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해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강: ‘좋은 의사’, 열두 번째 시간인데 지난번에는 선생님께서 의사가 환자를 보는 방식을 단 두 부류로 나누시는 바람에 제가 옆길로 새면서 말이 많았습니다. 

샘: 하하. 모든 환자들과 고통을 나누는 의사와 환자를 기술적으로 어려운 문제를 제시하는 대상으로만 보는 의사로 나누었다, 그 말이로군요? 

강: 사실 제게 질문은 하셨지만 선생님도 그 중 어느 쪽이 더 성공적으로 임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지도 않으시잖아요? 

샘: 그렇습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임상현장에서 감정의 고삐를 풀고 표현을 하는 것과 억압해서 환자와의 관계에서 의사 자신이 비인간적인 모습이 되는 정도까지 가게 두는 것, 두 가지 사이의 긴장 때문에 의사가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는 겁니다. 

강: 예. 결국은 균형이고 그 균형을 잘 잡는 걸 배워야 하는 거네요? 

샘: 배워야 하는데 경험으로 배워야죠.

강: 예. 임상현장이란 상황이 겉으로 표현을 하든지 못하든지 감정적으로 격앙될 수 있는 상황이 많이 벌어지는 세팅이니까요. 최대한 현장감을 살리는 학습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샘: 그렇죠. 예를 들어 도무지 안 내키는 감정, 반감, 의기양양, 좌절, 불편함, 곤란함, 뭔가 생각대로 잘 안 되었을 때의 짜증이나 수치 등 여러 정서적 반응을 경험해봐야 하는 거죠. 

강: 예. 그렇게 나열하시니까 제 머릿속으로도 다 그려지는 것 같아요, 선생님. 

샘: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이런 정서반응들이 임상현장에서 일어난다는 사실 그리고 그런 반응이 임상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교실에서 배우는 걸로 충분하냐하면 그렇지가 않다는 겁니다. 

강: 예, 물론요, 선생님. 

샘: 그러니까 거듭 말하지만 좋은 의사되기를 배우는 일에는 인지적인 차원과 정서적 차원이 다 있고 이 차원들 사이에 상호작용이 지속적으로 일어난다고 봐야죠. 

강: 듣고 보면 사실 놀랍지도 않은데 다시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샘: 당연히 교육의 구조에도 의미가 있을만한 사실이죠? 

강: 예, 전체 교육이 그렇겠지만 윤리교육에도요. 

샘: 그렇죠, 앞서 본 혼수상태 아이환자 사례가 말해 주잖아요. 의료현장의 도덕적 갈등을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는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준비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 말입니다. 

강: 그렇다고 그런 감정의 영향을 느껴본다고 해서 상황에 현명하게 직면하는 역량을 증진할 수도 없다고 하셨더라고요. 

샘: 그렇죠. 두 가지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고 봐요. 좀 길게 지속적으로요. 

강: 두 가지란 사례의 여러 문제들을 생각하기, 그리고 실제 상황 또는 시뮬레이션 상황에 직면하기, 이걸 말씀하시는 거죠? 

샘: 그렇죠, 생각하기, 직면하기, 그리고 다시 생각하기. 그리고 이 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들으면서 다른 사람과 자신의 생각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해야지요. 

강: 시뮬레이션 할 때 활용할 사례는 충분히 풍부하게 기술할 필요가 있겠어요

저작권자 © 덴탈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