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공공정책 세 번째 시간입니다. 효율에 대해 말씀하시던 중이었어요. 일단 효율을 이야기하려면 어떤 아웃풋을 목표로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샘: 그렇죠. 병원의 고압산소통과 지역사회 검진사업, 두 가지 중 어디에 투자하는 것이 효율성 측면에서 좋다고 할 수 있을까요? 가능성이 알려지지 않은 감염병으로 인한 위험에 처한 인구 대다수를 보호하기 위해 예방접종사업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하는 건 어떨까요? 이런 질문은 단지 답하기만 어려운 아니고, 불분명하지 않아요?
강: 예. 일단, 전체적인 예산 투입의 향방을 결정해서 부문별 총액을 가지고 부문 내에서 어디다 얼마를 쓸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이전단계에서 효율을 비교하자고 하시니까 어려워요. 사실 말씀하신 것이 치료냐 예방이냐, 특정 개인들이냐 불특정 다수에 대한 것이냐로 볼 수 있으니, 이 판가름을 뭘 기준으로 할 것인가가 선결되어야 한단 말씀을 하시나보다 했어요.
샘: 그래요? 효율의 기준을 정하는 자체가 아주 어렵다는 이야길 하려고 해요. 사실 한 번 생각해봐요. 특정 개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엄청난 비용을 들이는 일이 왕왕 있어요.
강: 예, 결국, 특정 소수와 불특정 다수를 비교하시네요.
샘: 예를 한 가지 생각해봅시다. 철로가 지나는 길에 육교를 설치한다든지 하는 일에는 투자를 잘 안 하는데, 외상센터 같은 걸 만드는 데에는 상당한 액수를 투자하기도 하잖아요?
강: 예! 육교와 외상센터를 비교하시리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샘: 이 경우만 봐도, 우리가 어떤 아웃풋을 목표로 하는가가 정해져야 비교를 할 수 있을 거에요. 무엇이 어떤 면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따져봐야만 한단 말입니다. 대다수의 웰빙의 실질적 개선인가, 소수의 구명인가, 이 문제도 우리가 둘 중 뭘 선호하는지 분명치가 않아요.
강: 예, 그게 참 어려운 일이에요. 아무튼 효율에 대한 선생님 말씀의 결론은, 아까 말씀하신 대로, 효율의 비교는 뭘 아웃풋으로 할지 선결되어야 가능하다는 말씀이죠?
샘: 그렇죠. 철학에만 맡길 일이 아니라 사회가 결정할 일이란 말입니다.
강: 예, 동의합니다. 어떤 질병이나 장애로 더 많은 인구가 더 많이 고생하는가를 놓고, 그것을 치료나 재활로 고생을 줄이는 방향으로 갈지, 아니면 그 질병이나 장애를 예방하는 방향을 우선할지 등등, 삶의 질이 낮아지는 것을 안 낮아지게 하는 걸 우선할지, 아니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에 골몰할지가 굉장히 중요한 물음이에요.
샘: 아, 그 이야기, 또 할 줄 알았어요! 이쯤해서 형평으로 넘어갑시다.
강: 하하, 예. 효율을 이야기하려면 어떤 아웃풋을 ‘효율적으로’ 달성하자는 것인가가 선결문제라고 하셨듯이, 형평도 무엇의 형평인가라는 문제가 있겠네요?
샘: 당연히 그렇죠. 우선 형평이라는 말의 용법만 봐도, 평등이다, 정의다, 공정이다, 등등으로 쓰는 만큼, 과연 무엇이 형평인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지 좀 볼 필요가 있어요.
강: 두드러지는 입장이 ‘형평은 평등이다, 형평은 적어도 평등을 요구한다’라는 입장이라고 하셨는데요. 다양한 입장을 어떤 식으로 정리할 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