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리향(百里香; Thymus quinquecostatus)
백리향 또는 타임(Thyme)은 한국, 중국, 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하는 꿀풀과의 낙엽 반관목 식물이다. 양지바른 바위 밭이나 풀밭, 석회암 지대에서 많이 자라고 드물게는 해안 근처에서도 자란다. 줄기는 지표면에 퍼져서 곳곳에 뿌리를 내리며 가지는 비스듬히 위로 뻗고 높이는 약 3-15cm이다. 잎자루는 아주 짧다.
우리나라 각처의 고산지대나 바닷가, 바위 곁에서 자란다. 타임은 무성하게 자라지만 그 키가 작으며 잎은 진하거나 옅은 녹색을 띤다, 일부는 이파리 색깔이 올리브나 은색(가장 단단한 종) 또는 청동색을 띄기도 한다. 종류에 따라 ‘궁사의 골드’라거나 ‘무지개 폭포’와 같은 예쁜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캐러웨이나 레몬, 캄파 또는 유칼립투스를 연상시키는 은은한 향기를 풍긴다. 그 향기가 백리까지 간다고 하여 '백리향(百里香)'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위 사진의 Thymus quinquecostatus종은 우리나라만의 자생종이며 공원에 심어 관상용이나 약용으로 쓰이고 키는 7~12㎝, 잎은 달걀 모양을 한 타원형인데 길이가 0.5~1.2㎝, 폭이 0.3~0.8 ㎝ 정도인 작은 풀이다.
백리향은 6월경에 지름 7~10mm정도의 분홍색 꽃이 잎겨드랑이에 2~4개씩 달린다. 시중에서 타임(thyme)이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는 것이 바로 백리향 잎과 꽃을 말린 것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연기로 향을 내는 훈향(薰香) 재료로 타임을 사용했다. 그래서 ‘타임’이란 이름은 그리스어로 원래 “훈증(燻蒸)하다"라는 뜻이다. 또한 백리향은 강한 향과 항균작용이 있어 방부제로 사용되었으며 이 항균작용 때문에 각종 감염성 질환에 잘 들어 일명 ‘가난한 이들의 항생제’라고 불렸다.
고대 로마인들은 모두 타임을 용기와 에너지를 전달하는 신비스러운 허브로 간주했으며 기분을 전환하고 우울증을 달래기 위해 치즈 및 알코올에 타임을 넣어서 상시로 복용했고 장미와 함께 항상 집안의 달콤한 향기를 유지하기 위해 가꾸었다.
또한 타임은 침구나 의류에서 해충을 퇴치하고 정원의 딱정벌레나 노래기를 추방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쓰였을 뿐 아니라 비누, 화장품, 향수로도 개발되어 있는 허브이다. 마시는 차(茶)외에도 향신료로 수프, 소스 등에 자주 들어간다. 그리고 입욕제, 방향제, 심지어는 피부에 붙이는 파스에서까지 이 향을 맡을 수 있다. 유명한 맥도날드의 소시지 ‘맥머핀’에도 첨가되며 단일식품으로는 그리스산 백리향 꿀이 세계적으로 이름나 있다.
토종 백리향 외에도 ‘레몬타임’이나 ‘카펫타임’ 등 여러 종류의 외래종 백리향이 많아서 가정에서 흔히 기르는 허브지만 울릉도 니라분지에 분포하는 섬백리향(T. japonicus)은 희귀식물로써 울릉도의 자생지 자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섬백리향(울릉백리향)의 학명은 Thymus quinquecostatus Celak이며 보통의 백리향보다 줄기가 좀 굵고 잎과 꽃이 모두 더 크지만 향기는 보통의 백리향과 같다.
백리향 특유의 향기를 발산하는 세 가지의 중요한 정유 성분은 티몰(thymol), 카르베크롤(carvecrol), 그리고 시멘(cymene)이다.
