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알림음이 운다. 잔여 메모리가 부족해 일부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메시지다. 불필요한 메모리를 일일이 지우고 사용하지 않는 앱들을 없애나가지만, 다음 날이면 여지없이 같은 메시지가 뜬다. 일찌감치 외장 메모리를 사 넣었지만 허사다. 스마트폰의 초기 모델이라 시스템 메모리만으로도 내장 하드는 늘 만원이다. 산 지 8년 가량 된 구닥다리로, 스마트폰 치고는 꽤 오래 쓴 편이다.중국에서 산 갤럭시 미니인데 정이 많이 들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사이즈도 폴더형보다 조금 큰 정도여서 손이 별로 크지 않은
1.뷔페식당에 가면 나는 사람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자리를 선호한다. 무엇이든 관찰하기 좋아하는 나로서는 가능한 한 그들과 마주보게 앉는다. 뷔페에는 다채로운 음식만큼이나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구경은 뭐니뭐니해도 사람 구경이 최고다. 뷔페식당에는 보편적인 진실 하나가 통한다. 덩치가 있고 먹성이 좋은 사람은 음식에 접근이 용이한 곳에 음식을 바라보며 앉는다는 것이다. 반면 날씬한 사람은 음식 진열대에서 가급적 떨어져 자리를 잡고, 음식과는 등지고 앉는다. 호기심이 많은 내가 어느 책에서 읽고 실제 여러 차례 관찰해본 내용인데, 상당
1.사드 문제로 중국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한국기업에 대한 규제의 수위가 높아지고, 한국인의 비자 발급 절차도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 한류 스타들은 향후 1년간 중국 내 공중파 방송에 출현할 수 없다.팬사인회와 콘서트도 무더기로 취소되고 있다. 특히 한국이 낳은 월드클래스 소프라노 조수미의 공연을 일방적으로 취소해버리던 순간에는 절로 욕지거리가 새나왔다. 그것도 오래 전에 자신들이 애원하다시피 초청했고, 바쁜 일정을 조율해가며 가까스로 성사가 된 순수 문화예술 분야에서 말이다. 문화의 흐름은 막을 수 없다. 막아지는 게 아니
몇 개 도시에 병원을 정해두고 순회진료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로 뛰어들었던 처음에는 뭐 일이랄 게 없어, 불러주는 데만 있으면 언제 어디든 달려갔다. 없을 땐 한 달 가까이 놀기도 했다. 그렇게 들쭉날쭉하던 출장이 몇 년을 거듭하다 보니 일이 계속 붙었다. 지금은 많이 안정되었고 거의 일정해졌다. 그들에게 나는 기본적으로 치과 임플란트라는 대한민국의 의술을 제공한다. 덤으로 다른 지역의 다른 병원 사람들은 어떻게 일하는지, 뭐하며 사는지에 대한 세상 소식도 전해준다. 기술 보부상이 전서구(傳書鳩) 역할까지 겸한다고 할까? 반면에 그
통역 없이 상담을 할 때 보통 환자들은 내 말을 잘 못 알아듣는다. 내 중국어가 유창하지 않기도 하거니와, 외국인인 나의 어법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중년남자의 입에서 유치원 아이 수준의 말이 띄엄띄엄 새어 나온다고 상상해보면 쉽게 납득이 간다. 또한 치과 임플란트 환자들은 대체로 나이가 얼마큼은 되는 분들이기도 하다. 가는귀가 어두울 연배일 테니 말이다. 병원 내에서 내가 하는 중국어는 기껏해야 기초적인 의학용어들 위주다. 이미 상당 부분 표준화가 되어있어, 나와 얼마 정도 함께 일하고 나면 어렵지 않게 소통이 된다. 어떤 상황
중국에 있는 동안 많은 나라의 의사들을 만났다. 프랑스, 일본, 미국, 대만, 홍콩, 아일랜드, 포르투갈, 그리스, 이탈리아, 독일, 시리아 등등 그야말로 글로벌 하다. 그들은 중국 전역에서 각자의 솜씨를 뽐내며 각축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다들 개인적으로 들어와 있는 거기는 하지만, 나라의 이름을 걸고 활약하기에 각국의 외교사절이나 다름없다.나도 국가대표는 아니지만, 민간외교관으로 살고 있다는 자긍심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 그도 그럴 것이 병원 내 외부, 신문, 인터넷 상에 노출되는 프로필 사진들에 항상 태극 마크가 붙어 다
샤오인이 선양 병원에 왕주런(王主任, 왕 주임)이라는 사람이 새로 부임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주런은 나를 안다고 한다. 예전에 베이징에서 내 진료에 참여했다고. ‘누구지? 베이징만 해도 내가 진료에 관여한 병원이 네댓 개는 되는데. 대체 어느 병원 누구를 말하는 거지? 왕 씨는 기억이 없는데.’ 출장 첫날 출근해서 막 진료 채비를 하고 있는데 누가 나를 찾아왔다. 들어오며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가만 보니 낯이 익다. 동남향의 창으로 테두리 한 그녀의 흉상 둘레로 햇살이 눈부시게 부서진다. 4년 전 베이징이다. H 한중 합작 의료기업
고요한 원장은 경북에 개원하고 있는 치과의사다. 필명을 사용하고 있는 고요한 원장은 치과의사이자 작가라 할 수 있다. 본 지는 15회에 걸쳐 고요한 원장이 중국을 오가면서 느꼈던 진료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치과의사로서의 삶과 애환을 통해 잔잔히 그려가는 그의 논조는 공감을 느끼게 할 것이다.(편집자주) 공항, 항구, 기차역은 만남과 헤어짐의 장소이다. 떠나고 도착하며 갈아탄다는 공통점이 있다. 영어로도 터미널, 스테이션 같은 공용의 이름을 가진다. 동시에 각각의 장소는 내 안에 결이 다른 이미지들로 채워져 있다. 노랫말과 책 속 그
고요한 원장은 경북에 개원하고 있는 치과의사다. 필명을 사용하고 있는 고요한 원장은 치과의사이자 작가라 할수 있다. 본지는 15회에 걸쳐 고요한 원장이 중국을 오가면서 느꼈던 진료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치과의사로서의 삶과 애환을 통해 잔잔히 그려가는 그의 논조는 공감을 느끼게 할 것이다.(편집자주) 오늘이 이번 다롄(대련, 大连) 출장의 마지막 날이다. 다롄은 랴오닝을 대표하는 도시다. 앞서 언급한 선양이 행정 주도(主都)이면 다롄은 경제 주도라 하겠다.다롄은 고구려와 당나라가 오랜기간 패권다툼을 벌였던 랴오동(요동) 지역의 남쪽
고요한 원장은 경북에 개원하고 있는 치과의사다. 필명을 사용하고 있는 고요한 원장은 치과의사이자 작가라 할수 있다. 본지는 15회에 걸쳐 고요한 원장이 중국을 오가면서 느꼈던 진료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치과의사로서의 삶과 애환을 통해 잔잔히 그려가는 그의 논조는 공감을 느끼게 할 것이다.(편집자주) 랴오닝성(요녕성, 辽宁省)은 중국의 동북 3성 가운데 랴오동(요동, 辽东) 반도를 포함하는 서남부 일대의 행정구역이다. 베이징을 위시한 중국 본토와 연결하는 관문역할을 하는 요충지이다. 일제가 이곳을 대륙 침략의 교두보로 사용했고, 러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