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개밀 (영어명: slender false brome)
‘숲개밀’은 들이나 숲에서 자라는 볏과(科)의 두해살이풀로써 밀과 비슷하며 줄기와 잎은 적녹색을 띤다. ‘숲개밀속(屬, 학명: Brachypodium)’은 포아풀 아과의 단형 족인 ‘숲개밀족(族, 학명: Brachypodieae)’에 속하는 유일한 속이다.
숲개밀은 뿌리로부터 다수의 줄기가 모여 나오는데 풀의 높이는 약 40~80cm이다. 다 자란 숲개밀의 줄기마디는 4~5개이고 마디에 짧은 털이 나 있으며 잎과 더불어 한쪽으로 처진다. 잎 집은 마디 사이보다 짧으며 긴 털이 있다. 잎혀는 1~2mm이고 잎 몸은 길이 10~20cm, 너비 5~10mm이다. 꽃은 6~7월에 피는데 전체 꽃차례는 7~13cm이고 가지는 없으며 짧은 자루에 연결된 5~12개의 작은 이삭이 달린다.
꽃 이삭은 길이 15~30mm이며 5~14개의 꽃으로 구성되는데 결실기는 9월이다. 풀 자체는 초식동물(草食動物)이나 가축사료로 쓰이며 종자는 북방 알락 팔랑나비(Carterocephalus palaemon)나 두만강 꼬마 팔랑나비(Thymelicus lineola)와 같은 몇몇 인시류(鱗翅類) 애벌레들의 먹이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 금강산 내금강에 자연 상태로 많이 서식하며 러시아의 시베리아, 일본, 중국, 유럽, 중앙아시아 등에 걸쳐 폭넓게 분포한다. 소수에 털이 많은 ‘숲개밀’에 비해 털이 없는 것을 ‘민 숲개밀’이라 한다. 일명 ‘풀 베개’ 또는 ‘산 개밀’, ‘숲 새밀’로 부르기도 한다.
‘원광대학교 산학협력단’과 ‘한국화학연구원’이 2020년에 공동으로 발표한 ‘치주질환 예방 및 개선제로서 숲개밀 추출물의 효능’ 연구결과에 따르면 숲개밀(BS) 추출물은 구강질환을 야기하는 균주에 대하여 우수한 항균효과와 항균 지속효과를 나타냈다고 한다. 특히 대식세포에 대한 세포독성 없이 전(全)염증성 사이토카인 및 산화질소의 생성과 파골세포로의 분화를 억제함으로써 치주질환의 치료나 개선의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판단된다고 보고했다.
이 실험에서는 치주질환 개선제로서 숲개밀 추출물의 활용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항균, 항염증 및 파골세포 분화억제활성에 관한 효능을 평가했다. 이를 위해 포르피로모나스 진지발리스(Prophyromonas gingivalis; ATCC33277)균을 실험에 적용했는데 Porphyromonas gingivalis는 구강질환을 일으키는 몇 가지 대표적인 원인균 중 하나로써 Bacteroide 유연균의 일종인 그람음성, 혐기성균이며 구강 외에도 위장관 상부, 호흡기 및 결장에도 분포한다.
따라서 Porphyromonas gingivalis 균에 항균활성을 보유하는 약물은 구강질환을 예방하거나 개선 또는 치료를 위해 유용할 수 있다. 본 실험에서는 헤민(hemin)과 메나디온(menadione)을 포함한 BHI broth를 배지로 사용하여 Porphyromonas gingivalis 균을 활성화시키고, 37℃, CO2 인큐베이터에서 72시간 동안 배양 후, 96-웰플레이트의 각 웰(well)에 균을 90μL씩 분배하고 숲개밀 추출물 10μL을 넣었다. 대조군은 세균만 100μL넣은 것을 사용했으며 각각의 웰에 BHI broth를 100μL를 추가로 넣어 숲개밀 추출물의 최종농도가 125μg/mL, 250μg/mL 및 500μg/mL가 되도록 준비했다. 이후 시료를 72시간 동안 배양했다.
흡광도는 600nm에서 ELISA키트(Spectra MAX250, Molecular Devices Co.)로 측정하여 균의 성장이 억제된 농도를 결정하였다. 그 결과 숲개밀 추출물로 처리하는 경우 농도 의존적으로 Prophyromonas gingivalis 의 성장이 억제되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즉 125 μg/ml 및 250 μg/ml 농도의 숲개밀 추출물로 처리하는 경우 해당 균의 성장이 약 20% 억제되고, 500μg/ml의 추출물로 처리하는 경우에는 해당 균의 성장이 약 40% 억제됨을 확인했다.
숲개밀 추출물은 이처럼 P. gingivalis 에 대해서 임상적으로 유의성 있는 항균활성 및 항균효과의 지속성을 보여줬다고 한다.
