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 속 오아시스>를 느끼며(2)

저자 정재승, 김호 출판 어크로스  출간 2011.03.07.

 

군자의 허물은 마치 해와 달이 일식이나 월식을 일으키는 것과 같아서 누구나 다 보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을 고친다면 사람들은 모두 그 용기를 우러러 본다. 
- <논어>, 자장(子張)

 

의료분쟁 또는 의료갈등 상황을 직면했을 때 미국의 의료진 및 병원 측이 꽤나 오랫동안 고수해 온 전략은 ‘부인하고 방어하 라(deny and defend)’였다. 

환자 측의 이의(異議) 제기로 인해 분쟁 또는 갈등이 표면화 되는 순간 담당의사 대신 대리인인 변호사가 전면에 나서며, 해당 의료행위와 관련된 정보는 가급적 공개하지 않는 방식을 취 해 왔다. 이런 관습과 대조되는 사건이 2008년 5일 18일자 <뉴 욕 타임스>에 회자되었다. 

2006년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병원 종양외과장인 다스 굽타 (Das Gupta) 박사는 큰 실수를 저지른다. 환자의 아홉 번째 갈비뼈에서 제거해야 할 조직을 여덟 번째 갈비뼈에서 제거한 것이 바로 그 실수이다. 이때 그는 동료들, 그리고 병원측 변호사의 예상을 뒤엎는 대응을 한다.

환자와 그의 남편에게 “저는 어떤 변명도 할 수 없습니다. 환자께 큰 피해를 입혔습니다.”라는 말로 본인의 실수를 진솔하게 인정하며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한 것이다. 이 사과를 접한 환자 부부는 “굽타 박사가 투명하고 진실한 태도로 본인의 잘못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놀랍게도 분노가 눈 녹듯 사라졌다.”고 화답했다. 

결국 이들은 담당 의사를 고소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굉장히 적은 배상금을 받는 조건으로 병원측과 원만히 합의했다. 

의료분쟁에 대한 대응전략의 변화는 비단 일리노이 주립대 병원에 국한되지 않는다. 
<유에스 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선정한 미국 내 최고 병원 순 위에서 상위권을 벗어나지 않는 존스 홉킨스, 하버드, 스탠퍼드, 미시간, 버지니아 등 유명 대학병원들이 ‘부인과 방어’가 아닌 ‘피 하지 않고 접근하는 방식’ 또는 ‘진실 말하기(disclosure) 프로그 램’을 새로운 문제해결방법으로 채택하여 활용중이다.

‘내 입장에서는 사과를 한다고 했는데 왜 상대는 받아 주지 않 을까?’ 또는 ‘내 사과를 받고도 왜 상대의 화는 풀리지 않을까?’ 라는 의구심을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 보았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연인 또는 부부관계에서 한 사람은 분명히 사과를 했다고 주장하는데, 상대방은 전혀 동의하지 않는 상황 역시도 살면서 누구나 경험해 봄직하다. 이러한 문제들 또는 상황들에 대한 해결비법이 바로 이 책에 담겨있다. 

사과의 충분조건과 시점(timing), 연인 또는 부부 간 갈등의 원인과 해결책, 핑계의 진화론적 근거는 덤으로 얻어갈 수 있는 지식이다.

제대로 된 사과란 유감 표명에 그쳐서는 안되며 상대방의 마음의 문을 3가지 열쇠(책임의 표현, 재발 방지약속, 개선책 제시)를 동반해야 한다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이는 의사겸 리더십 전문가로 <치유의 언어: 의학에서 사과의 힘Healing Words: The Power of Apology in Medicine>이라는 책을 집필한 마이클 우즈(Michael Woods) 박사가 제시한 ‘제대로 된 사과의 4가지 요소’, 즉 4R(recognition 인식, regret 유감, responsibility 책임, remedy 치유·보상)과 일맥상통(一脈相通)한다.

훌륭한 요리사가 만든 음식은 대부분의 경우에 그 기대를 충족시킨다.
우리 시대 가장 주목할 만한 과학자 정재승과 쿨(cool)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김호가 만들어낸 결과물은 당신의 기대를 충족시키고도 남음직하다.  

사과하기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
- 아론 라자르(Aaron Lazare), 정신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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