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石榴. 영어명; pomegranate)
석류나무는 낙엽수(落葉樹)로써 속씨 식물군의 도금양목(桃金孃目)에 속하는 소교목(小喬木)으로 분류되며 다 자란 나무높이는 3-5m 정도이다. 일반적으로 분지(分枝)가 많고, 잎은 마주나며 잎자루가 짧다. 꽃에는 양성화와 자성(雌性)이 퇴화된 수꽃이 있다. 꽃받침은 통 모양이고 다육질이며, 5-7개로 갈라진다. 꽃잎은 5장이고 꽃 색은 주홍색을 기본으로 하지만 흰색, 붉은 핵에 흰색의 어루러기가 진 것, 등황색 꽃도 있다.
석류 열매는 꽃 턱이 발달한 것으로 거의가 둥근 공 모양이고 끝에 꽃받침 열 편이 있다. 열매껍질은 두껍고 속에는 얇은 격막으로 칸막이가 된 6개의 자실(字室)이 있고, 다수의 종자가 격막을 따라 배열되어 있다. 익은 과실의 열매껍질은 황백색 또는 자홍색이며, 불규칙하게 벌어지고 속에는 즙이 많은 담홍색 또는 분홍색의 종자가 들어 있다. 종자는 새콤달콤하며 향기로운 풍미가 있어 통상적으로 생식(生食)하거나 청량음료의 재료로 사용된다. 차로 먹을 때는 꽃과 과실 껍질만을 재료로 쓴다. 석류는 꽃이 아름답고 열매가 익어서 터지는 모양도 아름답기 때문에 정원수 등 관상용으로도 재배한다.
석가모니가 보리수 아래서 수행할 때 아기를 잡아먹는 '귀자모 신'이란 나찰이 나타났는데 부처가 그녀를 교화시키는 과정에서 정 인육이 먹고 싶으면 이걸 먹으라면서 준 게 석류라는 속설이 있다. 석류의 붉은색을 피와 연관시킨 이집트 신화도 있다. 즉 신(女神) ‘라’가 자신에게 반항하는 인간을 벌하라고 ‘세크 메트’를 보냈는데 피와 살육에 미쳐버린 세크 메트’가 사막까지 피로 물들일 정도로 학살을 자행했다. 이에 화가 난 ‘라’가 인간을 시켜 맥주와 석류 즙을 섞은 술을 뿌리자 이를 피로 착각한 ‘세크 메트’가 그걸 마시고 취해 살육을 멈췄다는 이야기다.
석류는 원래 이란이 원산지이며 인도,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에서 주로 생산된다. 미국에서는 음료수의 원료로 많이 소비한다. 우리나라에 전해지는 기록상으로 榴(석류 류) 자는 고려사(高麗史) 악지(樂誌)의 ‘한림별곡(翰林別曲)’편에서 ‘어류 옥매(御榴玉梅)’에 처음 나오는데 이로 미루어 조선 초에 처음 도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강릉 오죽헌에 있는 율곡(栗谷) 이이(李珥)의 고시(古詩) 원문(原文)에는 ‘銀杏殼含團碧玉/石榴皮裏碎紅珠 (은 행각 함단 벽옥/석류피과파홍주: 은행은 그 속에 푸른 구슬을 품고 있고 석류껍질은 부서진 붉은 구슬을 안고 있네)’라고 새겨져 있다.
스페인어로 석류를 ‘그라나다’라고 한다. 스페인의 옛 왕국이었던 ‘그라나다’ 지역에 가면 곳곳에서 석류를 모티브로 한 공공기물을 볼 수 있다. 카리브해의 섬나라 ‘그라나다 왕국’은 1492년부터 존재했지만 이베리아 반도에서 가톨릭 왕국들이 이슬람 세력을 축출하기 위해 벌인 영토 회복운동인 ‘레콘키스타’가 마무리된 1833년에 스페인왕국에 편입되었다.
스페인이 대항해시대의 주축이었기 때문에 그라나다라는 이름을 가진 지역이나 도시가 많다. 초창기 수류탄(手榴彈)의 구조가 석류와 유사하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럽 언어에서 수류탄이라는 단어는 석류에서 유래한 단어 거나 아예 같은 이름을 쓴다. 그런 이유로 스페인에서는 수류탄, 석류, 그라나다 땅 이름은 전부 ‘Granada’이다.
석류 열매 속의 많은 종자 때문에 석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산(多産)과 풍요의 상징이었다. 혼례복인 활옷이나 원삼(圓衫)의 문양에는 포도문양과 석류 문양이 많이 보이는데 이것은 포도나 석류가 열매를 많이 맺는 것처럼 자손을 많이 낳고 특히 아들을 많이 낳으라는 기복적 뜻이 담긴 것이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혼례복뿐 아니라 민화의 소재로도 자주 등장한다.
인도에서는 고대 ‘아유르베다 의학(Ayurveda Medicine)’시대로부터 석류나무껍질을 기생충 제거용으로, 그리고 열매껍질은 감기 또는 설사나 이질 치료에 사용해 왔다.