숲개밀 추출물의 항염증 활성을 확인하기 위해 lipopolysaccharide(LPS) 처리로 활성화시킨 RAW264.7 세포에서 전염증성 사이토카인의 분비량을 효소결합 면역측정법(Enzyme-linked immunosorbent assay)으로 측정하면서 산화질소의 생성 능과 세포생존율도 검증했다.
동시에 Tartrate-resistant acid phosphatase (TRAP)염색과 활성도측정으로 파골세포 분화 능을 평가했다. Porphyromonas gingivalis의 경우 lipopolysaccharide(LPS)나 섬모를 매개로 하여 일어나는 염증반응을 일으킴으로써 조골세포의 분화를 억제한다.
또한 세균외막에 존재하는 병원성 성분인 LPS생성을 촉진하는데 그 LPS는 결과적으로 골 용해성인자, 즉 IL-1, IL-6, PGE2, 산화질소의 분비를 촉진시킴으로써 치주질환을 촉발하는 요소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LPS 자체가 직접적으로 파골세포의 분화를 유도하고 활성화시켜 골 소실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된 실험결과 숲개밀 추출물은 세포독성 없이 전염증성 사이토카인인 Tumor necrosis factor(TNF-α) 와 Interleukin-6(IL-6) 분비를 유의성 있게 감소시켰고, 산화질소 생성 능도 현저히 저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숲개밀 추출물은 생쥐의 골수세포로부터 분리하여 획득한 bone marrow macrophages(BMMs)의 파골세포 분화를 세포독성 없이 억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마우스의 RAW264.7 단핵구 세포는 RANKL(receptor activator of nuclear factor ĸB ligand)에 의해 다핵 파골세포(multinucleated osteoclasts)로 분화된다. 이 과정은 세포외부의 RANKL이 RANK에 결합하여 미토겐 단백질 키나아제(mitogen activated protein kinase, MAPK) 의 활성을 촉진함으로써 시작된다.
파골세포의 전구세포들은 대식세포 콜로니 자극인자(macrophage colony stimulating factor, M-CSF), NFκB의 수용체 활성인자 리간드(RANKL)등에 의해 파골세포로 분화되며 융합을 통해 다핵 파골세포(multinucleated osteoclast)를 형성한다. 그리고 αvβ3 인테그린(integrin) 등을 통해 골(bone)에 결합하여 산성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각종 콜라게네이즈(collagenase) 및 프로테아제(protease)를 분비함으로써 골 흡수(bone resorption)를 일으킨다.
수용체 활성인자 리간드(RANKL)가 RANK와 결합하게 되면 TRAF6(tumor necrosis factor receptor-associated factor 6) 의 활성을 촉진시켜 MARK, 또는 NF-ĸB, AP-1, NFATc1과 같은 전사인자들의 생성을 유도한다. 파골세포 분화과정 중 NF-ĸB 전사인자가 핵 내로 들어가서 TRAP(tartrate-resistant acid phosphatase)와 MMP-9(matrix metalloproteinase-9), 그리고 c-Src 티로신 키나아제(tyrosine kinase)등의 발현을 증가시키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 다핵 파골세포는 무기질골(mineralized bone)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파골세포는 골 내에서 조골세포와의 불균형으로 인해 비정상적인 골조직의 파괴 및 흡수를 유발하고 이로 인하여, 뼈의 질량과 골밀도가 감소하는 골다공증(osteoporosis), 뼈에서 석회가 탈실(脫失)되는 골연화증(osteomalacia), 정상적인 골조직이 섬유성 결합조직과 미성숙한 골소주로 대체되는 섬유이형성증(fibrousdysplasia), 치조골이 소실되는 치주질환이나 관절의 파괴 및 변형을 초래하는 류마티스 관절염(rheumatoid arthritis)등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따라서 RANKL에 의해 활성화되는 신호전달 경로의 차단은 파골세포의 분화와 관련된 질병의 치료에 있어서 치료적 접근방법 중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연구자들은 파골세포로 분화하는 마우스의 단핵구 세포에 숲개밀 추출물 투여한 후 파골세포 분화 표지인자인 TRAP의 발현을 측정한 결과 숲개밀 추출물은 농도 의존적으로 TRAP활성을 저해하여 파골세포 형성억제 작용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로써 숲개밀 추출물이 골다공증이나 골약화증 개선을 비롯해 치주질환의 예방이나 치료효과까지도 보유한다고 발표했지만 숲개밀 추출물 중의 어떤 성분이 이러한 약리학적 특성을 나타내는지에 대해서는 밝힌바가 없어 연구결과에 큰 아쉬움이 남는다.
김영진 박사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
치의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