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피(桂皮; Cinnamon)

계피(桂皮)의 원료인 월계수(月桂樹; 학명;Laurus nobilis)와 꽃
계피(桂皮)의 원료인 월계수(月桂樹; 학명;Laurus nobilis)와 꽃

계피(桂皮)월계수(月桂樹)나무 과녹나무 속’(Cinnamomum)인 육계(肉桂)나무껍질을 말린 것이다. 동요 달아달아 밝은 달아에 나오는 계수(桂樹)나무와는 전혀 다른 종류이다.

계피는 기원전 수 천 년부터 인간사회에서 식용과 약용으로 애용되어 왔다. 특히 살균작용과 방부작용이 강하여 고대 이집트에서는 미이라를 만드는 방부제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신 아폴론이 괴물 파이톤을 잡고 나서 에로스가 갖고 있던 화살을 훑어보면서 "내 화살은 괴물 파이톤을 잡은 화살인데 네가 가지고 있는 그 작은 화살은 내 화살과는 상대가 안 된다"고 말하자 화가 난 에로스는 아폴론을 향해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금 화살을, 님프인 다프네에게는 상대를 싫어하게 만드는 납 화살을 쏘았다.

화살에 맞은 아폴론은 다프네한테 끝없이 사랑을 고백하게 된다. 반면 다프네는 납 화살을 맞아서 아폴론을 싫어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폴론이 계속 사랑공세를 하며 쫒아오자 도망치기에 지쳐 결국 자신의 아버지인 강의 신에게 자신을 나무로 만들어달라고 간청해 월계수가 되었다. 그래도 사랑의 끈을 놓지 못한 아폴론은 나무가 된 다프네의 잎을 따서 자신의 상징으로 삼았다. 이를 알게 된 후세 사람들이 아폴론의 상징인 월계수 잎으로 만든 관을 승리자의 머리에 씌워주기 시작한 것이 월계관의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아폴론의 신화에서부터 비롯되어 계피는 일종의 '사랑의 징표'로 받아들여졌다. 로마의 폭군 네로황제는 자신이 가장 아끼던 애첩이 죽자 로마에서 사용할 1년분의 계피를 모두 태워서 사랑을 표현했다는 일화도 있다. 월계수는 그리스어로 Δάφνη이며 고대어로 '다프네', 현대어로는 다프니라고 읽는데 이는 위 신화속의 님프이름 다프네로부터 유래된 것이다.

기원전 6세기에 저술된 에제키엘서나 그리스시인 사포가 쓴 시에도 계피가 인용된다.

중세 유럽에서는 계피로 다른 물건을 사고 팔 수 있었다. 그렇게 화폐기능까지 담당해 계피로 월급을 받거나 세금까지도 납부했었다고 한다. 근대에 이르기까지 자연산에만 의존하던 계피의 인공재배는 18세기 말엽 네덜란드인에 의해 최초로 시작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설날 아침에 마시는 세주(歲酒) 중 하나로 도소주(屠蘇酒)가 있다. 이 도소주는 산초, 백출, 그리고 계피를 넣어서 만든 술로 도소주를 마시면 '무병장수'한다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계피는 또한 조선시대 3대 명주로 유명한 '이강주'(梨薑酒)에도 들어가는데, 그 특유의 향 때문에 임금님께 진상될 만큼 널리 사랑 받는 귀한 술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계피는 달고 매콤한 신맛과 특유의 향기를 지닌 향신료로써 단 음식에 넣으면 단맛을 더 높인다. 그것이 설탕이 함유된 케이크. 푸딩. 쿠키나 사과잼에 계피 분말을 뿌리는 이유다. 유분이 많고 향기가 강하며 씹었을 때 단맛과 자극적인 신맛이 나는 것이 상품이다. 향신료와 약재로 사용되는 것은 동남아 일대에서 생산되는 실론시나몬(Cylon cinnamon)’과 중국일대에서 생산되는 카시아시나몬(Cassia cinnamon)’ 두 종류가 있다. 유럽에서 진짜계피(True cinnamon)라고 부르는 실론시나몬은 달고 향기가 좋으며 색깔도 밝은데 비해 중국계인 카시아시나몬은 맛과 향이 떨어지고 한약냄새가 심하며 값도 싸다.

