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 좋은 의사, 일곱 번째 시간인데요. 지난번 말미에는 덕이라는 것이 순전히 인지적인 것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인지와 전혀 별개인 것도 아니라고 하셨어요.

:이제 내가 했던 강의에서 있었던 일을 좀 이야기해 볼게요.

: 예, 선생님!

: 가상의 사례를 학생들에게 제시한 적이 있어요. 가상이긴 해도 실제 사례들을 기초로 만든 사례였는데 쟁점은 비가역적 혼수 환자의 치료에 대한 것이 었지요.

: 예,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 이 사례속의 어린 환자는 회복 가능성이 없고 연명의료로 버티고 있어요. 뭘 느낄 수 없고 연명의료로 지탱해주지 않으면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감염의 위협을 받고 있어요.

: 예에. 그리고 이 사례에 대한 생각을 나누셨군요. 의견들이 어디에서 엇갈렸어요?

: 예상대로 생명에 대한 권리였죠. 그와 관련된 물음들이 이어졌어요. 삶의 질에 대한 고려사항을 감안하는 것이 합당한가? 생명이 가치를 갖는 이유는 뭘까? 의사의 책임은 무엇인가? 어떤 결과가 이 환자에게 최선인가에 대해 생각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연명의료의 비용이 고가라는 것도 생각해야 하는 문제일까? 등등의 물음을 가지고 학생들이 토론을 벌였어요.

: 생명의 연장과 삶의 질. 우리가 일전에도 과연 어느 정도의 질이 되어야 연장의 의미가 있는 것인가라는 주제를 거론한 적이 있는데요. 학생들도 의견이 양분되었겠네요, 결국.

: 그랬죠. 뭘 해야 할 지 불확실하다는 소수의 학생들도 물론 있었지만 대다수는 꽤 확실히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 예에, 뭐 가족 간에도 의견이 두 갈래로 나뉘잖아요. 실제 사례에선 당장 한 시가 급해요. 아이의 상태는 당연하고 비용 문제도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병원윤리위원회의 간사일을 맡아서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선생님 가상사례와 비슷한 신생아 사례가 있었어요. 부모의 의견이 달라서 고심끝에 의사가 병원윤리위원회에 자문을 요청해왔어요. 물론 위원회에서 모아진 자문의견에 무슨 구속력이 있진 않지만 여러 위원들이 함께 살펴 정리한 의견을 드리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간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위원회가 더 빨리 소집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기억도 나네요.

: 그랬군요. 난 강의실에서 학생들 토론을 보면서 놀란 게 있어요. 서로 다른 입장의 의견을 내는 상대편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식으로 바라보더라고요.

: 당연하죠, 선생님. 그래서 어떻게 진행하셨어요?

: 장시간 논의를 이어갔죠. 어디까지는 양쪽에서 공통으로 이해하는 부분인지 헤아려보고 양쪽이 서로에게서 수용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이해해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로부터 1년 후에 병원에서 그와 유사한 실제사례가 발생한 걸 알게 되었어요. 마침 주치의가 병원 컨퍼런스룸에서 그 사례를 발표한다고 해서 학생들과 함께 가서 들었어요. 거기서 토론도 하고 논쟁도 오고갔어요.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보건학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 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작권자 © 덴탈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