석류에는 ‘안토시아닌’과 혈액순환을 돕는 ‘리코펜’을 비롯하여 각종 미네랄뿐만 아니라 비타민 A부터 E까지도 풍부하게 들어 있는데 [비타민B군(B1, B2, B6)과 비타민C, 비타민E, 니아신, 단백질, 칼슘, 칼륨, 철분, 엽산, 아연 등]그중 비타민C와 비타민K 함량이 높고 석류 씨앗을 싸고 있는 막에 ‘천연 에스트로겐’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여성건강에 도움이 된다.
실제로 세기의 미인인 ‘클레오파트라’와 ‘양귀비’는 매일 석류를 먹으며 미모를 가꾼 것으로 전해진다.
석류 열매에서 가장 풍부한 약리학적 성분은 ‘폴리페놀’이며, '앨러직 산(ellagic acid)'또는 ‘갈릭 산(gallic acid)'이 탄수화물과 결합하여 석류 '엘라지 타닌 스(ellagitannins)'나 '퍼니칼진스(punicalagins)'성분 등의 항산화물질을 형성한다.
그러므로 석류는 여성의 경우, 피부 노화 방지나 생리불순 등에 효과가 있고 남성에게는 혈액순환 촉진으로 발기부전에도 도움이 되며 열량과 지방 함량이 낮아 다이어트 효과와 함께 탈모예방 효능도 보유한다고 한다.
빨간색의 석류 즙은 페르시아 시대부터 전통적인 천연염료로 사용되었으며 화장품이 변변치 못했던 옛날에는 입술연지 대신 석류를 한입 베어 물고 머금어서 입술 색깔을 냈다.
‘요르단 과학기술대학’ 생리학‧생화학부의 ‘N. J. 알-카시브 박사’ 연구팀은 학술저널 ‘영양학 연구’誌(Nutrition Research) 온라인版에 게재한 보고서를 통해 1.5mL/kg 용량의 석류 즙을 2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섭취토록 한 결과 공복 시 혈당 수치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85명의 2형 당뇨병 환자들을 12시간 동안 금식시킨 후 1.5mL/kg 용량의 석류 즙을 마시도록 한 뒤 생화학 분석기를 사용해 1시간 및 3시간 후의 혈당 및 인슐린 수치와 베타세포기능을 측정한 결과, 석류 즙 사용 그룹에서 3시간 후 혈당 수치가 8.5 mmol/L로 측정되어 대조그룹의 9.44 mmol/L에 비해 훨씬 낮게 나타났고 베타세포기능도 향상되었다고 한다.
‘순천대학교 대학원 박경태 연구팀’이 시행한 ‘석류추출물의 항히스타민 및 항암활성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1) 석류는 항당뇨, 항암, 항산화, 항미생물 및 항염증 효과와 같은 다양한 생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석류의 씨, 외피 및 과즙의 메탄올 추출물의 항알레르기 활성을 조사하기 위해 인간 호염기성 과립구 KU812F세포를 선택한 후 A23187로 유도된 탈과립 저해 효과를 검토하기 위한 실험을 시행하였다. 이를 위해 KU812F세포를 각각의 추출물로 처리하여 A23187로 자극한 다음 세포 내 칼슘 농도, β-hexosaminidase 및 히스타민 함량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 각각의 석류 추출물은 A23187에 의해 유도된 세포 내 칼슘 농도, 히스타민 및 β-hexosaminidase 유리를 농도 의존적으로 감소시켰다. 이러한 결과는 석류 추출물은 알레르기 반응에 있어 칼슘 유입의 억제를 통한 강력한 탈과립 저해제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2) 간암세포 성장억제 및 항산화 활성 효과에 있어서 인간의 간암 세포주에 대한 석류씨 및 석류 외피 분말 추출물과 석류 즙을 1회 및 2회 감압 농축한 농축물에 의한 간암세포주의 형태학적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역상 현미경으로 세포 형태를 관찰하였다.
각 추출물 및 농축물의 항암효과를 형태학적 변화에 따라 분석하기 위해 MTT assay를 이용하여 대조구와 비교, 간암세포 성장억제 효과를 확인하였으며 항산화 활성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DPPH 라디칼 소거 활성도 측정하였다. 그 결과 대조구는 암세포가 조밀하게 정상적으로 성장하는데 반해 2,500 ppm의 처리구에서는 세포의 결속력이 감소하고 세포사멸의 증가가 나타남이 관찰되었는데 그중에서 2회 농축한 석류과즙에 의한 암세포 사멸효과가 가장 높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각 추출물 및 농축물의 간암세포 성장억제 효과는 석류추출물의 농도에 따라 의존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석류 열매는 항암효과와 함께 신체 활성을 증진시키고 항산화 효과를 나타내며 식물성 에스트로겐 효과를 보유하므로 미용 및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동시에 혈당강하 효과와 함께 기생충을 비롯한 세균에 대한 항균효과와 항염증, 항알레르기 효능을 발현하므로 치약을 비롯한 각종 생활건강용품으로도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다.
그러나 많이 섭취할 경우 탄닌(Tannin) 성분 때문에 변비 증상이 악화될 수 있고 신장에 부담을 주는 성분도 함유되어 있어 만성신부전증이나 신장염 등 신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과량으로 섭취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글_김영진 박사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
치의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