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화(紅花; 학명; Carthamus tinctorius)
홍화는 이집트가 원산지이며 중국·인도·남유럽·북아메리카 등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하는 한해살이 식물로 잇꽃, 아시꽃, 연지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홍화는 국화과에 속하는 화초로서 키는 100cm 내외이고 줄기는 직립성이다. 토종 홍화는 꽃받침과 잎 둘레에 뾰족한 가시가 돋아 있는 것이 특징이며 씨앗, 즉 종자는 해바라기씨와 비슷한 크기로 한 쪽이 약간 납작하며 노란색을 띠는 갈색이다.
홍화꽃잎에는 카타르민(Carthamin)이라는 물에 녹지 않는 빨간색 색소와 사프란 옐로우(Saffron yellow)라는 물에 잘 녹는 노란색 색소가 함유되어
있다. 홍화 꽃을 물에 담가서 노란색 색소를 제거하고 말려서 빨간색 색소만을 뽑아 낸 것을 ‘연지(燕脂)’라고 한다.
연지는 옛날 중국 은나라시절 ‘주왕’의 왕비로써 요염하기로 이름났던 ‘달기’가 처음 만들었다고 전해지는데 연(燕)나라에서 그 원료가 유래되었다 하여 ‘연지’라는 이름이 생겼다.
연지는 중국 한나라시절 궁녀들이 월경이 있을 때 얼굴에 빨간색으로 표시를 하던 것이 차차 화장품으로 발달하여 볼, 입술, 손톱 등에 바르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는 결혼식 때 새색시 얼굴에 연지곤지를 찍는 풍습이 있는데, 이는 신부의 얼굴을 더 곱게 보이게 했을 뿐 아니라 붉은색이 악마를 막아 준다는 주술적인 뜻도 함께 있었다.
오늘날에까지 연지는 시간이 지나도 색이 변하지 않고 독이 없으며 향기가 오래 지속되는 특성이 있어서 입술에 바르는 루즈 원료나 과자, 떡, 청량음료를 착색하는 데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은물에 연지를 배합하면 금빛이 나오므로 금박 대용으로도 요긴하게 쓰인다. 이처럼 홍화는 예로부터 염료와 민간요법 등에 필요한 재료로 귀중한 대접을 받아 조선시대만 해도 각 가정의 필수 작목이었을 만큼 사랑을 받아오던 것이 산업시대에 접어들면서 일상에서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조선시대까지 매우 흔하게 재배되다가 거의 볼 수 없게 된 이유는 일본 강점기에 산업화의 물결이 들이닥치면서 공업적으로 대량생산되는 광물성 물감에 밀려난 것이 그 계기이다. 그러다가 1980년대 후반에 들어 민속의학자였던 고(故) 인산(仁山) 김일훈 선생의 저서 「신약본초(新藥本草)」에서 홍화가 여러 질환에 좋다는 사실을 알리면서부터 재배가 활성화되었다.
홍화씨는 홍화자(紅花子) 또는 백평자(白枰子)라고 부른다. 종자(種子)는 기름성분을 30.2% 함유하고 있다. 종자유는 리놀산 73.6~78.0%, 올레인산 12.0~15.2%, 기타 미리스틴산, 팔미틴산, 스테아린산, 팔미토레인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처럼 홍화씨 기름은 linoleic acid나 oleic acid의 함량이 높아서 영양적으로는 올리브유와 비슷하지만 linoleic acid 같은 다중불포화지방(polyunsaturated fat)을 많이 함유하여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작용을 한다. oleic acid 같은 단순불포화지방(monounsaturated fat)은 혈액의
HDL-C (유익한 cholesterol)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LDL-C(해로운 cholesterol)만 저하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항응혈효과, 항염증효과 등이 확인된 바 있고 치과영역에서 중요한 골 재생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화의 항골다공증, 항염증, 항고지혈증, 항산화 및 항노화작용은 주로 Serotoninaglycone 28(N-feruloylserotonin 및 N-p-coumaroylserotonin)에 의해 유도되는 결과이다.
1990년 이후 한국의 의약계와 과학계에서는 홍화씨가 뼈에 작용하는 효과·기전에 대한 연구를 많이 진행하였다. 사실 일본, 미국 등의 홍화씨 관련
논문 중 뼈와 관련된 대다수의 논문은 한국 학자가 쓴 것이다.
