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리 세이지(Clary sage)
‘클라리 세이지’ 또는 ‘셀비어(Salvia)’는 2년생 화초로 지중해 북부와 중앙아시아 지방이 원산지인 꿀풀과의 식물이다. 키는 1m 정도까지 자라며 줄기는 곧추 서고 사각형이며 밀집된 털이 있고 중간 부분부터 가지가 여러 갈래로 갈라진다.
밑 부분 잎은 20~30cm길이로 큰 편이지만 위로 갈수록 작아지며 긴 타원형 또는 난형으로 거치(鋸齒)가 돋아있고 주름지며 털이 있다. 꽃은 여름에 붉은색 또는 흰색이나 보라색으로 가지 끝에 긴 수상화서(穗狀花序) 형태로 달리며 향기가 있다. 포엽(苞葉)은 연보라색 계통이다.
세이지에는 ‘클라리세이지’, ‘체리세이지’, ‘레드세이지’, ‘러시안세이지’, ‘실버세이지’, ‘골든세이지’, ‘가든세이지’ 등 다양한 품종이 있다. 초여름에 푸른색, 흰색, 분홍색, 노란색 등의 다채로운 꽃이 피므로 ‘허브가든의 여왕’이라고도 불린다. 5월 중순에서 7월 하순까지 꽃이 피는데 꿀풀과 특유의 형태인 입술모양 꽃잎은 은회색의 잎과 아름다운 대조를 이루는 대표적인 관상용 허브이다.
우리나라의 풍토와 기후에도 적합하여 언제 어디에나 씨를 뿌려도 잘 자란다. 여름의 폭염에도 활짝 만개하는 모습과 가을의 석양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움은 어떤 꽃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약용이나 향신료로 이용하는 부위는 주로 말린 꽃, 잎, 씨앗 등이다. ‘셀비어’라는 어원은 라틴어로 '구하다', '건강한'을 의미하는 사루스(Salvus)에서 유래하여 '도움을 준다', '치료한다' 라는 뜻을 지닌 ‘셀비어’ 또는 ‘사루비아(Salvia)’라고 이름 붙여졌다 한다. 클라리 세이지, 즉 셀비어의 학명인 ‘Officinalis’ 는 '약국', '약용의' 라는 뜻을 가졌다.
옛날 로마인들은 셀비어가 그 이름처럼 생명을 부여하고 지켜주는 것으로 믿었다. 로마인들은 임신을 원하는 여성들에게 셀비어를 주었으며 회춘의 약물로 상시 복용하였다고 한다.
‘클라리 세이지’는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만병통치약으로 이용되어 왔다.'세이지'를 정원에 가득 심어 놓은 집에서는 죽은 사람이 잘 나오지 않는다.'라는 속담이 있었을 정도다.
이처럼 중세시대에 셀비어는 ‘장수(長壽)를 위한 약제’나 ‘생명의 영약(靈藥)’에 포함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겨졌다. 또한 셀비어는 정신을 맑게 하고 기억력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주며 감성을 풍부하게 하고 억눌린 기분을 좋게 해준다고 전해진다. 현대에도 우울증, 불안감, 편두통, 불면증 및 신경성 피로의 개선에 셀비어가 이용되고 있다.
정신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세이지를 사용하는 방법은 오일 향을 호흡기를 통해 직접 맡는 건식흡입이나 젖은 타올에 한 두 방울 떨어뜨려 호흡하는 습식흡입 등으로 적용한다.
"영원히 살고 싶으면 5월에 세이지를 먹어야 한다." 라는 영국의 속담이 셀비어의 유용성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이처럼 ‘클라리 세이지’는 중세시대부터 약용 또는 식용으로 많이 애용되었으며 일명 ‘그리스도의 눈’이라고도 호칭되었는데 이는 라틴어로 ‘oculus christ’ 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 남부지방에 주로 서식하는 셀비어는 항균력 있는 허브식물 중에 하나로써 피부나 점막조직에 소독작용을 보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항균, 항염 및 살균, 소독효과를 발현하므로 염증질환에 소염제로 쓰이며 피로회복이나 동통감소 목적으로도 사용되는 허브이다.
