.
26장 좋은 이름은 지렛대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내용이 훌륭하지 못하면 이름을 아무리 잘 지어도 성공할 수 없다’고 저자는 단언(斷言)한다.
브랜드와 브랜딩 관련 이야기들 중 빠지지 않고 등장할 정도로 브랜드 네이밍은 중요하다. 하지만 브랜드의 실체, 본질만큼 중요할 순 없다.
‘예방이 우선, 치료는 지원(Prevention first, treatment backup)’이라는 의료계의 격언처럼 본질이 우선이고 이름은 그저 거들뿐이다(Essence first, naming backup).
29장 지도 있으십니까
설계도 없이 건물을 세울 수 없는 것처럼 브랜드 맵(brand map) 없이 브랜드를 만들 수는 없다. 로드맵(road map) 없는 치과의 미래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시간이 흐른 뒤(As time goes by) 로드맵 없는 치과라는 배(ship)가 당도한 곳은 무릎팍 산(MBC 예능프로 “황금어장 무릎팍도사”의 특수효과) 중턱 어디쯤일 것이다. 강이나 바다가 아니라.
지도 없는 원장은 직원들을 이끌 수 없다. 본인도 본인이 어디로 가는지 모를 터이니.
37장 창조가 아니라 발견이다
“치의 또는 원장의 실력과 무관하게 치과의 매출을 올려줄 수 있다!”며 금전(金錢)을 요구하는 홍보·광고업자가 있다면 그는 필시 둘 중 하나이다. 과대망상증(허언증) 환자 또는 사기꾼.
뛰어난 광고 회사는 진흙을 뒤져 보석을 찾아낸다. 진흙 속에 보석이 없다면 어떤 가치도 만들 수 없다. 있지도 않은 가치를 만들어주겠다는 광고 회사는 믿지 마라.
- 본문 중에서 -
글_ 김병국
포항죽파치과 원장
『슬기로운 개원생활』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