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양말은 항상 한 짝만 없어질까?

만 18세의 나이에 몸의 70%에 3도 화상(표피, 진피를 넘어 피하지방층까지 손상이 파급된 형태로 전층화상이라고도 함)을 입고 3년 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하는 상황에 처한다면 도대체 어떤 생각이 들까?

나라면 ‘올해 수능시험은 물 건너갔네. 자동으로 재수생이 되는 건가?’, ‘다시 농구할 수 있을까?’, ‘일주일 중 7일을 만나던 친구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등등 갖가지 상념들이 머릿속을 맴돌 것만 같다. 

그리고 볼썽사나운 몰골과 마르지 않는 진물로 인해 자존감이 바닥으로 추락했을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악몽같은 상황을 실제로 경험하고도 이를 극복하고 행동경제학과 심리학의 세계적 권위자로 우뚝 선 이가 바로 댄 애리얼리(Dan Ariely)이다. 

현재 듀크 대학교 심리학 및 행동경제학 교수로 비즈니스스쿨, 의학부, 경제학부, 인지신경센터 등 다양한 기관에 강의하고 있다. 실제로 댄 애리얼리는 화상으로 인해 입원했던 기간 동안 다양한 인간의 행동양식, 반응, 관계, 갈등 등을 자세히 관찰했던 경험이 계기가 되어 현재 본인의 전공을 선택하게 되었노라 회고한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은 합리적 존재’라는 전통경제학의 전제에 의문을 제시하며 ‘인간은 때때로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존재’라는 수정된 의견을 제시한다. 행동경제학은 전통경제학이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던 인간의 경제 행동및 결정에 대해 납득할만한 해석을 제공하면서 경제학자들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의 관심과 인기를 얻고 있다. 

저서의 폭발적인 인기와 더불어 노벨경제학상까지 거머쥔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 리차드 세일러가 그 방증이다. 학문적 실효성과 대중적 인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측면에서 댄 애리얼리의 업적및 인지도는 앞서 언급한 두 사람의 그것 들에 비해 결코 모자라지 않다. 
특히나 <왜 양말은 항상 한 짝만 없어질까?>는 유익성과 재미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전적인 예시가 되기에 충분하다.

일상생활을 하며 의구심이 들었지만 속 시원한 답을 얻기 어려웠던 의문점들에 대해 무릎팍도사보다 신통방통한 푸른 눈의 만물박사 댄 에리얼리가 명쾌한 답을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의 <애리얼리 씨에게 물어 보세요(Ask Ariely)>라는 칼럼을 통해 그가 독자들의 질문에 답했던 내용들로 이루어져있다.

책의 원제는 “Irrationally yours”이다. 영어편지에서 관용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인 “Sincerely yours”는 “당신의 진실한 벗으로부터”라고 해석된다. 원제를 굳이 우리말로 옮기자면 한국어판 책의 제목은 “당신의 비합리적인 혹은 비이성적인 벗으로 부터”가 돼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원제의 해석 대신 책 속 소제목들중 하나인 <왜 양말은 항상 한 짝만 없어질까?>를 제목으로 선택한 것은 훌륭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제목 자체로 보는 이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하기 때문이다.
치의들중 지독히도 본인의 공간을 청소하지 않는 남편 또는 아들과 동거중인 여자치의에게 일독할 것을 강력히 권한다.

이 책의 60쪽에 ‘스마트폰은 닦으면서 방청소는 안하게 되는 이유’가 실려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이유 외에도 엔트로피(entropy) 법칙, 카오스(chaos) 이론, 허허실실(虛虛實實) 전략에 대한 이해가 추가적으로 요구되기는 하지만 지저분한 남편과 아들의 행태를 이해하는데 분명 이 책이 도움을 주리라 확신한다. 

저자가 아내 수미(Sumi)를 지독히도 사랑하는 애처가라는 사실 역시 이 책을 읽어야만하는 당위성에 힘을 보태리라 믿는다. 

절판되었기에 새 책을 구입하기는 분명 어렵다. 하지만 공공 도서관, 중고서점 등을 이용하는 약간의 수고로움을 감수한다면 유용한 지식획득과 독서의 즐거움을 동시에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왜 양말은 항상 한 짝만 없어질까?』  
저자 댄 애리얼리 
출판 윌리엄 해펠리 역자 안세민
출간 사회평론 2017.01.16. (현재 절판)  
출판 원제 Irrationally Yours  페이지 332  ISBN 9788964359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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