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초(山椒; Pickly ash)

산초나무와 열매(학명; Zanthoxylum schinifolium)
산초나무와 열매(학명; Zanthoxylum schinifolium)

산초나무는 쌍떡잎식물로써 쥐손이풀목 운향과의 낙엽관목이다. 우리나라·일본·중국 등지에 분포하며 주로 산기슭의 양지에서 잘 자라고 한반도 각지에 분포한다.

나무의 높이는 3m 정도이고 잔가지에는 가시가 있으며 줄기는 붉은빛이 도는 갈색이다. 잎은 어긋나고 13~21개의 작은 잎으로 구성된 1회 깃꼴겹잎이다. 작은 잎은 길이 1~5cm의 넓은 피침 모양이며 양끝이 좁고 가장자리에 물결 모양의 톱니와 더불어 투명한 유점(油點)이 있다. 줄기에는 잔가시가 1개씩 떨어져 엇갈려 달려 있다. 

꽃은 8~9월에 흰색으로 피는데 향이 없고 가지 끝에 산방형의 꽃차례를 이루며 달린다. 작은 꽃자루에 마디가 있고 꽃받침은 5개로 갈라지며 갈라진 조각은 달걀 모양의 원형이다. 꽃잎은 5개이고 길이 2mm의 피침 모양이며 안으로 꼬부라진다. 수술은 꽃잎과 길이가 같고 암술은 암술머리가 3개로 갈라진다. 8∼9월에 백색의 자잘한 꽃이 산방(繖房) 꽃차례로 달리고 가을에 작고 동글동글한 열매가 녹갈색으로 익는다. 다 익으면 보통 3개의 갈래로 갈라져서 검은색의 열매가 나온다. 

해발 1,400m 이하의 숲속이나 산야에 흔하게 자라며 열매가 많이 달려 다산(多産)을 상징하는 주술적 의미도 가지고 있는데 가시와 냄새를 귀신이 무서워한다 해서 생나무 울타리 용도로도 재배했다. 이처럼 산초나무를 울타리 용도로 농촌의 주택주변에 심어 놓으면 독특한 향기 때문에 모기나 다른 해충이 모여 들지 않는다고도 한다. 

반면 산초나무는 호랑나비가 서식하는 대표적인 나무이다. 다른 곤충들이 맵고 독한 산초성분을 기피하는 것에 반해 호랑나비의 애벌레는 산초나무 잎과 연한 줄기를 먹고 자란다. 호랑나비는 산초나무의 ‘테르펜(terpenes)’이라는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 독성성분을 애벌레인 유충(幼蟲)때부터 생리적으로 체내에 흡수·축적돼 특유의 방어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은 호랑나비가 포식자에 대항해 개체를 보호할 수 있는 일종의 고육지책(苦肉之策)인 반(反) 포식(捕食) 전략의 일종이다.

산초는 또한 중국 쓰촨성 요리로써 최근 주목을 받는 ‘마라(痲辣)’의 원료이다. 마라는 마취나 마비를 뜻하는 ‘마(麻)’와 맵다는 뜻의 ‘라(辣)’가 합쳐진 단어로 매우면서 얼얼하고 약간의 혀 끝 마비가 있는 듯한 자극적인 향신료이다. ‘마라’의 원료로는 ‘말린 고추’와 ‘화자오’, ‘후추’, ‘정향’ 등이 들어가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원료인 ‘화자오’가 바로 산초나무의 열매이다. 

산초나무와 초피(貂皮)나무와 열매가 비슷해 혼동하는 경우가 있으나 서로 다른 식물이다. 초피는 과실을 가루로 내어서 향신료나 약재를 이용하는 것이 목적이고 산초는 주로 기름을 짜서 식용이나 약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목적이다. 

물론 약재로 이용할 때는 초피도 기름으로 짜기도 한다. 초피나무는 가지가 짧고 옆으로 자라면서 성장하는 반면 산초는 가지가 길게 위쪽으로 뻗어나며 자란다. 산초나무 가시는 아주 많으며 하나씩 돋아나는 것이 특징이지만 초피나무는 두 개의 가시 사이에서 잎이 피어난다. 나무 색도 초피에 비해서 산초나무가 진하고 줄을 그어 놓은 것처럼 생겼다. 반면 초피는 가시가 조금 적고 수피의 색도 연하며 줄기의 무늬는 줄무늬가 아니라 점무늬이다.

산초의 매운 맛은 잎과 열매 및 나무껍질에 함유돼 있으며 과실주를 담글 때에는 열매뿐만 아니라 잎이나 껍질도 이용한다. 어린잎과 열매는 향신료로 식용하고 한방에서는 건조한 과실은 ‘산초’, 과피는 ‘천초’라고 하는데 위장약으로 쓰인다. 추어탕 식당에 가보면 산초가루를 쳐서 먹는다. 이처럼 산초나무의 열매는 추어탕을 먹거나 회를 먹을 때 향신료로 자주 이용을 해왔고 김치를 담글 때에도 넣는다. 우리 선조들이 이처럼 산초나무 열매를 향신료로 자주 애용했던 이유는 민물고기에 기생하는 디스토마균에 대한 살균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 약국에서 발매되고 있는 ‘디스토마 퇴치 약’의 주원료도 바로 산초나무 열매다. 

