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공공정책, 여섯 번째 시간입니다. 효율은 산출을 최대화하는 데에, 형평은 정의를 실현하는 데 중심에 두는 가치라는 결론으로 지난 시간 마치셨어요.
샘: 그래요, 두 가지 가치를 다 원하지만, 현실에서는 둘 중 하나를 희생해야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는 거죠. 롤스의 가상사례를 가지고 이 둘이 상충하는 걸 실감해보고자 하는데요.
강: 강수량이 적어서 식수가 늘 문제가 되는 외딴 섬에 갑자기 내려서 생존마저 어려운 상황에 처하였다는 이야기 말씀이죠?
샘: 그래요. 그러다가 구조의 손길이 닿았죠. 섬에 사는 100명 모두를 위한 물탱크가 생겼어요. 1000갤런의 물입니다. 어떻게 나눠야 할까요?
강: 일단 모두에게 10갤런씩 주자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샘: 뭐 그래요. 그런데 이 물탱크에 증기엔진이 달려 있는데 움직이려면 탱크 안의 물을 써야만 하는 거예요. 어때요? 당장 효율과 형평이 상충합니다. 한계효용의 체감은 없다고 가정합시다. 1갤런의 물은 무조건, 또 다른 1갤런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보잔 말이죠. 자, 이렇게 되면 탱크는 움직이지 않는 게 효율에는 좋겠죠?
강: 예. 다들 직접 와서 물을 가져가야겠네요. 그런데 그게 어려운 사람은 물을 얻을 수가 없게 되겠어요. 대신 가져다 줘야겠어요.
샘: 어찌 되었든지, 그런 사람들에게 물이 가져가느라 탱크의 엔진은 돌리지 않으니까 물의 효용은 최대로 할 수 있죠. 모두에게 물이 가야 한다는 것이 정의라는 주장이라면, 이건 결코 정의롭지 않은 거죠.
강: 예. 물의 대부분이 엔진가동에 소모된다고 할지라도 물은 모두에게 나눠줘야 하지 않겠냐는 게 평등주의적 정의를 주장하는 사람의 생각이 될 테니까요.
샘: 그렇지만, 동선을 고심해서 잘 짜면 형평을 진지하게 고려하면서도 효율적으로 물을 이용하도록 할 수 있겠죠?
강: 예, 물론, 한계 안에서는 최대한 효율적으로 해야죠.
샘: 이게 내 생각이에요. 효율을 너무 낮추지 않는 범위에서, 형평을 추구해보자는 것입니다. 이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요? 의료에서도 분명히 이런 상황이 있어요.
강: 예, 선생님. 신장투석 초기에는 투석기라는 한정된 자원의 배분이 큰 문제였다고 하셨죠?
샘: 사실 이 문제는 지금은 거의 없지만, 이제는 이식할 신장이 부족하다는 상황으로 넘어오게 되었죠. 어떤 분배 원칙을 생각해볼 수 있을까요?
강: 매매는 법적으로 금지되어있지만, 일단 생각할 수 있는 걸 다 펼쳐볼까요?
샘: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으로 분배하는, 그러니까 돈 받고 파는 방법이 있겠지요. 그리고 사회적 효용으로 이식받을 자격을 정해서 주는 방법도 있죠. 시애틀에서 투석할 사람 뽑을 때 하던 방식과 비슷한 방법이죠.
강: 신청자가 얼마나 사회에 효용을 끼치는 자인가에 따라서요? 아이쿠, 사회적 효용을 무엇으로 볼까를 정해야 하겠네요.
샘: 사회적 효용이 아니라도 어쨌든 자격기준은 정해야죠. 그리고 아예 제비뽑기로 해서 운에 맡기거나, 신청자의 필요에 따라서 분배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법이 있겠죠?
다음 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