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黃芩, 영어 이름; Skullcap)
‘황금(黃芩)’은 쌍떡잎식물 중 꿀풀과(Lamiaceae)의 골무꽃 속(genus Scutellaria)에 속하는 식물인 ‘Scutellaria baicalensis’의 뿌리로써 한방에서 매우 중요하게 쓰이는 약재이다. 황금은 살아있는 생육기간이 4년 이상 경과되면 뿌리의 중심부가 썩기 시작하거나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뿌리의 색깔도 황갈색 또는 진한 노란색에서 갈색이나 적갈색으로 퇴색한다. 이렇게 나이 든 뿌리가 변해가는 특성 때문에 일명 ‘속 썩은 풀’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그루의 높이는 60센티미터가량이며 전체에 털이 나 있고 줄기는 밀생 하며 네모지고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잎은 서로 마주나는데 잎자루는 거의 없고 길이가 4.5센티미터, 폭이 약 8밀리미터의 길쭉한 타원형이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없이 미끈하다. 꽃은 총상 꽃차례로 자주색이 많고 원줄기 끝이나 가지 끝에 붙는다. 꽃받침은 종 모양으로 꽃이 핀 후에 닫히고 화관은 입술 모양이며 화관의 길이는 2.5 센티미터 정도이다. 열매는 꽃받침 안에 들어있으며 둥근 모양이다.
10월경에 결실하는 종자를 바로 화분에 뿌리거나 이듬해 봄에 뿌린다. 아니면 이른 봄 알뿌리에 잠아(潛芽)를 붙여 분리한다. 어린순은 나물로 먹고 약재로는 말린 뿌리를 사용하는데 뿌리의 단면이 금빛처럼 노란색이기 때문에 황금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동시베리아, 몽골, 만주, 중국 등지에 분포하는데 한국에서는 약용식물로 재배하던 것이 야생화(野生化) 하였다. 야생종은 주로 울릉도나 충북 제천, 청주 등지에서 발견된다. 황금은 뿌리는 말린 그대로 또는 뿌리에서 주피(主皮)를 제거한 것을 한약재로 이용한다.
맛은 매우 쓰고 한방에서 말하는 약성이 차기 때문에 고열을 치료하는 데에 자주 쓰인다. 고혈압 치료나 염증 해소 효능이 있으며 출혈성 질환에도 효과가 크다. 임상실험 결과에서 소아의 급성 호흡기 감염증이나 성인의 만성기관지염, 신장염, 고혈압 등에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의학적으로는 혈압을 낮추기 때문에 저혈압 환자나 설사를 하는 사람에게는 금기로 본다.
1930년에 황금의 뿌리에서 ‘워 고닌(Wogonin)’성분이 처음으로 분리된 이후, 약리학적 활성성분으로 ‘바이칼레인(Baicalein)’, ‘바이칼린(Baicalin)’, ‘워 고노 사이드(Wogonoside)’, ‘네오 바이칼레인(Neobaicalein)’, ‘크리신(Chrysin)’, ‘Benzoic acid’와 ‘β-sitosterol’, 그리고 잎에는 ‘Scutellarin’등이 함유되어 있는 것이 차례로 확인되었다. 그중 ‘Baicalein’과 ‘Baicalin’은 알레르기성 천식의 완화 작용을 하고 기관지 확장제인 ‘Ephedrine’과는 약효의 협력 작용을 나타낸다. 이러한 황금의 항알레르기 작용은 알레르기 유발물질의 전달이나 확산을 방지하고 평활근에 대한 직접적인 이완 효과를 발현함으로써 나타난다.
황금추출물 중 Baicalein이나 Baicalin, Wogonin, Wogonoside 등은 광범위한 항바이러스 및 항균활성을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최근에 이루어진 연구에서 ‘S. baicalensis(황금)’의 COVID-19 유발 바이러스(SARS-CoV-2)에 대한 항바이러스 억제활성을 실험했다. 황금의 에탄올 추출물을 ‘SARS-CoV-2’에 적용한 결과 농도 0.74μg/ml에서 EC50으로 SARS-CoV-2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과를 발견했다.
또한 ‘S. baicalensis’의 주요 성분 중 Baicalein은 0.39μg/ml에서 IC 50으로 ‘SARS-CoV-2 3 CLpro’ 활성을 크게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S. baicalensis’ 추출물은 매우 효과적인 항‘SARS-CoV-2’ 활성을 가지며 그 성분 중 Baicalein 및 유사체 화합물이 강력한 ‘SARS-CoV-2 3 CLpro’ 억제제임이 확인된 것이다.
근래에는 ‘HIV-1’에 대한 항바이러스 활성도 보고되었으며 ‘호흡기세포 융합 바이러스(RSV)’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뎅기열 바이러스’에 대한 실험 결과에서도 억제 효과가 확인되었다. 이 밖에도 2016년에는 ‘엔테로바이러스 71(EV71)’에 감염된 환자의 ‘수족구병’에 황금을 사용한 다음 효과 분석이 발표되었다. 그 결과 1세 이상의 심각한 ‘수족구병’ 환자에게 황금추출물을 사용하면 환자의 발열을 완화하고 구강 병변과 구순 발진을 감소시키며 신경계를 포함한 제반 증상과 후유증을 개선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발표되었다.