홍화씨에 함유된 유기백금(有機白金; Pt, platinum) 성분이 골절부위에서 양전기와 음전기의 교류작용을 활발하게 하여 백혈구를 골절부분에 집중적으로 침윤시킴으로써 골 재생을 촉진한다. 그리고 홍화씨에는 뼈의 주성분인 Ca과 골세포를 서로 연결시켜주는 Cu성분도 함유되어 있어 골절치유에 추가적으로 유익한 효과를 발휘한다.
실험결과 골다공증 환자에게 하루에 90∼150mg의 crude extracts와 aqueous fraction를 각각 3개월간 투여한 후 환자의 골밀도를 측정한 결과, 유의성이 있을 정도로 골밀도가 증가되었다. 골다공증 환자에게 같은 용량의 crude extracts와 aqueous fraction을 각각 6개월간 투여한 후 환자의 골밀도를 측정한 결과에서도 3개월 투여시보다도 유의성이 있을 정도로 더욱 골밀도가 증가되었고 1년간 투여한 후에는 환자의 골밀도가 더욱더 증가했지만, 그 이상은 투여해도 증가하지 않고 1년 투여한 것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홍화씨 성분은 조골세포(osteoblast)의 calcium channel 활성화를 통하여 세포외 액으로부터 세포내로 Ca²⁺ 유입을 촉진하여 세포내 Ca²⁺ 증가작용이 있고 조골세포 배양에서 조골세포분화속도를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골다공증 환자의 골밀도를 증가시켰다.
홍화종자가 치주질환이 심화됨에 따라 발생하는 치주조직의 손상치유와 치주인대세포의 재생을 촉진하는 효과에 대한 치과영역의 연구결과
1) 홍화씨의 에탄올 환류추출물을 치주인대세포와 조골세포에 적용했을 때 세포활성도 및 화학주성과 alkaline phosphatase(ALP) activity가 증가되었다. 즉 치주인대세포와 조골유사세포에 증류수로 가열, 여과 후 얻은 홍화씨 추출물을 적용하면 치주인대세포가 증가하고 조골유사세포의 alkaline phosphatase(ALP) activity역시 증가했음이 관찰되었다.
홍화씨분말을 에탄올을 비롯한 여러 가지 유기용매로 추출한 분획을 준비하여 조골세포에 적용했을 경우 n-hexane과 chloroform으로 추출한 분획과 MeOH로 추출한 수용성분획(saf-M-W 분획)이 조골세포에 가장 큰 활성도를 보였다. 홍화씨 분획추출물(saf-M-W 분획)은 10㎍/㎖ 이하의 농도에서 치주인대 섬유아세포와 MC3T3-E1 세포83에 독성을 나타내지 않으며 MC3T3-E1 세포의 분화 및 골 형성을 효과적으로 촉진하였음이 관찰되었다.
2) 홍화씨추출물은 조골모 유사세포의 세포증식과 ALP 합성을 증가시키고 실험동물의 두개골 창상부위에서는 골세포에 자극을 주어 미분화간엽세포에서 조골세포로의 분화과정을 촉진하는 동시에 염증반응도 감소시켰다. 이와 같이 파골세포에 의한 골파괴 억제작용과 함께 TGF-β 및osteonectin의 발현증가로 신생골의 형성과 성숙을 촉진하여 골의 형성과 재생 및 치유과정을 유익한 결과로 이끌었다.
3) 결손부에서 발현하는 초기 치유반응 시 홍화씨추출물의 경구 투여에 의해 염증진행의 억제와 함께 결체조직 형성촉진에도 효과적이었다.
따라서 연구결과 치조골 결손부 치료를 위한 이종골유도 HA 이식과 함께 홍화씨추출물의 경구 투여로 치조골의 치유와 재생에 유익한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결론지었다.
한편 서울대학교 치주과학교실과 충남대학교 약학대학 공동연구자들이 보고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후박 및 홍화 추출혼합물이 골아 세포의 세포활성도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서 옥수수 불검화 추출물보다 더 높은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후박 및 홍화종자추출혼합물의 혼합비율에서 홍화종자추출물의 함량이 증가할수록 세포활성 촉진효과가 더욱 증가하였다.
치주인대 세포의 경우에서도 골아 세포에서와 동일하게 후박 및 홍화종자 추출혼합물이 높은 활성도 값을 나타냈으며 옥수수 불검화 추출물은 비교적 낮은 활성도를 보였다. 그리고 홍화종자추출물의 함량이 높아질수록 활성도가 증가하였는데 후박과 홍화종자추출물의 혼합비가 1:5인 경우 가장 높은 치주인대세포 활성도의 증가를 나타냈다고 보고했다. (다음 호에 계속)
글_김영진 박사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치과·자동차보험 심사위원
치의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