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Tabacco)-2

신윤복 ‘쌍검대무도“ 그림 속의 담배 피우는 기생
신윤복 ‘쌍검대무도“ 그림 속의 담배 피우는 기생

우리나라에도 담배의 근원에 관해 멕시코의 경우와 비슷한 한편의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그 주인공은 어느 아리따운 기생이었는데 평소에 죽어서도 많은 남자들과 입을 맞추고 싶다는 욕망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그녀가 죽은 다음 무덤에서 담배가 싹터 올랐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는 임진왜란 때 최초로 일본으로부터 포르투갈의 담배가 유입되었고 이후 오랫동안 조선사회에서 일종의 기호품으로 자리 잡아왔다. 조선시대에는 곰방대 길이가 길수록 사회적 계급이 높은 양반의 신분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곰방대가 길면 담배를 피울 때마다 하인이 그 끝에 붙어 앉아서 부싯돌로 불을 피워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담배는 임진왜란 당시 고추, 호박 등과 일본으로부터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당시엔 남령초(南靈草), 연다(煙茶), 연주(煙酒), 담박괴(淡泊塊), 담파고(談婆姑), 담바구와 같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어졌는데 그 중 담바구담배라는 명칭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담배에 관한 언급 중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문헌은 1614이수광이 펴낸 지봉유설로써 그 내용 중에 조선 사람들은 약초의 일종으로써 담배를 많이 심고 재배 한다고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1653년부터 제주도에 표착하여 14년간 조선에서 생활했던 하멜이 쓴 하멜표류기에 의하면 어린아이들이 45살 때부터 이미 담배를 배우기 시작하며 남녀 간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매우 드물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 글귀를 보면 당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며 풀죽을 쑤어먹도록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이 저마다 장죽을 물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이방인의 눈에 신기하게 보였을 법하다.

조선에 처음 담배가 들어왔을 당시에는 위아래를 따지는 예절이 없어서 신하들마저 너도나도 임금님 앞에서 담배를 피워대는 통에 어전이 마치 굴뚝 속 같았다고 한다. 심지어 서당에서도 훈장과 학동이 같이 맞담배를 피웠다. 그러던 중 광해군이 왕위에 즉위했는데 그는 담배피우는 것을 매우 싫어해 면전에서 담배를 피우면 누구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크게 혼을 냈다. 이때부터 어른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의 예절로 굳어졌다고 전한다.

구한말(대한제국)에 이르면서 곰방대가 호주머니에 들어갈 정도로 간소화되었으며 궐련은 개화기를 전후에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일제강점기 직전인 1905년에는 일제에게 빚을 갚기 위해 대한매일신보'금연동맹 선언문'이 게재되기도 했다. 당시의 국가부채는 일종의 강제차관으로써 경제적으로 조선을 지배하고자 하던 일제의 고리대금이었다.

금연동맹은 담배 값을 아껴 빚을 갚자는 운동이었는데 한시적으로라도 금연하면 몇 달 만에 부채를 상환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이후 고종황제부터 일반백성이나 기생에 이르기까지 이 운동에 동참하여 실제로 대일 부채를 상당부분 변제하기도 했다.

때에 따라 담배는 위정자들의 통치수단으로도 활용됐다. 1867년 흥선대원군이 내린 사치금지령에는 담뱃대의 길이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1894년 개화의 선봉에 선 김홍집내각은 거리에서 장죽사용을 금하는 법령을 공포했다. 5·16 쿠데타(1961)로 집권한 박정희정권은 양담배 단속 방침을 내걸었다. 재정확보를 위해 이듬해에는 11종의 담뱃값을 60%까지 올렸다.

동시에 이뤄진 양담배 단속은 사회통제재정확보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주는 올가미 구실을 했다. 1984년 신군부의 사회정화위원회는 양담배 특별단속을 벌여 정치인 2, 공직자 4, 언론인 9명 등 407명을 적발하여 처벌했다. 그러다가 1987년부터 시작된 민주화 이후엔 양담배를 사면시켜 담배광고가 허용됐고 뒤이어 온갖 판촉행사가 봇물 터지듯 진행되었다.