세이지에는 ‘탄닌(tannin)’, 즉 ‘폴리페놀(polyphenol)’화합물과 ‘플라보노이드((Flavonoid)’의 함유량이 높아 이들의 강력한 항산화 작용으로 인체세포를 보호하고 스트레스로 인한 활성산소를 감소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그 중 ‘탄닌’의 효과를 살펴보면 첫째는 독소를 해소시키는 효능인 해독작용이다. 그리고 둘째는. 살균, 소염, 지혈 작용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체지방연소 작용이다. 이는 세이지가 다이어트와 체중감량에 효과가 있는 허브임을 의미한다.
‘폴리페놀’은 식물에서 발견되는 화학물질의 일종으로서 분자 당 페놀그룹이 1개 이상 결합되어있는 구조로 특징 지어지며 일반적으로 타닌, 페닐프로파노이드(플라보노이드, 리그닌 등)로 분류된다. 페놀은 벤젠의 수소원자 하나가 히드록시(hydroxy)기로 치환된 것이며 폴리페놀은 2개 이상의 히드록시기로 치환된 것이다. 즉 폴리페놀은 페놀분자가 2개 이상으로 구성된 분자물질로 커피, 코코아, 녹차, 적포도주 등에 함유되어 있으며 항산화 작용으로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는 유익한 물질이다.
‘플라보노이드’는 항산화 기능을 통해서뿐만 아니라 단백질 및 지질 인산화 효소들의 신호전달계를 조절하여 세포사멸을 유도하거나, 억제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클라리 세이지오일’은 꽃과 잎 부분에서 수증기 증류법으로서 추출하는데 달콤하고 스파이시한 향을 머금고 있어 그 향기가 마치 홍차와 같은 느낌이 든다.
따라서 세이지는 서양요리의 중요한 향신료로 이용되며 와인의 풍미를 위해 첨가하거나 향기 있는 맥주제조에도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세이지는 고기나 생선의 지방분을 중화시켜 냄새를 제거하는 작용까지 하므로 육류나 생선요리에 매우 긴요하게 쓰이지만 한 번에 다량으로는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세이지의 ‘항산화 작용’은 또한 위장과 소화기관을 진정시켜 소화흡수를 향상시키도록 도움을 주므로 소화불량이나 과식으로 속이 불편할 때 세이지를 차로 만들어 마시면 소화흡수를 돕고 속을 편안하게 해 준다. 클라리세이지의 잎 추출액은 살균과 피부 재생작용이 있으며 궤양(潰瘍), 찰과상(擦過傷)등으로 손상된 피부의 치유에 효과적이다.
세이지 침출액은 점막이나 피부의 살균과 재생작용이 있어서 손상된 점막이나 피부, 거친 피부 등에 유효하다. 클라리 세이지에서 방향성분만을 추출한 ‘세이지 오일’은 ‘오데코롱’을 만들거나 기능성화장품을 제조하는 데 사용한다. 세이지 오일을 ‘아로마테라피’에 적용할 때 ‘라벤더 워터’와 섞으면 피부보호와 노화방지에 한층 효과가 더 크다.
세이지 오일은 강한 항균작용과 소염효과, 수렴작용 등으로 인후염을 치료하는 효과도 있어서 흔히 생약성분의 치약이나 구강소독제와 같은 가글액에도 함유되어 있다. 고농축 상태의 세이지 오일을 화장품이나 치약, 가글액, 구강용 국소용제 등에 섞어 사용할 때에는 과 용량에서 알러지 반응이나 가벼운 독성을 나타낼 수 있으므로 미량만을 병용하도록 한다.
글_김영진 박사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치과·자동차보험 심사위원.
치의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