Thymol은 신경염이나 신경근염의 통증억제에 효과가 있으며 기관지염이나 상부호흡기 질환에 주로 사용한다. 티몰에 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세포 내에서 건강한 지방을 축적시킬 뿐 아니라 신장, 심장 및 뇌 세포막의 DHA(도코사헥사엔산, 오메가-3 지방산) 함량을 증가시킨다고 보고되었다.
이러한 오일, 비타민, 미네랄과 더불어 강력한 테르페노이드(Terpenoid) 인 로즈마린산(Rosmarinic acid) 그리고 우르솔산(Ursolic acid)이 조합되어 암 예방 효과도 있다고 한다.
타임은 영양소도 풍부해 비타민 C(일일 권장량의 75%), 비타민 A(27%), 섬유소(16%)및 리보플라빈, 철분(27%), 구리, 망간(24%), 칼슘 및 망간(11%)의 훌륭한 공급원이며 그 외에도 다량의 비타민 B6, 엽산, 인, 칼륨, 아연 등을 포함하고 있다.
백리향에서 공업적 가공을 거쳐 유리되는 추출물의 주성분은 thymol이지만 그 외에도 scutellarein heteroside, lufeolin-7-glucoside, apegenin 등 flavon류의 휘발성 정유성분이 0.8~3% 포함된다. 이 휘발성 정유의 구성비는 carvacrol 53%, pcymene 17%, r-terpinene 8%, a-terpineol 5%, zingiberene4%, 기타 소량의 borneol 등이다. 그 외에도 ursolic acid, tanin, 지방유 등을 미량 함유한다.
또한 백리향 잎에는 petussin이 함유되어 있어서 기관지 점막에서 점액분비를 자극하고 thymol과 cavacol은 섬모운동을 촉진함으로써 기침이나 천식 증세를 완화한다. 따라서 타임은 기침이나 해소증상에 거담제로 사용되며 특히 기관지염과 같은 상부 호흡기 질환의 치료제로 유용하다.
‘모드 그리브(Maud Grieve)’가 1931년에 출판한 “현대 허브(A Modern Herbal)”의 설명에 따르면 6온스(약0.1리터)의 타임추출물과 동량의 꿀을 혼합하여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기침감기 치료제로써의 타임을 극구 추천하고 있다. 그러나 점막자극으로 인한 구토를 유발할 수 있고 많은 양을 복용하면 현기증이나 상복부의 통증, 발한, 청색증과 체온저하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국내에서 발매되는 기침약 ‘브론치쿰이’나 독일의 ‘쉐넨베르거’ 시럽도 백리향이 주성분이다.
타임의 휘발성 오일이 강력한 항균성 및 항진균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입증되었다. 즉 타임 오일은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 고초균(Bacillus subtilis), 대장균(Escherichia coli) 및 시겔라 소네이균(Shigella sonne) 등 다양한 박테리아나 곰팡이균들에 대항하여 강력한 살균성을 보여주는 항균성물질인 카르베크콜, 보르네올, 게라니올 그리고 티몰을 함유하고 있는 것이다.
‘브라이턴 대학교’의 연구자들에 따르면 타임 오일에서 치명적인 메티실린내성 황색포도알균(MRSA; Methicill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를 박멸할 수 있는 능력도 발견했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타임추출물 적용 후 2시간 이내에 피부감염을 일으킨 MRSA균주들이 파괴되었으나 인체피부조직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와 같이 인체에 독성과 점막자극을 나타내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항균작용과 소염효과를 발휘하므로 구강질환이나 인후질환의 증상개선에도 유용하다. 이렇게 다른 허브들을 능가하는 항균 및 소염작용을 보유하지만 그람음성균에 대한 활성은 비교적 약한 편이다.
따라서 백리향은 입안에서 냄새가 나거나 치통이 있을 때, 혹은 치은염이나 구강 내 궤양증상을 호전시키기 위한 가글액이나 치약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다음 호에 계속)
글_김영진 박사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치과·자동차보험 심사위원
치의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