또한 황금추출물은 세균에 대한 항균작용도 보유한다. 이러한 항균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공시 균주(公示菌株)로 ‘Bacillus cereus’, ‘Listeria monocytogenes’, ‘Escherichia coli’, ‘Vivro parahaemolyticus’를 선택하여 ‘disk method’로 항균력 검사를 시행하였다. 그 결과 황금추출물로 처리된 실험 균주에서 세균의 생육억제로 인한 ‘clear zone’이 선명하게 관찰됨으로써 항균력의 존재와 정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공시 균주들에 대한 유효 저해 농도를 측정한 결과 황금추출물의 농도 500 ppm 이상에서 생육이 억제되는 것이 관찰되었다.
주사형 전자현미경(SEM) 상에서는 황금추출물 처리 군에서 공시 균주들의 세포 형태 변화를 볼 수 있었고 투과형 전자현미경(TEM)상에서는 황금추출물 처리 군에서 공시 균주들의 세포막 파괴로 인하여 세포 내용물이 용출, 사멸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기존의 항생제에 대한 내성균인 ‘Salmonella enteritidis’, ‘Streptococcus aureus’, ‘enteroaggregative E. coli’등에 대항하는 항균력까지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황금의 뿌리에는 35% 이상의 페놀 화합물이 포함되어 있으며 현재까지 baicalin, baicalein을 비롯하여 50 여종의 flavonoids가 분리, 정제되었다. 이러한 황금의 ‘플라보노이드’ 구성성분 중 ‘바이칼린’에서 관절 보호와 관절 염증을 억제하는 효능이 확인돼 ‘유니 베스틴 K’라는 건강기능물질로 개발되기도 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관절통 환자 141명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유니 베스틴 K’, ‘글루코사민’, 그리고 위약을 3개월간 복용시킨 결과 ‘유니 베스틴 K’가 ‘글루코사민’보다 관절 건강 개선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이 물질은 ‘식품의약품 안전처에’서 기능성을 인정받아 '리제니 케어 K'라는 이름의 관절 기능 개선 식품으로 출시되었다.
황금의 성분 중 ‘SkullcapflabonⅡ’는 혈액암세포의 성장을 50% 이상 저지하고 말기 암 환자의 생존일 수도 유의하게 연장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이유는 암세포에 공급되는 영양물질의 이동을 억제시키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같이 ‘플라본 화합물’은 건강한 세포를 공격하지 않으면서도 종양의 성장 속도를 늦추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의약품을 개발하려는 노력도 있다.
최근 영국의 ‘존인너스센터’ ‘캐시 마르틴’ 교수팀은 ‘중국과학원’과 공동으로 황금이 뿌리에서 항암효과가 있는 ‘플라본’ 성분을 합성하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고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지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유전자 침묵’ 기법을 통해 6개월 된 황금이 뿌리에서 ‘플라본’을 형성하는 과정을 단계별로 분석한 결과 일반적으로 ‘플라본’은 ‘나린 제닌’이라는 물질에 수산기(OH)를 부착하여 형성되지만 황금의 경우 ‘크리신’이라는 물질을 이용해 합성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 연구진은 ‘플라본’의 합성과정에 관여하는 ‘FNSⅡ-1’과 ‘FNSⅡ-2’ 유전자도 발견했다. 이로써 미래에는 황금이 ‘플라본’을 합성하는 원리를 활용하여 항암약물의 대량생산까지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이 황금에는 각종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35% 이상이나 함유돼 있어 항염증 효과를 비롯해 항균, 항암, 항바이러스, 항산화 효과와 진정작용도 나타낸다. 그러므로 양방의약품 원료로도 황금을 많이 사용한다. 관절, 근육통 약, 진통 해열, 소염제, 위장약 등 현재 국내에 유통 중인 양방의약품 660여 품목에 황금의 성분이 들어가 있다.
반면 황금은 간독성을 유발하는 약재 중의 하나로도 알려져 있다. ‘Teschke R’ 등은 2011년 이후 ‘PubMed’ 검색을 기반으로 황금에 의한 간독성 발생 사례를 2건 보고했다. 간독성이 나타나는 이유는 황금에 함유된 성분 중 ‘Skullcap diterpenoid’가 ‘CYP3 A4’ 효소에 의해 ‘활성형의 중간대사체’로 변화되어 간장 내의 ‘글루타티온(glutathione)’ 농도를 감소시킴으로써 나타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황금추출물은 다양한 항균효과와 함께 소염, 진통작용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높은 항산화 효능으로 각종 유해물질로부터 상피조직을 효과적으로 보호하며 보습작용까지 보유하고 있어서 치약을 비롯한 외용 의약품이나 화장품에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
김영진 박사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
치의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