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 ‘좋은 의사’, 열 번째 시간인데요. 지난 시간에는 평소에 우리는 합리적인 결정과 무관할 거라고 생각해서 별로 감안하지 않은 부분 때문에 의사결정의 불합리성이 생길 수 있다는 주제로 말씀을 하셨는데요. 그 후에 학생들과의 토론이 어떻게 되었나요?
샘 : 학생들이 느끼는 감정이 구체적으로 어떠했는지, 그 감정 때문에 판단이 어떤 식으로 달라졌는지, 그리고 실제상황을 눈으로 보고 생겨난 여러 가지 감정 반응에 의해서 판단이 더 나아졌다고 생각하는지 등등에 대해 논의를 이어가봤었죠.
강 : 예에. 그렇게 하면 학생들은 감정과 판단의 상호작용에 대해 더 잘 인식하게 되겠네요.
샘 : 물론 그랬죠. 사실 나도 토론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로 수반되는 스트레스나 감정의 영향을 멀리한 논의가 얕을 수밖에 없다는 걸 느낄 수 있었고요.
강 : 그러니까 드는 생각인데요. 선생님이 지난번에 하신 말씀 그러니까, 실제상황을 보기 전 후의 차이가 실질적 정보에서는 차이가 없었다고 하신 말씀 있잖아요? 그 생각이 나중에 이렇게 달라지셨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네요 지금은요. 판단에 영향을 주는 모든 요인을 미리 알 수도 없고 다 감안할 수도 없는데, 선생님 수업시간에 경험하신 경우에서처럼 나중에 드러나는 요인들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중에 드러난다는 건 또 두 가지 경우인데 그 판단의 결과를 보고 나중에 중요성이 부각되거나 아니면 그 판단에 은연 중에 들어간 고려사항인데 그게 직관적인 속성을 가진 거라 그 때는 의식을 못했다가 나중에 의식화되는 경우가 있을 것 같네요! 윤리와 유관한 고려사항이라는 걸 어떻게 규정할지 도덕철학자들이 많이 이야긴 하지만 우리가 어떤 가치를 원칙으로 할지를 먼저 이야기하면 대개는 그로부터 도출되는 것 같기도 해요, 선생님.
샘 : 뭐, 그렇겠지요.
강 : 그런데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이 책이 이후로 사례토론이나 그 방식을 활용한 수업에 대한 논의도 많이 축적되어있어요. 특히 사례와 연관된 이해관계당사자의 범위를 가능하면 더 늘리고 각 이해당사자들이 겪고 있는 상황이나 속내도 감안하고 다른 더 나은 결말을 위해선 어떤 생각을 미리 했으면 좋았겠는지 생각해보는 자료도 더러 있거든요.
샘 : 그렇지요. 그런데 지금 우리 이야길 더 이어가볼까요? 감정도 중요하다는 이야길 했는데 사실은 우리가 그렇게 감정을 되도록 개입시키지 않는 데에도 나름 이유도 있잖아요 그렇죠?
강 : 예, 선생님.
샘 : 사실 감정에서 초연해지자는 것이 임상의 중심이 되기도 했고요. 사실 이 때문에 의사들이 환자와 맺는 인간적인 관계에 대해 사람들이 불만스러워하는 부분도 좀 설명할 수 있고요.
강 : 예, 선생님. 진료상황 자체의 특성 때문이죠 사실. 의사를 찾아오게 만든 일도 안 좋은 일이고 환자에게 하는 술식도 그 자체로는 기분 좋은 일이 아니잖아요. 당연히 좀 심리적인 거리를 두는 것이 사실은 환자를 위한 일이 되는 거죠.
샘 : 그리고 그게 또 수술적인 치료에서 가장 두드러지죠! 필요에 의해서 말이죠.