포도나 포도주에서 발견되는 페놀성 화합물인 플라보노이드, 즉 레스베라트롤(Resveratol)은 탁월한 항산화물질인데 특히 계피에서의 함량이 높다. 이러한 플라보노이드 성분들은 소염효과도 발휘해서 류머티스 관절염이나 근육통, 관절통 등의 치료에도 사용된다.

계피는 혈중 포도당수치를 낮추는데도 효과적이다. 2020. 7. 22일에 미국FDA에서는 모든 당뇨환자에게서 계피추출물에 의한 혈당강하 및 이로 인한 당뇨병 치료효과가 확인되었다고 발표했다. 그 외에 동맥에 쌓인 지방을 제거하는 효과가 높아 당뇨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환자들에게 좋은 치료제가 될 수 있다.

또한 계피는 면역체계 향상에 도움을 주고 항바이러스 효과도 있어서 코로나와 같은 바이러스성 또는 인플루엔자 질환의 호흡기증상을 개선하는 데도 유용하다.

살충작용도 있다. 계핏가루를 태우면 모기가 가까이 오지 않으며 계피의 향기성분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집 먼지진드기도 제거하고 곰팡이를 없애는 효과도 알려져 있다. 가장 위험한 곰팡이 독소인 아플라톡신’(간암 등을 유발)을 생성하는 곰팡이가 계피가루를 첨가한 빵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계피는 항암효과도 보유한다. 실험결과 함유된 성분 중 하나인 시나믹알데하이드(cinnamic aldehyde)가 효소 Pim-1과 결합하면 암 유발 효소활성을 저해한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효소 Pim-1은 백혈병과 연관성이 높으며 피부암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피가 보유하는 여러 가지 효능 중 대표적인 또 하나의 약효는 항균효과다. 위궤양과 위암을 유발하는 헬리코박터균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식중독을 일으키는 포도알균과 병원성 대장균(O-157)을 사멸시켜 식중독을 예방하고 건위소화 작용도 있어서 건위제나 소화제에 거의 필수적으로 첨가된다. 한 연구에서 사과주스에 약 1백만 마리의 세균을 접종시킨 후 여기에 한 스푼정도의 계피차를 첨가했더니 99.5%의 세균감소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이는 계피에 함유된 시나믹알데하이드, 시네올(Cineol), 리날롤(Linalool) 등이 나타내는 항균작용에 의한 것이다. 그러므로 사과주스나 기호음료에 계핏가루를 첨가하면 단맛도 높이고 식중독균도 제거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고유의 살균작용에 의하여 계피는 치아우식증을 야기하는 원인균인 Streptococcus mutansLactobacillus에 대한 억제효과도 크다. 계피는 이러한 충치원인균들의 성장을 평균 80% 이상이나 저해하는 놀라운 항균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므로 계피 용액 반 숟갈을 따뜻한 물에 타서 양치질하면 충치 균은 물론 입 냄새까지 없앨 수 있다.

민방으로 알려진 계피의 효능 중 하나는 염증이 생겼거나 외상 또는 화상을 입은 혀나 구강점막에 대한 치유효과이다. 혀나 볼 또는 입천장을 다친 경우 또는 뜨거운 음식물에 데었을 때, 혓바늘이 돋았을 때에 계피스틱을 입에 물고 있으면 통증이 바로 진정된다.

따라서 현재 계피가 사용되고 있는 치과영역의 치약이나 구강청정제 뿐만 아니라 치주질환 적용 국소용제로도 활용가능성이 큰 천연물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일부 예민한 사람에겐 과민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하며 한꺼번에 많이 섭취하면 빈혈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그리고 쿠마린(항응고제)성분이 미량 함유되어 과량을 장기적으로 섭취하면 신장이나 간에 위해를 끼칠 위험이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시나몬 치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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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김영진 박사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
건강보험심사 평가원 치과·자동 차보험 심사위원
치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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