동의보감에서는 진초(秦椒, 분지)라고 하는데 진나라 땅에서 나기 때문에 진초라고 한다. 사천성(泗川省)에서 나는 것을 촉초(蜀椒), 천초(川椒)라 하고 관중, 협서에서 나는 것을 진초(秦椒)라고 했다. 진초의 성질은 따뜻하며(溫) 맛은 맵고(辛) 독이 있다고 했다. 또한 ‘문둥병으로 감각이 없는 것을 낫게 하며 이빨을 든든하게 하고 머리털을 빠지지 않게 한다. 눈을 밝게 하고 냉으로 오는 복통과 이질을 낫게 한다’면서 산초의 효능을 설명하고 있다.

산초 정유(精油)는 지방산(oleic acid, linoleic acid, linolenic acid 등)이 약 80% 차지하는데 그 중 에스트라골(향기성분, Estragole)을 제외한 다른 지방산의 함량분석에서 포화지방산(palmitic acid, stearic acid)과 불포화지방산(palmitoleic acid, oleic acid, linoleic acid, linolenic acid, Cis-11-eicosenoic acid)의 비율은 대략 1:5정도로 나타났다.

산초 정유(精油)에서 얻어지는 향기 성분에는 리모넨(limonene, dl-dipentene), 게라니올(geraniol), 시트로넬랄(citronellal)과 함께 매운맛을 내는 성분인 산쇼올(sanshol), 크산톡신(zanthoxyn) 등이 들어 있다. 산초의 매운 맛을 내는 주성분은 산쇼올(sanshol)인데 살균작용과 함께 구충효과도 보유한다. 반면 크산톡신은 마취효과가 있어서 산초나무 잎을 짓찧어서 개천에 풀면 물고기가 경련을 일으키며 가사(假死)상태로 물 위에 떠올라 옛날에는 개울에서 고기를 잡는 천렵(川獵)의 한 방법으로도 활용됐다고 전해진다. 

그러므로 산초 열매에서 추출한 정유물질은 산쇼올과 크산톡신 등에 의해 전체적으로 국소마취와 진통작용이 있으며 대장균, 적리균, 비탈저균, 용혈성연쇄상구균, 황색포도알균, 디푸스균, 녹농균 및 피부사상균 등에 대한 상당한 항균작용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SARS’의 원인 바이러스로 알려진 ‘SARS-CoV’와 같은 종류의 바이러스 감염자에게 산초나무 추출물을 투여하면 바이러스의 증식이 각각 98%에서 83%까지 억제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이와 함께 바이러스에 의해 야기되는 폐질환의 경우에서 산초 추출물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도 진행됐다. 그 실험결과를 살펴보면 기관지 폐포 세척액(BAL fluids)에 존재하는 염증세포 분석을 통해 확인한 결과 천식동물 모델(대조구)에서 염증세포(eosinophils, 및 lymphocytes)가 증가하는 것이 관찰되는데 반해 산초유(r-Linolenic acid, stearic acid, Myristic acid)로 처리한 그룹에서는 염증세포 수가 뚜렷하게 감소하는 것이 확인됐다. 

그리고 호산구성 천식모델에 인위적으로 염증반응을 유도했을 때 BAL Fluids에서 염증세포(macrophages 및 eosinophils)가 증가했으나 산초의 ‘엑스펠라 착유’로 처리한 그룹에서는 염증세포가 증가되지 않았다. 

동시에 천식유도 동물모델에서 산초유 표준물질로 처리한 다음 폐 조직의 염증매개 물질인 사이토카인 농도를 확인하기 위해 단백질분리(Western blot) 및 골밀도검사(Densitometry)를 진행한 결과 천식동물모델(대조구)의 폐 조직에서는 단백질(IL-4, IL-5 및 IL-13)의 뚜렷한 증가가 확인됐지만 산초유 처리그룹에서는 대체로 감소하는 경향이 발견됐다. 이 실험에 의해 산초유는 바이러스성 감염이나 세균성 질환에 의해 발현되는 기관지 증상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산초 추출물은 이와 같은 항염증 효과와 더불어 통증을 조절하는 약효뿐만 아니라 항균작용도 보유하고 있어서 구강세척제나 호흡청정제, 그리고 치약을 비롯한 구강용 제제에 자주 이용되는 천연물질 중의 하나이다. 

산초추출물 함유 ‘건 치약 포미’(초록마을)
산초추출물 함유 ‘건 치약 포미’(초록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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