이토록 적어도 수백 년 동안 한반도에서 관대한 대접을 받아온 담배가 특권적 지위를 잃은 것은 1994년부터의 일이다. ‘국민건강증진법이 의결되면서 담배 곽에 건강유해경고문구와 경고그림이 새겨졌고 만약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판매하면 무거운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의 정의에 따르면 담배나 마악과 같은 약물에 의한 습관성중독(addiction)심리적 의존이 있어 계속 약물을 찾는 행동을 하고 신체적 의존성이 있어 중단하지 못하고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해치게 되는 경우를 지칭한다. 습관성 중독을 일으키는 담배나 마약이 야기하는 의존성(dependence)이란 약물투여가 계속되도록 갈망하는 상태이며 투여를 중단하면 특징적인 육체 및 정신적 금단증후군(abstinence syndrome)이 나타난다.

담배연기속의 타르에 포함된 다양한 성분 중 Aryl Hydrocarbon(Ah), TCDD(Dioxin)와 같은 발암인자는 후두암, 폐암, 식도암, 위암, 자궁암을 비롯한 각종 암을 유발한다.

정상세포의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TSPs(tumor suppressor proteins)를 억제함으로써 암을 유발하는 원인인자로는 담배연기 속의 TCDD와 같은 각종 발암성물질이나 HPV16등의 바이러스, 광화학선 작용, , 만성질환, 그리고 발암기전에 관여하는 Co-factor등이다.

Ah는 골 형성도 저해하는데 이는 골 형성과정 중 aryl hydrocarbon receptor(AhR)에 작용하여 AhR리간드(AhR Ligand)를 형성한 다음 조골세포 분화단계를 억제함으로써 골밀도 저하작용을 유발한다. 이처럼 담배는 골감소증을 야기하거나 악화시키는 중요한 위험인자로써 흡연을 많이 할수록 골내 무기질이 감소하고 골절위험은 더욱 커진다. 또한 혈역학적 스트레스(심박 수 증가, 혈압상승)와 혈관내피세포의 손상 및 기능이상(Nitricoxide 분비 및 이에 따른 혈관확장장애)을 야기하여 심혈관계 질환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흡연자의 섬유모세포는 니코틴과 비 특이성으로 결합하여 급속히 조직내부로 유입된다. 니코틴과 세포내 성분과의 결합은 단백질분비를 포함하는 세포대사의 변경을 일으켜 교원질분비 같은 정상적 세포기능을 방해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결국에는 폐 조직의 섬유화를 야기하여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을 유발한다.

특히 임신 시의 흡연은 구순열(口脣裂)과 구개열(口蓋裂)의 위험을 50%까지 상승시키는데 이와 같이 담배에 의한 선천성 토순(兔脣)의 발생비율은 임신기간 중에 피운 담배의 수와 직접적으로 비례하여 상승한다(Chung, 2000). 한편 담배를 피우고 난 후 다음 담배를 피우고 싶어지는 기간이 어른이나 청소년이나 같다고 생각되지만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의 뇌는 니코틴내성이 커서 일주일에 한 개비만 피워도 심한 니코틴 중독에 걸려 끊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치과의사들은 국민의 구강건강을 관리하는 전문인으로써 흡연이 구강건강에 미치는 전반적인 악영향뿐만 아니라 심장병이나 동맥경화, 폐암의 높은 이환율, 태아에 미치는 영향, 간장질환이나 정신적 영향 등을 잘 설명하고 금연을 유도해야 한다.

특히 환자의 구강질환을 검진하거나 치료하는 과정에서 임플란트 시술과 관련된 문제점, 치주질환의 악화, 골 조직의 약화를 설명하거나 백반증과 같은 점막병변들이 흡연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킴으로써 환자들의 금연의욕을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금연보조제 니코틴 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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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보조제 니코틴트로키(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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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호에 계속 

김영진 박사
김영진 박사

글_김영진 박사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치과·자동차보험 심사위원 
치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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